대출차주에 '고금리' 매기고 투자자엔 '고배당'
2026-02-18 10:10:53 2026-02-18 10:14:03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은행권이 대출 차주에게 높은 금리를 부과해 번 돈으로 주주들에게 고배당을 지급하는 이율배번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금융당국도 생산적금융·포용금융을 강조하면서도 코리아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주주환원 강화를 권고하는 상충된 메시지를 내놓다는 비판이 나오는데요. 이익 극대화의 명분이 생긴 은행들은 정부 정책에 호응하면서도 예대마진을 높에 유지하는 '잇속'을 챙기는 모습입니다.
 
금융지주 주주환원 대폭 확대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우리·하나 등 4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말 기준 총주주환원율(자사주 매입·소각 포함)을 40~50% 수준으로 확대했습니다.
 
KB금융(105560)의 지난해 총 현금배당 규모는 1조58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2% 증가했고, 연간 배당성향은 27%로 역대 최고 수준입니다. 자사주 매입·소각액 1조4800억원을 포함한 총 주주환원 규모는 3조600억원(주주환원율 52.4%)에 달합니다. 신한금융의 지난해 총 현금배당 1조2500억원과 자기주식 취득 1조2500억원을 합쳐 총 2조5000억원을 주주에게 환원했습니다. 주주환원율은 50.2%에 달합니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주주환원율은 각각 46.8%, 36.6%에 달합니다.
 
금융지주사들이 주주환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은 정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발맞춘 행보입니다. 문제는 배당과 자사주 매입 확대의 재원이 순이익에서 오는데, 대출 차주가 부담한 이자 중 일부가 주주환원 재원으로 쓰인다는 것입니다.
 
은행권 순이익은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으로 구성되는데요. 최근 수년간 비이자이익은 시장 변동성에 따라 등락이 있었지만, 이자이익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확대됐습니다. 금융지주사마다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 은행 이익 의존도는 다르지만 현재의 주주환원 확대 정책은 이자 이익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기준금리가 정점을 찍은 지난 2023년 이후 4대 금융의 당기순이익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약 16조원 수준이던 당기순이익은 2024년 17조원대로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18조원을 웃돌았습니다. 순이익의 상당 부분은 이자이익에서 나왔는데, 기준금리 인상기가 끝난 이후에도 순이자마진(NIM)이 확대되면서 은행 계열사 실적이 그룹 전체를 견인했습니다.
 
은행권이 대출 차주에게는 높은 금리를 부과하는 반면 투자자에게는 고배당을 지급하면서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서울시내 은행 창구 모습. (사진=뉴시스)
 
이자장사 면피용 지적도
 
4대 금융의 주력계열사인 은행들의 가계 예대금리차(대출 금리와 예금 금리 간 격차)를 보면 지난해 1~12월 평균 가계 예대금리차(정책서민금융 제외)는 1.402%p로 전년 0.777%p보다 2배 가량 확대됐습니다. 같은 기간 평균 가계대출 금리는 4%초반대에서 큰 변동이 없었던 반면 저축성 수신금리는 3%중반대에서 2%후반대로 급락한 영향이 컸습니다.
 
사실상 기준금리 인하 국면에서 예금금리만 하향 조정한 셈인데요. 이들 은행이 지난해 역대 최대 수준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호실적 행진을 이어갔지만 그 이면에는 대출금리를 더욱 높게 책정해 손쉽게 수익을 올리는 '이자장사'가 심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시장에선 금융지주들이 실적 개선과 정책 환경 변화에 맞춰 주주환원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은행들은 시장과 주주를 설득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 주주환원을 내걸었습니다.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이익을 주주에게 돌려주는 방식입니다.
 
금융당국의 정책 메시지에서 모순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당국은 취약차주 보호와 상생금융 확대를 요구하면서도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에 초점을 맞춘 친증시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자이익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방어해온 은행 입장에서는 수익성 유지와 자본비율 제고, 주가 방어가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최경진 가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은행은 공공성과 시장성을 동시에 지닌 산업인데, 포용금융과 주주가치 제고 사이의 균형이 요구된다"며 "향후 금리 인하 국면에서 이자이익이 줄어들 경우에도 현재 수준의 배당정책이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물론 은행들이 서민들의 금융 부담을 줄이는 포용금융 등에 소극적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4대 금융은 이재명정부의 국정과제인 생산적금융·포용금융 확대 경쟁에 돌입하고, 향후 5년간 400조원 규모의 공급 계획을 밟힌 바 있습니다. 올 들어 연간 투입 규모를 구체적으로 확정하고 조직 개편과 펀드 조성, 프로젝트파이낸싱(PF) 집행에 나서는 등 구체적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다만 금융지주가 주주환원 정책을 이행하는 데 있어서 이자이익 의존도를 줄이려면 비이자이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을 영위하도록 정책적인 뒷받침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4대 금융의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자기자본이익률(ROE) 평균은 각각 0.38배, 8.51%로 글로벌 은행그룹 평균은 각각 1.17배, 10.21%인데요. 국내 4대 금융의 순자산을 고정하고 시가총액을 글로벌 은행그룹의 데이터를 적용해 PBR을 추정해 보면 지난해 말 기준 1.43배로 현재보다 3.8배 이상 증가합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주환원 확대는 이자이익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밸류업 기조 아래 점진적으로 계획돼 있는 것"이라며 "금융지주사의 PBR을 비롯한 주요 재무적 지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를 통한 안정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하면서 주주환원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시황 정보가 나타나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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