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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2월 26일 16:51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규제 환경이 변화하면서 부동산신탁업 전반에 구조적 균열이 드러나고 있다. 책임준공형·차입형 토지신탁을 중심으로 외형 성장을 이어온 기존 비즈니스 모델은 대손충당금 확대와 자본 부담이라는 현실과 정면으로 맞닥뜨린 상황이다. 한때 수익의 원천이었던 구조가 이제는 리스크의 출발점으로 작동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여기에 법원의 책임준공 관련 판결과 NCR(영업용순자본비율) 규제 강화가 더해지며 신탁업계를 둘러싼 환경 변화는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제도와 판례가 동시에 작동하면서 신탁사의 재무 구조와 사업 전략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IB토마토>는 신탁업계 전반에서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수익성 둔화, 회계 부담 확대, 자본 압박의 흐름을 따라가며, 부동산신탁 비즈니스가 현재 어떤 국면에 접어들었는지를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IB토마토 김소윤 기자] 부동산 호황기 수익 확대를 이끌었던 책임준공형 토지신탁이 이제는 신탁사 재무를 압박하는 요인으로 돌아섰다. 분양 부진과 공정 지연이 겹치면서 대규모 충당금 적립과 소송, 자본 확충 이슈가 동시에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전반의 실적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책임준공형 노출도에 따라 회사별 성적표는 엇갈리고 있다. 일부는 초기부터 비중을 낮춰 충격을 완화했고, 일부는 뒤늦게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서는 모습이다. 신탁업계가 개발 중심 모델의 한계를 마주하며 운용 중심 체제로의 전환을 모색하는 배경이다.
코람코자산운용이 개발하는 '케이스퀘어데이터센터 의정부' (사진=코람코자산운용)
책임준공 후폭풍…대규모 순손실 전환
26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국내 주요 14개 부동산신탁사는 2025년 기준 총 468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교보·무궁화·우리·KB·코리아 등 5개사가 적자를 냈고, 토지신탁 보수 감소세로 수익 창출원이 고갈되면서 업계 전반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지난해 토지신탁 보수는 4724억원으로 전년보다 27%(1774억원) 줄었고, 토지신탁 시장 규모는 2017년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간 반면, 같은 기간 신탁사 수는 11개에서 14개로 늘어 경쟁 강도만 높아진 상태다.
대손(못 받을 돈) 부담도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신탁계정대 잔액은 약 9조원으로 전년 말 대비 16.5%(약 1조 3000억원) 증가했다. 차입형 사업장뿐 아니라 일부 책임준공형 사업장에도 신탁계정대 투입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진행 중인 책임준공형 사업장 수는 감소하고 있으나, 기한 내 준공 약정을 이행하지 못한 사업장의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정리 과정에서 추가 자금 투입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실적 부진이 누적되면서 업계 전체 자본 규모도 전년 말 대비 4424억원 감소했다.
실적 악화의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책임준공형 토지신탁 구조가 지목된다. 책임준공형은 사업 초기에는 보수를 선취해 수익을 확보할 수 있지만, 분양 부진이나 공사 지연이 발생할 경우 신탁사가 대위변제나 신탁계정대 투입을 통해 자금을 메워야 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투입된 자금은 자본을 직접 잠식하는 손실로 이어진다. 호황기에는 위험이 가려졌지만,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수익은 선반영되고 리스크는 후행하는 구조적 문제가 재무에 본격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다만 진행 중인 책임준공형 사업장 수는 점차 감소하고 있어, 잠재적인 신탁계정대 투입 부담은 완만하게 줄어드는 추세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책임준공형 토지신탁이 사실상 신용공여 성격을 띠며 변동성을 키웠다는 점에서 구조적 리스크가 아직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보수·회피·운용…위기 속 엇갈린 대응 전략
그러나 모든 신탁사가 같은 리스크에 노출된 것은 아니다.
한국토지신탁(034830)은 책임준공형 토지신탁 비중을 낮게 유지해 온 사례로 꼽힌다. 차입형·관리형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하며 시행 리스크 직접 부담을 제한했고, 도시정비와 리츠(REITs) 등으로 수익원을 다변화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한토신이 호황기 외형 확대보다 재무 안정성을 우선한 전략을 유지해온 점이 이번 국면에서 방어력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한국토지신탁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책임준공형 관리형 토지신탁을 거의 취급하지 않아 현재 관련 사업장은 사실상 없다"며 "시장 도입 초기부터 변동성을 고려해 확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차입형·도시정비·리츠 중심 포트폴리오를 유지해왔고, 책임준공형 관련 대손이나 우발채무 부담이 없었던 만큼 지난해 차입형과 정비사업 수주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금융지주 계열 신탁사들 가운데서는 하나자산신탁이 '리스크 헤지형' 사례로 자주 거론된다. 책임준공 확약을 공격적으로 늘린 KB부동산신탁·신한자산신탁·무궁화신탁 등이 잇따른 패소와 합의 권고로 수천억원대 소송 리스크를 떠안은 것과 달리, 하나자산신탁은 현재까지 책임준공 관련 손해배상 소송이 단 한 건도 제기되지 않은 유일한 곳이다.
하나자산신탁은 책임준공형 토지신탁 비중을 일찍부터 줄이고, 차입형 중심의 사업 전략과 보수적인 사업장 관리로 PF 대출을 기한 내 상환시키는 데 방점을 찍어 왔다. 준공 지연이 발생한 사업장에서도 대주단과의 협의를 통해 PF를 정상 상환하면서, 대출원리금 전액 및 지연이자를 둘러싼 법원 공방을 피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코람코자산신탁 역시 책임준공형 토지신탁 의존도가 낮은 체계를 유지해온 대표적 사례로 거론된다. 다수의 신탁사가 차입형·책임준공형 토지신탁을 통해 고수익을 추구하며 외형을 확대해온 것과 달리, 코람코는 리츠를 기반으로 성장한 운용 중심 회사다. 상업용 부동산을 매입·운영·매각하는 리츠 사업에서 출발해 자산관리(AM)와 펀드를 결합한 플랫폼을 구축했고, 이후 신탁업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영역을 넓혔다. 개발을 직접 주도해 수익을 극대화하기보다는 운용자산(AUM)을 기반으로 관리·운용 수수료를 축적하는 모델에 가깝다. 이에 따라 사업 지연이나 분양 부진이 발생하더라도 대위변제나 대규모 신탁계정대 투입으로 손실이 즉각 전이되는 위험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코람코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리츠와 부동산펀드, 신탁을 아우르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통해 시장 변화에 대응해 왔다"며 "향후에도 보수적 수주와 사업 관리 중심 전략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소윤 기자 syoon13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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