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석 기자] 경찰 수사 결과를 점검하는 시·도 경찰청 수사심의계가 정작 수사과 내부 조직으로 운영되면서 독립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수사과의 지휘를 받는 구조인 만큼 공정한 점검이 어려운 겁니다. 더구나 현직 경찰들 사이에선 수사·검거, 사건 처리 등으로 실적을 내기 어려워 기피 부서로까지 꼽힐 정도입니다. 경찰 수사를 실질적으로 견제하고, 수사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특단의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14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전국 모든 시·도경찰청엔 경찰 수사 과정을 점검할 수 있는 수사심의계가 설치됐습니다. 수사심의계는 지난 2019년부터 도입됐는데, 2023년 경찰 조직 개편 과정에서 수사심사관이 폐지되면서 사실상 경찰 수사의 마지막 보루를 수사심의계가 맡게 된 겁니다.
수사과에 포함된 수사심의계…'제 식구 감싸기' 논란
하지만 현재 수사심의계는 설치 취지에 맞게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경찰 수사를 점검해야 하는 조직이 정작 수사를 담당하는 수사과 내부에 속해 있기 때문입니다. 경찰 비위를 감사하는 청문감사인권담당관이 경찰에서 별도 조직으로 운영되는 것과 대비됩니다.
실제로 시·도 경찰청의 수사과장은 총경이, 수사심의계장은 한 단계 아래 계급인 경정이 담당합니다. 결국 수사심의계의 독립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실제 현행 '경찰 수사사건 심의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수사심의 과정에서 수사심의담당관은 수사과장으로 명시됐습니다.
이런 구조적 문제는 실제 사례에서도 드러났습니다. 지난해 8월 전북경찰청으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은 2명이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자 전북경찰청 수사심의계는 강압수사 의혹을 받는 담당 수사관들을 조사했습니다. 그러나 같은 수사과 직원이 동료 경찰을 조사하는 데다, 수사 책임자인 수사과장이 수사심의계를 지휘하는 구조가 알려지면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된 겁니다. 결국 해당 조사는 수사심의계가 아닌 청문감사인권담당관 감사계가 맡게 됐습니다.
수사심의계는 경찰의 기피 부서로도 꼽힙니다. 수사·형사 부서처럼 사건 처리로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 어렵고, 승진에도 불리한 탓입니다. 동료 경찰들의 수사 결과를 조사하고 점검하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작용하는 걸로 보입니다.
한 경감급 경찰 관계자는 "경찰관들은 승진에 유리한 성과를 낼 수 있는 수사·형사 부서를 선호한다. 수사심의계는 선호도가 떨어진다"면서 "검·경 수사권 조정과 검찰청 폐지로 인해 경찰의 수사 역량이 도마에 오른 상황인데, 수사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수사 심의 기능은 개선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수사심의위 등 경찰 수사심의 기능·권한 강화해야"
수사심의계가 운영하는 수사심의위원회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수사심의위는 2021년부터 시행 중인 제도로, 고소·고발인이 경찰의 수사 절차·결과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수사 심의를 신청하면 재수사 또는 보완수사를 결정하는 구조입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수사심의위에 접수된 사건은 △2021년 2131건 △2022년 2443건 △2023년 3148건 △2024년 5367건 △2025년 6223건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습니다. 수사심의위를 찾는 국민들이 늘어난 겁니다.
그럼에도 수사심의위의 결정은 어디까지나 '권고' 수준에 그치며, 강제성이 없습니다. 더구나 50~100명 규모로 구성된 수사심의위엔 변호사나 교수 등 민간 전문가도 다수 포함됐지만, 수사과장 등 경찰 내부 인원도 참여하고 있어서 완전히 독립성 확보엔 한계가 있다는 평가입니다.
대구경찰청에서 수사심의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동균 대구한의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계장급이 수사 심의 부서를 운영할 게 아니라 직급이 더 높은 총경급이 부서의 장을 맡는 수사심의과로 조직을 개편해야 한다"면서 "수사심의위 역시 장기간 지연되는 일부 대형 사건에 대해 신속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어야 하고, 재수사·보완수사 결정에도 일정 수준의 구속력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수사 심의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내부적으로 여러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며 "현재 규모가 큰 일부 시·도 경찰청에선 수사심의계를 수사심의과로 확대·운영해 책임과 권한을 확대시킬 예정이다. 행정안전부와도 협의 중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박진석 기자 ptba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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