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전세 정상화'에 수긍하는 이유
2026-06-16 14:53:47 2026-06-16 15:03:18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남의 돈으로 부동산 투기하는 것은 막자”며 “국가 경제에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언젠가는 금융기관도 대형 사고가 나는 수가 있다”며 “대한민국처럼 부동산 담보대출이 많은 나라가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세 거래에 대해 “대한민국에만 있는 특이한 금융 기법”이라며 “당장 따뜻하자고 막 전세대출 해주고, 담보대출 해주다 보니까 전세사기도 생겼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집값이 1억인데 전세금이 1억2000만원”이라며 “사기꾼들에게 기회가 생긴 것”이란 예도 들었다.
 
실제로 기형적인 전세대출 구조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거액의 전세대출금은 범죄 유인을 키웠고 사기 수법이 고도화되면서 전문 금융기관도 대출금을 떼이는 사례가 포착된다.
 
우리은행이 전세대출을 내준 당일 또다른 근저당이 설정됐다. 서울보증보험(SGI)은 해당 거래에 보험계약을 체결한 상태였다. 이후 임차인이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대출 사고가 터지자 두 기관은 서로의 귀책사유를 주장하며 법정 소송으로 다투게 됐다. 두 기관은 전세사기 수법을 의심했지만 경찰은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했다.
 
두 기관이 의심한 이유는 이 사건이 ‘당일치기 전세사기’의 외형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대출 실행 당일 타행의 선순위 근저당이 접수됐고, 전입신고 다음날 0시에 발생하는 세입자의 대항력보다 우선순위를 차지했다. 보통의 전세사기라면 집주인이 세입자 몰래 대출을 받는 식이다. 아무리 조심해 당일 전입신고를 마쳐도 등기소에 접수된 근저당권의 효력이 즉시 발생해 세입자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두 기관이 전세대출금을 떼인 사건은 또 있다. 다른 사건은 세입자의 대출 당일 새 임대인에게 소유권이 이전됐다. 전세대출 사기 중 바지사장 수법과 닮은 정황도 보인다. 세입자는 추후 새 임대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았으나 은행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아 대출 사고가 터졌다. 새 임대인은 질권 설정이 있는지 몰랐다는 입장이고 전 임대인은 권리를 넘겼다는 식이다. 우리은행은 질권 통지를 새 임대인에게 했으나 새 임대인에게 도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약정상 면책 유무를 다투게 됐다. 두 기관의 귀책사유 법적 분쟁이 발생한 지점이다.
 
전 임대인은 집을 팔고 매매대금을 챙겨 나갔다. 새 임대인은 대출 통지를 제대로 못 받았으니 법대로 계약자인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줬다며 관련 SGI의 구상금 소송에서 면책 받았다. 세입자는 현금을 돌려받았으나 대출금을 갚지 않았다.
 
보통은 세입자가 대출금을 떼여 사회문제가 됐으나 금융기관을 상대로 조직적인 작업 대출도 일어나는 것으로 파악된다. 어쨌든 두 사건 모두 금융기관이 돈을 떼였다. 전문 기관조차 당하는데 일반인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근본 문제를 따지면, 대통령 발언처럼 전세자금대출이 집값을 초과할 정도로 비정상이라 그렇다. 대출이 쉽고 금액이 크니 범죄가 꼬일 만하다. 한국에만 있는 기형적 금융 기법은 사기 수단으로 전용되고 있다. “전세 제도가 사라지는 것은 정상화 과정 중 일부”라는 대통령 말에 수긍이 가는 이유다.
 
이재영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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