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선영 기자] 정부가 금융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채무조정 제도를 확대해 왔지만, 장기연체자는 지난해 다시 93만명 수준으로 증가했습니다. 채무조정 이후에도 변제계획을 이행하지 못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단순 감면을 넘어 재기 지원 중심으로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30일 국회예산정책처의 '금융취약계층 지원 채무조정제도 운영 평가'에 따르면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 신청자는 2018년 9만3000명에서 지난해 18만9000명으로 7년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법원 개인회생·개인파산까지 포함한 지난해 채무조정·회생·파산을 신청·청구한 인원은 37만9000명에 달했습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증가한 가계와 자영업자 부채도 장기연체자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됩니다. 가계부채는 2018년 1536조원에서 지난해 1979조원으로, 자영업자 대출잔액은 같은 기간 627조원에서 1093조원으로 증가했습니다. 100만원 이상을 90일 넘게 갚지 못한 장기연체자는 2021년 74만8000명까지 줄었다가 지난해 93만6000명으로 다시 증가했습니다.
이병철 국회예산정책처 예산분석관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경제는 민주당' 강의에서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가계와 자영업자가 생활을 위해 대출을 많이 받았던 측면이 있다"며 "상환 시점이 도래하고 고금리가 지속되다 보니 빚을 갚지 못하는 사람이 증가했고, 이에 따라 연체자가 계속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채무조정 이후에도 상환 부담이 길게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신복위 개인워크아웃 평균 상환기간은 2018년 78.8개월에서 지난해 90.4개월로 길어졌고, 변제계획을 지키지 못해 효력이 상실된 '실효자'도 같은 기간 2만1000명에서 2만9000명으로 증가했습니다.
도덕적 해이와 형평성 우려도 과제로 제기됐습니다. 보고서는 반복되는 일회성 채권 소각이 추가 감면 기대를 키워 상환 의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감사원의 새출발기금 감사에서도 일부 차주의 상환능력 심사와 가상자산·재산 이전 확인이 미흡했다는 점이 확인됐습니다. 이에 상환능력 심사를 정교화하고 성실상환자에 대한 인센티브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공공기관 연체채권 관리도 개선 과제로 지목됐습니다. 예정처의 '공공기관이 보유한 개인금융부실채권 관리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기술보증기금·신용보증기금·한국자산관리공사 등 12개 공공기관의 개인금융부실채권은 2018년 28조원에서 지난해 44조4000억원으로 늘었습니다. 반면 상각채권 비중은 23.3%에서 16.6%로 낮아졌고, 10년을 넘긴 장기 연체채권도 전체의 13.9%를 차지했습니다.
이 분석관은 "공공기관 자체 채무조정은 외부기관보다 감면율은 낮고, 채무조정 이후 다시 연체되는 비율은 더 높게 나타났다"며 "10년 이상 장기연체채권은 선제적으로 채무조정하거나 취약계층 채권은 소각해 신속한 경제적 재기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경제는 민주당' 강의에서 이병철 국회예산정책처 예산분석관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박선영 기자 sunny6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