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환 전교조 위원장(왼쪽 6번째) 등 전교조 관계자와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 한국투명성기구, 호루라기재단 관계자들이 2일 오전 수원 영통구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 앞에서 열린 '이천 사립고 공익제보 교사 사망사건 특별감사 및 사립학교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수원=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공익제보 이후 숨진 경기 이천 한 사립고등학교 교사 S씨 사건과 관련해 경기도교육청의 특별감사와 사립학교법 개정을 촉구했습니다.
전교조와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 한국투명성기구, 호루라기재단은 2일 오전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익제보 교사 사망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특별감사를 실시해야 한다"며 "공익제보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사립학교법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5월21일 숨진 50대 교사 S씨는 2023년 12월 자신이 근무하던 해당 학교 관계자의 횡령과 회계 부정 등을 공익제보한 뒤 학교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당하는 등 불이익을 당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학교재단으로부터 징계를 받아 면직된 지난 5월 결국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전교조 "공익제보 사망교사, 학교 측으로부터 10년 이상 괴롭힘 당해"
전교조는 이날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해당 학교에 대한 감사자료를 공개했습니다. 이들은 감사 결과에서 학교내 비리 정황이 드러났다며, 학교법인 운영 전반에 대한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김문수 민주당 의원실이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감사 자료에 따르면 해당 학교 행정실장 김모씨는 학교 회계와 법인 회계에서 인터넷뱅킹 OTP(1회용 비밀번호)를 이용해 581차례에 걸쳐 약 30억6000여만원을 무단 인출했으며, 이를 주식 선물옵션 투자 등 개인 용도로 사용했습니다.
행정실장 김씨는 교육청 감사가 마무리된 지난해 4월쯤 파면됐습니다. 또 일부 관리자에게는 정직·감봉·견책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다만 당시 최종 책임자 위치에 있던 전임 교장과 전임 행정실장은 퇴직을 이유로 별도 징계를 받지 않았습니다.
전교조 "공립학교서는 상상도 못 하는 일…비리사학, 치외법권 수준"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영환 전교조 위원장은 "공립학교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사립학교에서는 반복되고 있다"며 "비리 사학이 사실상 치외법권처럼 운영되는 구조를 바로잡기 위해 특별감사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허원희 전교조 경기지부 정책실장은 "30억원이 넘는 돈이 수백 차례 빠져나가는 동안 이를 몰랐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학교 전반에 대한 비리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이어 "회계비리에 대한 부분 감사가 아니라 학교 운영 전반을 대상으로 한 특별감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전교조는 학교의 비리를 공익제보한 교사 S씨를 향한 학교 측의 보복성 탄압도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허 정책실장은 "2011년 행정실장 차남의 성적 특혜 요구를 고인이 거부한 시점부터 재단의 조직적인 보복이 시작됐다"며 "이후 2017년 학급 수련회를 빌미로 내린 과도한 감봉 중징계, 교무실 자리 없애기와 동아리실 격리 등의 악질적인 직장 내 괴롭힘, 그리고 올해 1월에 내려진 무리한 보복성 직위해제까지,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탄압이 지속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고인에 대한 아동학대 신고에 대해 동료교사들의 엄벌탄원서를 조직하여 제출한 내용은 충격적"이라며 "고인의 요청으로 실시된 감사과정 중 밝혀진 30억원 횡령 비리 사건은 수사기관으로 넘겼다는 이유로 기간을 더 확장해 조사되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허 정책실장은 "이 모든 정황을 외면한 채, 재단이 고인의 일부 귀책을 부풀려 흠집내기를 시도하는 것에 교육청은 휘둘리고 있는 모습"이라며 "단순한 '서류 확인용 특별 조사'로는 이 잔인한 잔혹사의 진실을 결코 밝힐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공익제보 교사에 대한 사학측의 탄압·압박 여부, 직장 내 괴롭힘 존재 여부, 보복조치, 이에 대한 학교 측의 관리감독까지 모두 포함한 학교 운영 전반에 대한 특별감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습니다.
"공익제보자 보호 미흡…사학 구조 근본적으로 바꿔야"
전교조는 이날 전국 사립학교 교원 239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립학교 운영 실태조사 결과도 함께 발표했습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73.9%는 신분상 불이익 우려로 공익제보를 망설인다고 답했으며, 실제로 47.9%는 보복성 징계나 인사 등을 직접 경험하거나 목격했다고 응답했습니다. 또 89.7%는 현행 공익제보자 보호제도가 실효성이 없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박 위원장은 "비리 사학 문제는 특정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며 "교육청은 특별감사에 착수하고 정부와 국회는 공익제보 교사를 보호할 수 있도록 사립학교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영기 호루라기재단 이사장도 "공익제보자 보호 제도가 마련돼 있지만 비리 사학에서 공익제보자가 겪는 현실은 여전히 참혹하다"며 "공익제보자를 겨냥한 보복성 고소·고발을 불이익 조치로 규정하고 강력히 제재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전교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뒤 공익제보 교사 사망사건 특별감사와 사립학교법 개정을 요구하는 2만4000여명의 서명을 경기도교육청에 전달했습니다.
수원=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