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고용노동부가 제과·제빵업계에서 사용 중인 노후 오븐의 '석면 포함 가능성'을 확인하고, 제빵사 보호 대책 수립에 착수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석면은 1급 발암물질로, 호흡기를 통해 몸속으로 들어오면 악성중피종이나 폐암 등을 일으킵니다. 정부가 건설 현장이 아닌 일상 제빵 작업환경의 석면 위험성을 공식 확인하고, 지원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노동부는 이달 초 대한제과협회와 한국제과기능장협회 등에 '구형 오븐 석면 패킹 관련 신고·확인 및 관리'에 대한 안내문을 보냈습니다. 안내문에는 △석면 함유 가능 오븐 사용 시 신고 및 확인 △건강 우려 종사자에 대한 상담·검진 및 산재 연계 등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전경. (사진=뉴시스)
노동부는 안내문을 통해 "2009년 1월1일 석면 사용 금지 제도 시행 이전에 제작된 구형 오븐의 경우, 문 개구부 패킹 등에 석면이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해당 오븐을 사용 중인 회원사에서는 보유 오븐의 제작 연도, 문 주변 패킹 손상 여부, 패킹 교체 이력 등을 자율적으로 점검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과거 석면은 불에 잘 타지 않는 탁월한 단열 효과 덕분에 산업 전반에 널리 쓰였습니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석면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1977년부터 이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습니다. 석면은 주로 호흡기를 통해 체내에 유입되는데, 바늘 모양의 석면 분진은 평생 몸속에 남아 폐에서 정화 기능을 담당하는 대식세포를 파괴합니다. 이 과정에서 만성 염증과 흉터를 만들어 심각한 질병을 유발합니다. 폐암, 석면폐증, 악성중피종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2009년부터 석면 자재 사용을 전면 금지했습니다. 제빵용 오븐의 단열재도 2009년을 기점으로 실리콘 등 친환경 대체재로 전환됐습니다. 다만 법 시행 이전에 도입된 일부 노후 오븐엔 아직도 석면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고, 여전히 현장에서 매일 가동되면서 '방치된 사각지대'로 떠오른 셈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오븐 앞에서 장시간 작업을 해야 하는 제빵사들의 건강입니다. 오븐 문을 수시로 여닫는 과정에서 석면 패킹이 마모되고, 그 분진이 제빵사 몸속으로 유입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노동부에 따르면, 아직까지 국내엔 제빵사가 석면 피해로 산재를 승인받은 공식 사례가 없습니다. 하지만 석면 관련 질환은 석면에 노출된 뒤 15~40년 뒤 발병할 정도로 잠복기가 길어 추후에라도 발병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겁니다.
이런 맥락에서 노동부는 고위험 제빵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선제 조치에 나서게 됐습니다. 노동부는 석면 사용 금지 제도가 도입되기 전 구형 오븐을 장기간 사용해 온 제빵사 가운데 악성중피종 등 폐질환 의심 증상이 발생한 경우 전국 직업병안심센터를 통해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상담과 정밀 검진을 무상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인과관계가 확인될 경우 산재보험 신청까지 정부가 직접 지원할 계획입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등 참석자들이 지난해 6월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이재명정부에 바란다-석면문제 이렇게 해결하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특히 노동부는 노후 오븐의 석면 패킹 관리에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노동부는 "오븐 문 주변의 패킹이 닳거나 찢어졌거나, 가루가 날리는 경우에는 임의로 긁거나 절단하지 마시고, 칼·사포·철수세미 등을 이용한 제거 작업도 삼가달라"며 "유지보수 또는 교체가 필요한 경우에는 전문 석면 해체·제거 업체 등을 통해 안전하게 조치해 달라"고 했습니다.
노동부에 따르면 석면 해체·제거 작업 역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이뤄져야 합니다. 작업 전 해당 구역을 비닐 등으로 밀폐하고 석면 해체·제거가 진행 중이라는 안내문을 게시해야 하며, 작업자는 특급 방진마스크 등을 착용하고 물을 뿌려 석면 가루가 날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작업 후 구역을 청소할 때도 일반 청소기나 빗자루를 쓰면 안 됩니다. 석면이 사방으로 퍼질 수 있으니 반드시 헤파(HEPA) 필터가 장착된 진공청소기를 사용하거나 물걸레로 닦아내야 안전합니다. 작업에 사용한 보호복과 물걸레 등도 '석면 함유 폐기물'로 처리해야 합니다.
노동부는 "석면 함유 가능성이 있는 오븐을 사용 중인 경우 노동부 또는 안전보건공단에 신고·확인할 수 있으며, 신고 시 정부에서 석면 함유 여부 및 함유량 등을 확인하고 조치 방법을 안내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한편, 노후 오븐에서 구워진 빵을 먹은 소비자의 위험성은 극히 낮을 것으로 평가됩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석면을 호흡기가 아닌 물이나 식품 등으로 흡수할 경우엔 체내에 축적되지 않고 대부분 대변으로 자연 배설된다고 합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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