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닉, 나스닥 상장 ‘40조 조달’…최태원 “메모리 수요 폭발적”
ADR 공모가 149달러…미 증시 입성
외국기업 미 IPO 중 역대 최대 규모
SK하닉, 투자 늘려 메모리 시장 주도
최태원 “공급 5~6배 늘려달라 요구”
2026-07-12 14:20:51 2026-07-12 15:42:41
[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SK하이닉스가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통해 나스닥에 진출하면서 글로벌 메모리 시장 공략의 새 기회를 맞았습니다. 외국 기업의 미국 증시 기업공개(IPO) 중 역대 최대 규모인 265억700만달러(약 40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해 인공지능(AI) 메모리 생산능력(캐파)을 확대하는 한편, 글로벌 투자자 저변을 넓혀 ‘AI 핵심 파트너’로서 입지를 넓히겠다는 구상입니다. ‘역사적 데뷔’라는 외신 평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메모리 시장 사이클이 과거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고 진단했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주요 경영진들이 10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나스닥 타워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0조’ 실탄 확보…생산시설 투자
 
12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ADR은 지난 10일(현지시각) 나스닥에서 ‘SKHYV’라는 종목 코드로 조건부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오는 13일 ‘SKHY’라는 종목 코드로 정규 거래에 들어가며 공모 절차는 14일 마무리될 예정입니다. 공모가는 주당 149달러로, SK하이닉스는 총 1억7790만주를 발행해 265억700만달러(약 40조원)를 조달했습니다. 이는 지난 2014년 중국 알리바바가 미 증시 상장 당시 조달한 250억달러를 초과하는 수치로, 외국 기업의 미 증시 주식 발행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미 증시 역대 IPO 사례 가운데서도 지난달 상장한 스페이스X(857억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입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이번에 상장한 ADR 공모가가 기존 주가보다 약 3% 높은 가격으로 책정돼 프리미엄 프라이싱(공모가 할증)을 달성했습니다. 통상 대규모 IPO를 진행할 때 흥행을 위해 기존 주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공모가를 발행하는 것과 대비되는 모습입니다. SK하이닉스의 ADR 상장에 대해 글로벌 투자자들의 기대치가 그만큼 높다는 게 업계의 설명입니다.
 
SK하이닉스는 조달 자금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공장)과 청주 P&T7 어드밴스드 패키징 팹 건설,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비롯한 첨단 생산시설 투자에 활용할 계획입니다. 용인 1기 팹에는 총 31조원, 청주 P&T7에는 19조원가량이 투입될 예정입니다. 자금 대부분을 설비투자에 투입해 AI 반도체 경쟁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구상입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는 10일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나스닥 마켓사이트에서 열린 ADR 상장 기념 오프닝 벨 행사에서 기념사를 통해 “미국은 AI 중심지로, AI 혁신을 선도하는 고객사, 파트너, 인재도 여기에 있다”며 “(미국과) 가까워지면서 우리는 더 빨리 움직이고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강화시킬 수 있게 됐다”고 했습니다. 이어 “믿어준 투자자와 고객에게 감사하고, 혁신을 통해 메모리 가능성의 경계를 넓혀가며 함께해준 구성원들이 더 큰 성취를 이루도록 지원하겠다”며 “SK하이닉스는 기술 리더십을 증명하며 AI가 있는 모든 곳에 함께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외신 “반도체 변화에 시장 베팅”
 
외신과 월가 전문가들은 SK하이닉스의 ADR 상장에 대해 ‘역사적 데뷔’, ‘화려한 데뷔’ 등의 표현을 쓰며 AI 산업의 상징적인 사건으로 평가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SK하이닉스의) 역사적인 데뷔는 AI 붐이 수십 년간 메모리 반도체 산업을 지배해 온 ‘호황-불황’ 주기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는 시장의 베팅”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상장을 두고 “AI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 심리를 가늠할 최신 시험대”라고 평가했으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역사적인 미 증시 데뷔가 AI 투자심리를 다시 끌어올렸다”고 분석했습니다.
 
영국 투자 플랫폼 AJ 벨의 댄 코츠워스 시장 담당 책임자는 “미 주식 공모에 대한 수요가 일부의 예상보다 강력했다”며 “이는 메모리 반도체 랠리가 정점을 찍은 게 아니라, 단지 잠시 숨을 고르는 단계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습니다.
 
최태원 “고객들, 더 많은 메모리 요청”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의 ADR 상장을 두고 기업가치 재평가와 반도체 피크아웃(정점 통과) 우려를 일부 해소시키는 사례라고 평가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일각에서 피크아웃 우려가 나오지만, 업계 전반의 제품 초과 수요는 계속되고 있다”면서 “(ADR 상장으로) 글로벌 투자 접근성이 높아지면 평가 격차가 완화될 수 있지 않을까 본다”고 했습니다.
 
SK하이닉스가 나스닥 ADR 거래를 개시한 10일(현지시각) 뉴욕 타임스스퀘어 아나몰픽 전광판에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가 영상으로 전시됐다. (사진=SK하이닉스)
 
최 회장 역시 반도체 수급 불균형에 따른 생산능력 확대 필요성을 수차례 언급하고 있습니다. 최 회장은 미 CNBC,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메모리와 반도체 수요는 사람이나 하드웨어 기기 수에 따라 결정됐지만, AI 시대에서는 그렇지 않다”면서 “이는 AI 에이전트, 피지컬 AI, 로봇 등이며 엄청난 양의 메모리칩을 필요로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아울러 “고객들은 생산능력을 4배를 넘어 5~6배로 늘려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수요가 앞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더 많을수록 좋다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지난달 대만 컴퓨텍스 현장에서 “향후 5년 내 전체 생산능력을 2배 늘릴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고객사들은 이마저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삼성전자를 비롯해 미국 마이크론, 중국 창신메모리(CXMT) 등이 대규모 증설에 나서는 상황에서, 칩 수요 선점을 위해 투자 속도전에 고삐를 더 죈다는 방침입니다.
 
최 회장은 미국 추가 투자 가능성도 열어뒀습니다. 그는 ‘미국에 추가 투자를 고려하는지’라는 질문에 “그렇다”면서도 “다만 메모리 팹은 전력, 깨끗한 용수, 부지, 인력, 이를 뒷받침할 산업 생태계가 모두 필요해 쉽진 않다”고 했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0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ADR 상장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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