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죄자 외곽 소형으로…예견된 '풍선효과'
3억 풀대출 5~6억대 매물로 수요 집중…호가 며칠 새 '쑥'
2026-07-15 15:40:01 2026-07-15 15:56:38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문턱을 일제히 높이자 서울 외곽 소형 저가 아파트로 매수세가 몰리고 있습니다. 대출 한도가 3억원으로 줄면서 이 금액에 자기자본을 보태 살 수 있는 5억~6억원 안팎 매물로 수요가 집중된 결과입니다. 규제로 수요를 누를수록 더 낮은 가격대가 달아오르는 '풍선효과'가 재연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0일부터 주택 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기존 6억원에서 3억원으로 절반으로 줄이고 적용 대상도 수도권·규제지역에서 비규제지역까지 확대했습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일부 모집인 채널을 통한 대출 취급을 제한했고, 신한·하나·NH농협은행은 모기지신용보험(MCI)·모기지신용보증(MCG) 신규 가입도 막았습니다. 모기지보험 가입이 제한되면 소액임차보증금만큼 대출 한도가 줄어듭니다. 5대 시중은행이 올해 가계대출 증가 목표의 약 80%를 이미 채운 만큼 하반기 대출 조이기는 더욱 확산할 전망입니다. 
 
중저가 아파트 밀집 지역에 위치한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14단지 전용 45.9㎡는 5억원에 나왔던 매물의 호가가 며칠 새 5억5000만원으로 5000만원 뛰었습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기준 같은 평형이 이달 4일 4억1500만원에 손바뀜된 것과 비교하면 1억4000만원가량 높은 수준입니다. 이 단지에서 6억원 아래로 살 수 있는 매물은 올수리가 필요한 5억원짜리 저층 정도만 남았고, 1~2주 전에는 수리가 안 된 집도 4억7000만과 4억8000만원에 계약이 이뤄졌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전언입니다. 
 
상계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물건이 워낙 없는 데다 신혼부부 등 젊은 실수요자가 꾸준히 찾아와 집주인들은 100만~200만원 깎아달라는 요구에도 '굳이'라는 반응"이라며 "갈아타려는 집주인 입장에선 이사 갈 곳도 같이 오르니 호가를 내릴 수 없고, 토지거래허가제로 실거주 매수만 가능해지면서 전세 만기를 맞은 세입자까지 매수로 밀려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2030 몰린 외곽 소형…전문가 "중저가 강세 당분간 지속"
 
과열의 중심에는 2030세대가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5월 30대의 서울 아파트 매수는 1만4103건으로 전체 거래의 40.9%에 달했습니다. 연령별 통계 집계 이후 건수와 비중 모두 최고치입니다. 전셋값과 월세가 동반 상승하자 임대차 대신 매매를 택한 젊은 실수요자가 늘었고, 가격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 외곽 지역으로 수요가 옮겨 간 것으로 분석됩니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일대 아파트. (사진=뉴시스)
 
통계로도 외곽·소형 강세는 뚜렷합니다. 직방 분석 결과 지난달 서울 아파트 상승 거래 비중은 57.1%로 전월보다 9.4%포인트 확대됐고, 강남·광진을 뺀 23개 구로 번졌습니다. 중랑구가 63.1%로 가장 높았습니다. 한국부동산원 기준 올해 7월 첫째 주까지 노원구 누적 상승률은 6.28%로 지난해 연간(0.47%)의 13배를 넘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전용면적 40~60㎡ 구간의 매매가격지수는 지난해 말보다 6.72% 상승해 모든 면적대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거래량도 소형이 1만2787건으로 대형(951건)을 압도했습니다. 노원구 월계동 이른바 '미미삼'(미륭·미성·삼호3차) 전용 33㎡가 지난달 7억8000만원 신고가를 새로 쓴 것이 상징적입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중저가 주도 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봤습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6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6000건을 웃도는 등 통상(2500~3000건)을 크게 넘는 활발한 흐름이 유지되고 있고, 한강벨트 강세가 두드러지지 않는 대신 15억원 이하가 시장을 이끄는 구도는 변하지 않았다"고 진단했습니다.
 
다만 이번 한도 축소의 향배는 생애 최초 주택담보대출에 달렸다고 봤습니다. 남 연구원은 "현재 매수세는 생애최초 무주택자가 주도하는데, 이들마저 예외 없이 한도가 깎이는 기조가 은행권 전반으로 번지면 거래는 둔화될 수 있다"며 "청년 실수요층의 한도가 지켜진다면 자기자본 3억~4억원에 대출 3억원을 더한 9억원 이하, 특히 6억원 안팎 매물이 밀집한 서울 최외곽과 경기 비규제지역 위주로 거래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1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이자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매매 문턱에 막힌 수요가 밀려드는 임대차 시장의 구조적 불안도 우려됩니다. 올해 노원·도봉·강북·금천·관악·구로·강서 등 서울 외곽 7개구의 신규 월세 계약 중 100만원 이상 비중은 21.16%로 지난해(18.42%)보다 2.74%포인트 늘었습니다. 남 연구원은 "월세화를 부추기는 정책 요인으로 순수 전세 매물이 계속 줄어드는 구조인 데다 갱신권을 소진한 임차 수요는 늘고 신규 입주 물량은 없는 상황에서 전월세 불안이 고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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