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불안에 호주·베네수엘라까지…정유업계, 수급선 다변화 ‘총력’
SK, 호주산 초경질유 국내 첫 도입
GS, 20년 만 베네수엘라 원유 반입
“중동산 대체 불가…비율 줄일 것”
2026-07-28 13:26:19 2026-07-28 13:52:34
[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미국-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의 선박 운항 불안이 이어지면서, 국내 정유업계가 원유 수입처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중동산 원유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지만, 향후 공급 차질이 발생할 경우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급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입니다.
 
지난 4월 100만배럴의 원유를 실은 유조선 오데사호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뚫고 충남 서산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8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E&S는 호주 바로사 가스전에서 생산된 초경질유 30만배럴을 다음 달 초 인천항을 통해 국내에 들여올 예정입니다. 국내 민간기업이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통해 확보한 초경질유를 국내에 도입하는 첫 사례입니다. 초경질유는 일반 원유보다 가볍고 나프타 함량이 높아 석유화학 원료로 활용하기에 유리합니다. 회사는 이번 도입을 시작으로 국내 공급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GS칼텍스는 지난달 베네수엘라산 원유 11만배럴을 국내에 들여왔습니다. 국내에 베네수엘라산 원유가 들어온 것은 2006년 이후 약 20년 만입니다. GS칼텍스 지분 50%를 보유한 미국 셰브론이 베네수엘라 현지에서 원유 생산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향후 추가 물량을 확보하는 데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이번 물량은 본격적인 상업 도입이라기보다 경제성과 설비 적합성을 확인하기 위한 시험 성격이 강합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는 점도가 높고 황과 금속 등 불순물이 많은 초중질유로, 휘발유와 경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하려면 추가 정제 공정이 필요합니다. 또 남미에서 국내까지 운송 기간도 중동에 비해 오래 걸려, 운송비 등 경제성 확보가 관건입니다.
 
HD현대오일뱅크도 이전부터 꾸준히 수입선 다변화를 추진해 왔습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HD현대오일뱅크의 중동 외 원유 도입 비중은 46.7%로, SK이노베이션(38.5%), GS칼텍스(29.1%)보다 높았습니다. 최근에는 캐나다·페루·브라질산 원유 도입량을 추가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또 베네수엘라산 원유도 시험 도입해 국내 정제설비 적용 가능성과 경제성을 확인하는 방안을 논의한 바 있습니다.
 
정부도 수입선 다변화에 나섰습니다. 산업통상부는 지난 13일 원유 수급 상황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미국과 호주, 알제리 등의 원유 도입을 확대해 중동산 원유 비중을 중장기적으로 50% 이하로 낮추겠다고 밝혔습니다. 산업부에 따르면, 올해 1~5월 국내 원유 수입에서 중동산이 차지한 비중은 지난해 69%에서 62%로 낮아졌습니다.
 
업계에서는 비중동산 원유가 중동산보다 운송 거리가 길고 비용 부담이 큰 데다, 국내 정제설비도 중동산 원유 처리에 최적화돼 있어 중동산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이번 홍해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사태를 계기로 중동발 공급 차질이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진 만큼, 경제성을 일부 희생하더라도 수입처를 다변화할 방침입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를 거치지 않고 들여올 수 있는 알제리산 원유를 비롯해 오만산, 카자흐스탄산 등 대체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지역을 폭넓게 살펴보고 있다”며 “또 미주와 호주뿐 아니라 아프리카 등에서도 최대한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원유를 찾는 등 수입선 다변화에 힘을 쏟고 있다”고 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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