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정책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주식시장은 급등과 조정을 반복하고, 부동산시장은 규제가 나올 때마다 흔들린다. 정부는 민생 안정과 자산시장 정상화를 말하지만, 국민은 “다음 규제는 뭘까”, “세금은 더 오를까”, “투자를 계속해도 되나”를 걱정한다.
지금 경제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예측 가능성의 부족이다. 시장은 자유방임이 아니라 일관된 규칙을 원한다. 정부는 시장을 이기려 하기보다 시장이 납득할 질서를 만드는 쪽으로 돌아서야 할 때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은 기대와 불안이 뒤섞여 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 산업에 대한 기대,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의지가 주가를 밀어 올렸지만, 상승장이 길어질수록 차익실현 매물과 쏠림 현상도 커졌다. 특히 특정 대형주와 레버리지 상품에 개인투자자가 몰리면서 변동성이 커졌고, 금융당국의 관리 필요성도 제기됐다. 위험 상품에 대한 경고와 투자자 보호는 필요하지만, 정부가 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특정 상품이나 투자 흐름에 직접 개입하는 듯한 인상을 주면 투자자들은 불안해진다.
부동산시장은 더 민감하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전국 평균 9.16% 상승했고, 서울은 18.67% 올라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강남 3구와 한강 인접 지역의 상승률이 두드러졌다는 점은 부동산 불안이 서울 핵심 지역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 압력이 이어지자 정부는 대출 규제, 세제 개편, 보유세 강화 논의 등을 통해 시장을 안정시키려 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이 느끼는 체감은 단순하지 않다. 다주택자의 투기 수요를 잡겠다는 취지에는 동의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1주택 장기보유자, 은퇴 고령층, 소득은 그대로인데 집값과 공시가격만 오른 가구는 다르게 받아들인다. 이들에게 보유세 인상은 ‘투기 억제’가 아니라 ‘생활비 증가’다.
보유세 논의가 틀렸다는 뜻은 아니다. 부동산 세제를 거래세 중심에서 보유세 중심으로 조정하자는 의견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문제는 순서와 설계다. 거래세는 그대로 두고 보유세만 올리면 국민에게는 이중 부담이 된다. 보유세 강화가 필요하다면 취득세·양도세 완화와 함께 가야 한다. 그래야 집을 팔 사람은 팔고, 옮길 사람은 옮기며, 시장의 숨통이 트인다.
정책 목표가 집값 안정이라면 더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보유세 개편은 초고가·다주택·비거주 보유에 우선 적용해야 한다. 실거주 1주택자에게는 세 부담 상한을 두고, 은퇴 고령층에게는 매각·상속 시점까지 납부를 미루는 과세이연 제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거래세는 낮춰야 한다. 취득세가 높고 양도세 부담이 크면 다주택자는 버티기를 선택하고, 실수요자는 이사를 망설인다. 1주택자의 갈아타기, 고령층의 다운사이징, 다주택자의 매도에는 세 부담을 낮춰 매물이 자연스럽게 나오도록 해야 한다. 공급정책은 숫자가 아니라 입지로 말해야 한다.
주식시장 정책도 더 구체적이어야 한다. 단기 주가 부양책보다 상장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 전체 이익으로 확대하고, 물적분할 후 재상장처럼 소액주주 피해가 큰 사안에는 강한 보호 장치를 둬야 한다.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에는 세제 인센티브를 주되, 실제 주주환원 실적에 혜택을 연동해야 한다. 레버리지 상품은 금지보다 적합성 심사와 투자자 숙려 제도를 강화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시장은 규제보다 불확실성을 더 두려워한다. 지금 경제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예측 가능성의 부족이다. (이미지=챗GPT)
정책 발표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세금과 대출, 투자 규칙처럼 국민 자산에 직접 영향을 주는 제도는 최소 6개월 이상의 예고 기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정부 관계자의 발언 하나로 시장이 출렁이는 일이 반복되면, 그것만으로도 정책 리스크가 된다.
경제는 명령문보다 신뢰에 반응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센 규제가 아니라 더 설득력 있는 규칙이다. 이재명정부가 민생 안정과 자본시장 선진화를 동시에 이루려면, 시장을 가르치려 하기보다 시장이 믿을 수 있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정원호 부산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한국농식품정책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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