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 담합 과징금 철퇴…증권사 '충당금 폭탄' 우려
공정위, 낙찰금액 76조 매출산정에…업계 "입찰규모"
전원회의 의결시 충당부채 검토…올해 실적 직격 우려
담합 성립·산정 기준 두고 공방…행정소송 추진 전망도
2026-08-07 15:54:55 2026-08-07 15:54:55
[뉴스토마토 김현경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의 국고채 입찰 담합 제재가 임박하면서 증권업계가 대규모 충당금 부담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공정위가 관련 매출액을 약 76조원으로 산정하면서 최대 15조원대 과징금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가운데, 최종 제재 규모와 회계 처리 시점에 따라 올해 증권사 실적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달 말 전원회의를 열고 국고채 전문딜러(PD) 사업자인 증권사 10곳과 은행 5곳 총 15개 금융사의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와 제재 수준을 심의할 예정입니다. 공정위는 이들 사업자가 2020년 1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약 3년 6개월간 국고채 입찰 과정에서 투찰 금리와 가격, 물량 등 정보를 사전에 공유하는 방식으로 입찰 담합과 정보교환 담합을 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심사관은 해당 행위를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로 보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법인과 전·현직 임직원에 대한 고발 의견도 제시했습니다.
 
대상 금융사는 교보증권(030610), 대신증권(003540), 메리츠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016360), 신한투자증권, NH투자증권(005940), KB증권,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039490)과 국민은행, 농협은행, 기업은행, 하나은행, 산업은행입니다.
 
증권업계는 전원회의 결과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특히 증권업계에서는 전원회의 의결로 제재가 확정될 경우 충당부채 인식 여부에 대한 검토가 본격화되면서 올해 실적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이후 행정소송 과정에서 과징금 규모가 조정될 가능성이 있더라도, 제재 확정 시점의 회계 판단에 따라 비용 반영 여부가 결정될 수 있습니다. 과거 은행권 담합 사건에서도 과징금 관련 충당부채를 설정한 사례가 있어 업계는 이번 사안 역시 회계 부담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제재 결과가 나오는 순간부터 충당금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며 "규모가 상당할 경우 올해 증권사 실적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이어 "행정소송 과정에서 과징금 규모는 낮아질 가능성이 있지만, 각 회사별 부담 규모는 가담 정도와 산정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교육세 부담 확대와 더불어 해당 과징금이 올해 증권사 실적에 드리운 암초"라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실제 과징금 부담 규모를 둘러싼 공방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핵심 쟁점은 과징금 산정 기준이 되는 관련매출액을 어디까지 볼 것인지입니다. 공정위 심사관은 담합으로 영향을 받은 국고채 낙찰금액 약 76조2000억원을 관련매출액으로 산정했습니다. 입찰담합의 경우 법령상 계약금액(낙찰금액)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여기에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 기준의 최고 부과율 20%를 단순 적용하면 과징금은 최대 15조2400억원에 달합니다. 공정위 역대 최대인 퀄컴 사건(1조311억원)을 크게 웃도는 수준입니다. 다만 과징금은 시장 파급 효과와 사업자별 사정 등을 고려해 최종 산정되는 만큼 실제 부과액은 이보다 낮아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하위 부과율 구간인 10.5~15% 수준이 적용될 경우 과징금 규모가 약 8조원에서 11조4000억원대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업계는 과징금 산정 기준 자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76조원은 금융사가 얻은 수익이 아니라 입찰 규모 전체라는 이유에서입니다. 국고채 전문딜러는 정부로부터 입찰 참여 권한을 부여받는 대신 시장 조성 의무를 부담하고 있어, 국고채 인수 금액 전체를 매출로 보는 것은 실제 경제적 이익과 제재 수준 사이에 큰 차이를 만든다는 입장입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2012년 증권사 소액채권 담합 사건에서도 거래금액이 아닌 영업수익을 기준으로 과징금이 부과된 선례가 있다며 이번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단 주장도 있습니다. 영업수익 산정이 어려울 경우 법상 40억원 이하의 정액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담합 성립 여부도 주요 쟁점입니다. 업계는 국고채 시장에서 이뤄진 정보 교환이 시장 분위기와 수급 상황을 공유하는 통상적 소통이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PD들은 자체 운용 목적뿐 아니라 보험사·연기금 등 기관투자가의 주문을 대행해 입찰에 참여하는 구조여서 사전에 투찰 조건을 맞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공정위는 단순한 시장 정보 공유 수준을 넘어 투찰 금리 등과 관련한 구체적이고 빈번한 정보 교환이 있었고, 이는 입찰담합에 해당한다는 판단입니다.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연합뉴스)
김현경 기자 kh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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