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경기도지사, 추미애에게 바란다
2026-09-29 06:00:00 ㅣ 2026-09-29 06:00:00
10월7일이면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취임 100일을 맞는다. 100일은 도정의 성과를 평가하기에는 짧지만, 그 방향을 판단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추 지사는 지방선거 과정에서 “경기도지사는 중앙정부와 국회를 설득하고 31개 시·군의 이해관계를 조정할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이재명정부의 실용·민생 노선을 계승하고 도정에 모든 힘을 쏟겠다”고도 했다. 기대가 컸지만, 도정 100일의 모습은 이 약속과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무엇보다 ‘도지사 추미애’보다 ‘정치인 추미애’의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사실상 정청래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결과는 김민석 후보의 당선으로 마무리됐다. 추 지사는 축하의 메시지 대신 전당대회 다음 날에 경선 과정을 “자가면역질환처럼 위험했다”고 비판했다. 당 대표는 대통령과 집권 여당을 연결하는 국정 운영의 핵심이다. 여당 소속 광역단체장이 취임 초기부터 지도부와 불편한 관계를 만들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최근에는 심지어 대통령과도 각을 세우고 있다. 검찰개혁을 비판하며 “검찰개혁 때문에 대통령 지지율이 내려가는 것이지 다른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했고, 중수청장 임명 문제에는 “왜 내란 세력에 업혀서 전전긍긍하느냐”며 직격했다. 대통령에게 필요한 비판을 하는 것도 민주주의의 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자신의 직책은 국회의원이나 당 지도부가 아닌 경기도지사다. 도지사 말은 자신만의 정치적 소신에 갇혀 있으면 안 된다. 그것이 1400만 도민에게 어떤 결과로 돌아오는지까지 헤아려야 한다.
 
재정 문제도 마찬가지다. 추 지사는 취임 직후 경기도가 7조원이 넘는 재정 부담을 안고 있다고 밝히고 ‘재정 비상 상황’을 선언했다. 전임 지사 시절 단기간에 지방채를 다섯 차례 발행한 것도 문제 삼았다. 야당은 이재명 지사 시절 일반회계가 지역개발기금에서 대규모 자금을 차입한 것부터 따져야 한다고 공세를 강화했다. 전임 도정의 잘못이 있다면 밝혀야 한다. 그러나 책임 공방이 길어질수록 재정 개혁은 미래의 설계가 아니라 과거의 정치가 된다. 지금 도민이 궁금한 것은, 누가 곳간을 비웠느냐가 아니다. 앞으로 무엇을 줄이고, 무엇을 지키며, 어떻게 새로운 재원을 마련할 것인가이다. 산후조리비와 같은 복지비 삭감으로 이어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더욱이 지금은 전직 도지사들과 싸울 때가 아니라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필자는 충남도와 인천, 서울 등 광역자치단체에서 10년 가까이 지방행정을 경험했다. 그 과정에서 절감한 것이 있다. 지방행정은 혼자 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중앙정부를 설득해 국비를 확보하고 국회에서 법과 예산을 만들어야 한다. 시장·군수와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지방의회와 시민사회를 설득해야 한다. 그래서 광역 단체장에게는 정치적 선명성보다 ‘관계의 행정’과 ‘협치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지난 21일 경기 의정부시 경기도청 북부청사에서 열린 2026 더불어민주당 경기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13년 4월 충남도청 내포신도시 신청사 개청식 장면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당시 안희정 지사는 민주당의 대표 정치인이었고 박근혜 대통령과 정치적 뿌리와 철학이 달랐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에게 두 차례 개청식 참석을 요청했다.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지방 행사로 충남을 찾자, 허리를 깊이 숙여 맞이했다. 정치적 이해로만 따진다면, 반대 당 소속인 박 대통령을 비판하고 공격해 선명성을 부각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안 지사는 자신의 본분에 충실했다.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버린 것이 아니라 충남 도민의 이익을 위해 예를 갖춘 것이다. 대통령이 충남을 찾아 지역의 미래를 이야기하고 중앙정부가 지역 발전에 관심을 가지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 도지사의 일이기 때문이다. 추 지사에게도 이런 자세가 필요하다. 대통령과 생각이 다르면 만나 설득하면 된다. 관계가 불편한 당 대표에게 먼저 손을 내밀 수도 있다. 야당 국회의원도 찾아가고 자신을 비판하는 시장·군수와도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것이 바로 도민을 위한 도백의 책임이다.
 
추 지사는 스스로 물어볼 필요가 있다. 지난 100일 동안 ‘추미애의 정치’를 더 많이 했는가, ‘경기도의 행정’을 더 많이 했는가. 경기도지사는 대권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아니다. 1400만 도민의 오늘을 책임지는 자리다. 정치인은 말로 평가받지만, 도지사는 성과로 평가받는다. 그 성과의 기준은 추미애의 정치적 미래가 아니라 경기 도민의 오늘과 내일이어야 한다. 앞으로 도지사 본분에 더 집중해 주실 것을 경기 도민으로서 간청한다.
 
장훈 전 청와대 연설행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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