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노조 차량 출입금지 현대삼호…법원 "부당노동행위"
차량 없이 노조 활동 어려운 조선소서 '차량 금지'
차량 중요성 알고도 출입 조건 협의조차 안 해
법원 "노조 활동에 지배·개입한 부당노동행위"
2026-09-01 17:09:18 2026-09-01 17:41:25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HD현대삼호가 하청 노조의 방송차량 출입을 전면 제한한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조선소 규모상 차량 없이는 노조 활동이 어렵단 점에서 사 측이 노조 활동에 지배·개입하려 했다는 점도 인정됐습니다.
 
전남 영암군 HD현대삼호 조선소. (사진=HD현대삼호)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이상덕)는 지난달 27일 현대삼호가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현대삼호의 방송차량 출입 제한은 2024년 5~6월 노조 활동을 제약하던 일련의 조치 중 하나였습니다. 당시 현대삼호 하청업체 구조조정 반대 투쟁을 벌였던 금속노조 전남조선하청지회 지회장과 부지회장이 고용승계를 거부당한 것이 발단이었습니다. 현대삼호는 두 사람이 더 이상 사업장에 종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업장 출입을 막았고, 선전용 방송차량 출입 역시 불허했습니다.
 
이후 노동위원회는 두 사람에 대한 고용승계 거부와 사업장 출입 제한 조치를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로 판단했습니다. 이에 사측은 두 사람의 출입 자체는 다시 허용했으나, 사업장 비종사자의 출입 횟수를 제한하고 방송차량 출입을 불허한 방침은 유지했습니다.
 
금속노조는 이 같은 조치가 지배·개입에 해당하는 부당노동행위라며 노동위에 구제 신청을 냈고, 노동위는 방송차량 출입 불허 조치에 대해서도 노조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법원 역시 노조 차량의 출입을 전면적·획일적으로 막은 행위는 단결권을 침해하는 지배·개입 부당노동행위라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먼저 축구장 약 300개에 달하는 조선소 면적(210만㎡)과 종사자 수 등을 고려해 “차량을 이용하지 않고 사업장에서 노조 활동을 하는 데에는 상당한 제약이 따른다”고 짚었습니다. 
 
이어 노조의 방송차량 출입으로 사 측의 시설관리권이 침해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노조는 주로 사 측이 허용한 시간대와 장소에서 현수막을 펼치거나 구호를 외치는 등의 선전 활동을 해왔는데, 이러한 선전 활동에 추가로 방송차량이 이용된다는 사정만으로 사업장 내 통행이 방해받거나 시설관리에 구체적인 위험이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실제로 사업장에 2025년 3월 외부 차량 1600여대가 출입한 사실을 고려하면, 여기에 노조 방송차량 1대가 추가된다고 해 시설관리에 유의미한 지장이 발생할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재판부는 “나아가 사 측은 방송차량의 월별 출입 횟수를 제한하는 방법도 가능하다”며 “그런데도 사 측은 이러한 대안적 방안을 마련하거나 제시하지 않은 채 노조의 차량 출입을 전면적·획일적으로 제한했을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재판부는 현대삼호가 과거 원청 노조와의 교섭 과정을 통해 방송차량의 중요성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재판부는 “사 측은 과거 원청 노조에 관해도 방송차량의 출입을 금지했다가, 원청 노조가 2001년경부터 지속적으로 방송차량의 출입을 요구하자 수년에 걸친 교섭과 법적분쟁을 거쳐 결국 원청 노조의 방송차량 출입을 허용했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사 측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이 사건 사업장의 규모로 인해 방송차량이 노조 활동에 필요하다는 사실과 방송차량의 출입을 시설관리권과 조화시키기 위한 방법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데도 사 측이 이미 축적된 기준과 경험을 활용해 노조와 방송차량 출입의 조건을 진지하게 협의하지 않은 채 장기간 차량 출입을 전면적·획일적으로 제한했단 점에서 사 측의 지배·개입 의사를 추단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노조 측을 대리한 이예인 변호사(법무법인 여는)는 “차량 없이는 조합원 면담도 불가능한 조선소에서 사 측은 자전거 타고 다니라는 등 현실성 없는 태도로 일관했다”며 “하청 지회의 투쟁이 부담스러우니 활동을 못 하게 하려는 사 측의 의도가 법원에서 지배·개입 의사로 인정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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