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과세 넉 달 앞으로…해외거래소·개인지갑 '형평성' 숙제
CARF 포착 범위 제한…해외거래·DEX 등 과세 사각지대 우려
"빈틈 알고 과세하면 형평성 깨져"…성실 신고자 부담 지적도
2026-09-02 14:44:00 2026-09-02 17:27:30
 
[뉴스토마토 전연주 기자] 내년 가상자산 과세 시행을 앞두고, 실제 과세 대상 거래를 얼마나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지가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국내 거래소와 달리 해외 거래소를 비롯해 개인지갑, 탈중앙화거래소(DEX)를 이용한 거래는 파악하기 어려워, 과세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2일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의 '가상자산 세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잠재적 과세 대상 가상자산 활동은 109억달러(약 15조원)로 분석 대상국 가운데 11위를 기록했습니다.
 
국내에서는 내년 1월1일부터 가상자산을 양도하거나 대여해 발생한 소득에 세금이 부과됩니다. 연간 손익에서 250만원을 공제한 뒤 20%의 소득세를 매기는 구조로, 지방소득세를 포함하면 실질 세율은 22%입니다.
 
문제는 투자자들의 거래가 국내 거래소 안에서만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해외 거래소와 개인지갑, DEX 등을 넘나들면, 과세당국이 전체 거래 흐름과 실제 손익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미지=챗GPT)
 
정부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암호화자산 보고체계(CARF)를 활용할 예정인데요. CARF는 가상자산사업자가 이용자의 인적 사항과 거래 정보를 과세당국에 보고하고 이를 국가 간 자동으로 교환하는 제도입니다.
 
그러나 CARF만으로 모든 거래를 확인하기는 어렵습니다.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전 세계 온체인 잠재적 과세 활동 가운데 CARF를 통해 포착할 수 있는 비중은 약 14%에 그쳤습니다. 나머지 86%는 DEX·P2P(개인 간 송금) 거래와 온체인 소득·결제 등 실질적으로 CARF의 적용 범위 밖에 있습니다.
 
게다가 국가별 CARF 참여 시점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과 영국, 일본, 독일 등은 오는 2027년부터 정보교환을 시작하지만, 싱가포르와 홍콩, 스위스, 아랍에미리트(UAE)는 2028년, 미국은 2029년부터 참여할 예정입니다. 시행 시점의 차등으로 인해 과세 첫해부터 모든 해외 거래 정보를 확보하기는 어려운 실정입니다.
 
업계에서는 이런 정보 격차가 국내 거래소 이용자와 해외 거래소 이용자 간 과세 형평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해외 거래소 거래까지 과세당국이 모두 잡아내기는 어렵다"며 "결국 자기 신고제이기 때문에 개인이 신고해야 하는 구조"라고 지적했습니다. 국내 거래소를 통한 거래만 상대적으로 투명하게 드러날 경우 성실 신고자나 국내 거래소 이용자가 오히려 불리해지고, 해외 거래소로의 이동 유인을 키울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또 다른 쟁점은 취득가액입니다. 해외 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을 매수해 국내 거래소로 옮겨 매도하거나 여러 개인지갑을 거친 경우 최초 취득가격과 실제 손익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전문가들도 과세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제도를 시행할 경우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봅니다.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 학회장은 "국내 시장은 확실하게 거래 자료 입수가 가능하지만 해외 거래소에서 거래하는 사람들의 자료를 모두 확보할 수 있는지가 문제"라며 “CARF 역시 국가별 참여 시점에 차이가 있고 실제 정보 교환이 원활하게 이뤄질지는 가봐야 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세금은 빈틈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 일단 과세를 시작하고 나중에 채우겠다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그렇게 되면 형평성 문제가 깨지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과세당국이 포착하기 어려운 거래 경로가 이미 존재하는 만큼 이를 그대로 둔 채 국내 거래만 상대적으로 쉽게 과세할 경우 성실 신고자에게 부담이 집중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전연주 기자 kiteju10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