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게임업계 노사 쟁점 '부상'
블리자드, 1900명 단협에 AI 활용 노사 교섭 명문화
게임 종사자 72% 업무에 AI 활용…일하는 방식도 변화
국내 논의는 아직…노동계 "AI 활용 전반 협의 필요"
2026-09-14 15:34:10 2026-09-14 15:38:31
[뉴스토마토 전연주 기자] 게임업계의 인공지능(AI) 활용이 개발 효율화를 넘어 고용과 노동조건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미국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가 직장 내 AI 활용을 노사 교섭 대상으로 명문화한 가운데, 국내에서도 AI 도입이 향후 새로운 노사 협상 의제로 떠오를지 주목됩니다.
 
14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블리자드 직원 약 1900명은 최근 모회사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약 2년간의 교섭 끝에 단체협약을 비준했습니다. 대상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오버워치', '디아블로', '하스스톤' 등 게임 개발 조직을 비롯해 품질보증(QA), 플랫폼·기술 등 노동자입니다.
 
눈에 띄는 것은 AI 관련 조항입니다. 이번 협약에는 직장 내 AI 활용에 대해 회사가 노조와 논의하고 평가 및 교섭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는데요. AI 사용 자체를 제한하기보다 AI 활용 과정에서 노사가 관련 영향을 함께 논의할 수 있는 틀을 마련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게임업계에서 AI 활용이 노사 협의의 새로운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지=챗GPT)
 
국내 게임업계에서도 AI 활용 범위는 빠르게 넓어지고 있습니다. 코드 작성과 버그 수정뿐 아니라 기획, 아트, 번역·현지화, 품질관리(QA) 등 개발 과정 곳곳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5 게임종사자 노동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게임업계 종사자의 72.0%가 실제 업무에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게임업계에서는 AI 확산을 곧바로 인력 대체와 연결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나옵니다. 현재로서는 인력을 대체하기보다 업무 효율을 높이는 방향에 가깝다는 설명입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같은 시간에 퀄리티를 올리는 작업에 사용하는 게 현재 AI의 가장 큰 역할"이라며 "채용 과정에서도 AI를 얼마나 잘 쓰는지를 평가해 뽑으려는 쪽에 가깝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채용 감소 역시 회사의 경영 상황 등 여러 요인이 얽혀 있어 AI와 단순히 연결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다만 직군에 따른 온도차는 감지됩니다. 또 다른 게임업계 관계자는 "그래픽적인 부분은 여전히 사람의 창작이 중요하지만 기본적인 단순 코드는 AI가 훨씬 빠르고 잘 잡아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개발 직군에서는 향후 인력 축소에 대한 우려가 상대적으로 클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노동계에서는 AI가 가져오는 생산성 향상과 별개로 업무량과 고용에 미칠 영향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오세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IT위원장(네이버지회장)은 "AI 기술을 많이 쓰다 보니 (기존보다) 더 많은 일들이 부여되기도 한다"며 "채용도 약간 덜 하려는 경향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 위원장은 AI 활용을 노사 협의 대상으로 다룰 필요성도 강조했습니다. 그는 블리자드와 같은 협의 장치에 대해 "앞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고용이나 일하는 방식에 있어서 되게 영향을 많이 끼칠 만한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전반적으로 AI 활용에 대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국내 IT·게임업계에서 AI 문제를 단체교섭 의제로 다루거나 사 측과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하는 사례는 아직 본격화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동안 게임업계의 AI 경쟁은 개발 기간 단축과 생산성 향상에 초점이 맞춰져 왔습니다. 하지만 AI가 개발 현장의 업무 방식과 필요한 역량에 영향을 미치면서 AI 활용이 향후 고용과 노동조건을 둘러싼 새로운 노사 협상 의제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전연주 기자 kiteju10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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