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뉴스토마토 하주화 기자] 울산 지역 기초의회들이 내년도 의정비를 많게는 15%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지역사회의 눈살이 곱지 않습니다. 물가 인상을 반영한 처우 현실화가 명분이지만, 각 지자체의 재정자립도가 하락하는 등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상황에서 제시된 두 자릿수 인상폭을 두고 쓴소리도 나옵니다.
12일 울산 지역 의정비심의위원회 잠정안에 따르면 남구를 제외한 4개 구·군이 월정수당을 두 자릿수 비율로 대폭 올리는 안을 마련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동구와 북구가 15%, 중구와 울주군이 13%의 인상률을 적용했습니다. 현재 가장 높은 월정수당을 받는 남구는 3.5% 인상안을 냈습니다. 의정비는 월정수당과 의정활동비(150만원)로 구성됩니다.
이번 잠정안이 그대로 확정되면 내년도 울산 기초의원들의 연간 총 의정비는 남구와 울주군이 약 5400만원, 중구 약 5330만원, 북구 약 5290만원, 동구 약 5230만원 수준으로 오르게 됩니다.
일부 지자체 누리집에 공개된 의정비심의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가파른 물가 인상이 있었음에도 의정비는 그만큼 오르지 않았다는 점을 인상 이유로 들고 있습니다. 또 생계나 생활고 걱정 없이 본연의 의정 활동과 지역 현안 연구에 집중하려면 최소한의 경제적 안정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현행 지방자치법 시행령은 지자체의 주민 수와 재정 능력, 의정 활동 실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월정수당을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울산 5개 구·군의 올해 재정자립도는 4년 전인 2022년과 비교해 모두 하락했습니다. 울주군이 3.4%포인트 떨어졌고, 남구(-2.8), 중구(-2.6), 동구(-2.2), 북구(-1.2) 순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이들 기초단체는 최근 직원 월급 주기도 빠듯한 상황이라며 울산시에 조정교부금 인상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
특히 중구와 동구는 재정자립도가 10%대(중구 14.4%, 동구 16.3%)에 불과하고 인구수도 14만~20만명대 초반으로 나머지 구·군보다 적음에도 두 자릿수 인상안을 냈습니다. 이번 월정수당 일제 인상 움직임이 결국 남구와의 격차 해소를 통한 상향평준화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실제 이번 안대로 의정비가 인상되면 기존 월 의정비 수령액이 가장 많았던 남구(약 5280만원)와 적었던 동구(약 4770만원) 간 격차는 약 500만원에서 170만원 안팎으로 크게 좁혀집니다. 심의위 측은 의원 1인당 담당 주민수는 큰 차이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취약한 자체 수입 기반을 덮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입니다.
월정수당 인상률이 공무원 보수 인상률(3.5%)을 초과한 4개 구·군은 지방자치법에 따라 공청회를 열고 2차 심의를 거쳐 법적 기한인 이달 말 최종 확정하게 됩니다.
김지훈 울산시민연대 정책국장은 “지자체의 열악한 재정 현실과 엇박자를 내는 두 자릿수 고율 인상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가뜩이나 지역 기초의원들의 조례 발의 활동 등이 저조한 상황에서 이번 인상이 진행되면 기초의회에 대한 주민 불신만 커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습니다.
한편 광역의회인 울산시의회는 지난 6일 의정비심의위를 열고 월정수당을 3.5% 인상하면서 연간 의정비를 약 6920만원으로 결정했습니다.
울산=하주화 기자 j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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