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 미비…가상자산 과세 '유예론' 확산
정부, 20일 5대 거래소·닥사 의견 청취
거래유형별 기준·해외 세원 포착 등 과제 여전
업계 "1월 시행 무리"…정치권도 유예론
2026-10-19 16:10:52 ㅣ 2026-10-19 16:11:33
[뉴스토마토 전연주 기자]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가상자산 과세를 다시 미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시행까지 두 달여 밖에 남지 않았지만 취득가액 산정부터 스테이킹·에어드롭 등 거래유형별 과세 기준, 해외 거래소와 개인지갑의 세원 포착까지 풀리지 않은 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입니다.
 
19일 가상자산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0일 업비트·빗썸·코인원·디지털엑스·고팍스 등 5대 원화 거래소와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 관계자들을 만나 가상자산 과세에 대한 업계 의견을 청취할 예정입니다.
 
현행 소득세법상 가상자산을 양도하거나 대여해 얻은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되는데요. 연간 250만원을 공제한 뒤 20%의 세율이 적용되며 지방소득세를 포함하면 22%입니다. 지난 2020년 도입된 이 제도는 과세 인프라 미비 등을 이유로 세 차례 유예돼 내년 1월1일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내년 1월1일 가상자산 과세 시행을 앞두고 과세 인프라 미비 문제가 다시 유예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미지=챗GPT)
 
업계는 과세 시행에 앞서 세부 기준부터 명확해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해외 거래소와 개인지갑의 거래정보 확보, 스테이킹·에어드롭 등 새로운 거래 유형에 대한 과세 기준 등 과세 산정에 있어 많은 부분이 불명확한 상황"이라며 "기준이 명확해진 뒤 거래소도 과세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데, 물리적인 준비 시간이 부족해 유예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취득가액 산정을 가장 큰 문제로 꼽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여러 거래소와 개인지갑을 오간 거래 내역을 소급해 추적하기 어렵고, 타 거래소나 해외 플랫폼의 거래 이력까지 연동할 기반도 부족하다는 건데요.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세부 과세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거래소가 자의적으로 해석해 과세자료를 만들면 나중에 납세자와 과세당국 사이에서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며 "현재 상태로는 1월 시행은 무리라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일부 과세 기준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세청은 스테이킹·에어드롭·하드포크 등은 거래 명칭보다 경제적 실질을 따져 양도나 대여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한다는 입장이지만, 스테이킹 등 일부 거래 유형에 대해서는 재정경제부와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도 과제가 남아 있다고 지적합니다. 김완용 한양사이버대 교수는 "새로운 거래 유형을 기존 양도·대여 중심의 과세체계만으로 다루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거래 형태에 따라 소득의 발생 원인과 귀속 시점 등이 다른 만큼 세부적인 과세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해외 거래소와 개인지갑 거래의 세원을 어느 수준까지 파악할 수 있을지도 문제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암호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CARF)를 통해 국가 간 거래정보 교환이 이뤄지더라도 개인 간 지갑 거래 등은 포착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김 교수는 "정부가 시행하겠다고 하면 과세 자체는 가능하겠지만, 해외 거래소로 자산을 옮긴 사람을 어떻게 찾아낼 것인지 등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며 "시행 이후 과세 공백과 형평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도 "개인적으로는 내년은 너무 빠르다고 본다"며 국내 거래소와 달리 해외 거래소 거래를 충분히 파악하지 못할 경우 과세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정치권에서도 추가 유예론이 확산하고 있는데요. 야당에 이어 여당에서도 과세 시점을 사실상 2029년으로 늦추는 법안이 추진되면서 해외 거래정보 확보와 과세 인프라를 먼저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편 국세청은 현행법에 따라 내년 시행을 전제로 과세 시스템 등 실무 준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재경부와 협의를 거쳐 구체적인 과세 기준을 담은 고시도 다음 달 발표할 계획입니다.
 
정부가 시행 준비를 이어가는 가운데 업계와 정치권에서 유예 요구가 커지면서, 남은 두 달여 동안 과세 인프라를 보완할 수 있을지가 향후 시행 여부를 가를 핵심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전연주 기자 kiteju10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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