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신메모리는 공모장 이후에도 주가가 크게 올랐다가 최근 상승분을 거의 반납했는데 그럼에도 현 주가 순자산 비율이 22.7배다. 연내 메모리 신기술 개발을 호언장담했지만 미국과 국내 증시에 파장을 일으킨 것과 달리 정작 회사 주가는 직접 발표한 호재에 반응하지 않았다. 비정상적인 주가 프리미엄에 대해 시장이 자각하는 듯하다.
반면 삼전닉스는 폭락했다. 120만원대로 추락한 SK하이닉스 PBR은 한때 장중 3.4배, 삼성전자가 20만원대에서 2.4배였다. SK하이닉스 추정 PER이 3.6배다. 주가 순이익비율과 순자산비율이 거의 비슷해졌다. 현 주가 수준에 머문다면 SK하이닉스 PBR은 수개월 내 2배 수준까지 낮춰질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 시총 상위 LG에너지솔루션 PBR은 4.2배, 삼성전기 8.7배, 현대차 0.6배, KB금융 0.9배, 삼성바이오로직스 6.5배다. 업종 대장주들의 주식 평가 폭이 0에서 8까지 넓어, 2배가 국내장에서 저평가된 수준인지는 단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재무적으로 보자. SK하이닉스의 올 반기 영업활동현금이 별도 기준 82조원이다. 상반기 반영된 감가상각비(무형자산 포함)는 6조4000억원 남짓인 반면, 현금흐름표를 산출할 때 현금화되지 않은 장부상 흑자인 금융상품평가이익 62조3000억원을 깐깐하게 차감했다. 거품을 걷어내고도 본업에서 82조원 현금이 들어왔다. 다만, 상반기 17조원의 설비투자를 집행하고, 향후 대기 중인 60조원 규모의 추가 투자 약정이 다소 부담스럽게 여겨진다. 일각의 주장대로 2028년에 업황이 꺾인다면, 지금의 폭락은 주가 정상화 과정으로 볼 수도 있겠다.
인수합병(M&A) 시장 관점에서 보자. SK하이닉스 시총은 대략 930조원. 최대주주 특수관계인 합산 지분은 20.5%다. 단순히 계산하면, 191조원어치 주식보다 1주만 더 있으면 SK하이닉스 최대주주가 된다는 얘기다. 지난 3분기에 연결 당기순이익 93조원을 벌었다. SK하이닉스를 인수하기 위해 191조원 플러스 알파를 투자하고도 1년 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물론 적대적 M&A가 일어난다면 주가는 순식간에 뛰겠지만 현 주가가 저평가 된 사실은 분명하다. 메모리 3위 마이크론은 PER 12.2배, PBR 7.4배다. 이에 비해 SK하이닉스는 당장 적대적 M&A가 가능할 정도로 헐값이나, 국가핵심기술이라는 산업기술보호법상 방어막 덕에 연명하는 셈이다.
중국발 악재가 시장을 짓누르지만 숫자는 정직하다. 연말이면 저평가될 것이고 내년엔 PBR 1배 수준에 도달할 수도 있다. 1배가 돼도 외국인이 이탈한다면, 그것은 회사의 수익창출력이나 기술경쟁력 문제가 아니라 거버넌스 탓임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당장 솔리다임 중복상장 이슈가 걸려 있다. 한쪽에선 솔리다임 공장이 중국에 있어 미국 규제로 증설이 어렵기 때문에 미국 상장을 통해 해결한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상장을 통해 회수할 돈과 미국 규제만 보이고 기존 주주는 안중에 없는 건가. 이는 종목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증시 전반에 코리아디스카운트를 가중시킬 이슈다. 미국 상장 효과가 기존 주주에게도 유리하다면 풍문에 대한 조회공시로 간 볼 게 아니라 주주를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10월에 자사주 방어가 끝날 때를 기다려 외국인이 집중적으로 매도하고 창신메모리가 악재를 던져 저점 잡기에 들어간 게 아닌지 의심마저 든다. 그 공격 빌미를 제공한 것은 회사다.
현 정권 들어 자본시장 제도는 상당히 개선됐다. 디스카운트 요인을 근본 해소할 정도는 아니지만 성과들을 나열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규제는 강제성이 부족하다. 이행 여부는 제도를 활용하는 시장 주체들에 달렸고, 상장사 스스로가 자각해야 할 과제다. 기업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기관과 개인 등 시장 참여자들의 의식 먼저 바뀌어야 한다. 종목이 잘못하면 참여자들은 대주주에게 책임을 물어야 잘못을 저지를 수 없는 시장이 조성된다. 주가가 내려간다고 정부를 탓하는 건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다. 기업은 잘못을 정부에 떠넘기고 여론 뒤에 숨기 때문이다.
이재영 자본시장정책부 선임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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