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네이버(
NAVER(035420)) 노동조합이 본사와 15개 계열사를 아우른 통합교섭을 요구하며 집단행동에 나섰습니다. 네이버의 사용자 지위를 둘러싼 노동위원회 판단을 앞두고 본사가 통합교섭을 수용해야 한다고 재차 촉구한 겁니다. 네이버는 계열사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할 권한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전국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는 21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사옥 1784에서 '통합교섭, 행동의 날' 집회를 개최했습니다. 노조는 지난 8월 통합교섭을 공식 요구한 이후 두 달이 지나도록 사측이 교섭 요구 사실조차 공고하지 않는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날 집회에서 노조는 "본사가 개별 계열사의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하거나 결정할 권한이 없다"는 사측의 답변이 담긴 대형 공문을 찢는 퍼포먼스를 진행했습니다.
노조는 네이버가 계열사들의 주요 경영과 인사, 재무 등에 실질적인 결정권을 행사하면서도 교섭에서는 개별 법인이라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회사가 평소 강조하는 '팀네이버'라는 경영 기조와 달리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과정에선 계열사별 '쪼개기' 교섭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전국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가 21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사옥 1784에서 '통합교섭, 행동의 날' 집회를 개최하고 사측의 답변을 찢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현장 발언에 나선 최창훈 네이버클라우드 교섭위원은 "우리 임금과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진짜 사용자는 네이버 본사"라며 "인사와 재무, 보상 체계, 사업 재편과 매각까지 핵심 결정 등 모두 본사가 내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본사 합의가 나오기 전까지 안조차 내놓지 못하다가, 본사 합의가 나오면 불과 한 달 안에 모든 법인이 같은 문구로 합의하는 기형적인 비효율이 반복되고 있다"며 "경영할 때는 하나의 회사처럼 움직이면서, 책임질 때는 수십 개의 법인으로 쪼개져 남남인 척하는 껍데기 교섭은 당장 중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노조는 네이버 본사가 그동안 실제로 결정해 온 공통 의제는 통합교섭에서 다루고, 법인별로 특수한 사정은 보충 교섭을 통해 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매년 수십 차례 반복되는 개별 교섭을 통합해 교섭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계열사 처우 격차도 완화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미 동종 IT 업계인 스마일게이트와 엔씨소프트가 여러 계열사를 묶어 통합교섭을 진행하고 있고, 넥슨 역시 모회사 단체협약이 자회사에 연동되는 구조를 안착시켰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네이버가 통합교섭 요구 사실 공고를 하지 않으면서, 노조는 지난 2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시정신청을 접수했습니다. 오는 22일 경기지노위에선 노조의 시정신청 이후 처음으로 대면 심판회의가 열릴 예정입니다. 노조는 계열사들의 지분 구조와 매출 종속성, 인사 이동, 노동조건 결정 과정 등 네이버의 실질적 지배력을 입증하는 2000쪽 분량의 자료를 경기지노위에 제출했다고 전했습니다.
오세윤 네이버지회 지회장은 "오늘 모인 조합원의 행동과 그동안 진행한 서명운동에 담긴 현장 목소리는 당사자인 우리가 통합교섭을 얼마나 절실히 원하는지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라며 "경기지방노동위원회가 형식적인 법인격 뒤에 숨은 진짜 사용자 네이버의 책임을 명확히 인정해서, 법이 현재 살아 움직이고 있음을 증명해 주시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