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사가 생보사보다 투자운용 잘했다는데...
2025-08-18 15:49:02 2025-08-18 17:51:23
 
[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올해 상반기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의 투자 손익 희비가 엇갈렸습니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대형 손해보험사들은 올해 보험 손익이 줄었지만, 투자 손익으로 만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주요 생명보험사들은 견조한 보험 손익을 냈음에도 금리 변동에 따른 평가손익 악화로 투자 손익이 감소하며 전체 순익에 타격을 받았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보험 부채 만기 따른 운용 전략 차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주요 손보사 5곳(삼성화재·DB손해보험·메리츠화재·KB손해보험·현대해상)의 연결 기준 합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4조7969억원) 대비 7.08% 증가한 5조1363억원입니다. 
 
보험 손익이 악화했지만, 투자 손익 상승 분으로 손실 폭을 줄일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됩니다. 같은 기간 보험사별 투자 손익은 △삼성화재 4590억원(+22.4%) △DB손해보험 6992억원(+78.1%) △메리츠화재 6004억원(+51.9%) △KB손해보험 2278억원(+260.4%) △현대해상 2817억원(+154.2%) 입니다. 
 
이에 반해 비슷한 시기에 실적을 발표한 주요 생보사들은 투자 손익의 감소로 견조한 보험 손익마저 발목이 잡혔습니다. 각사별 투자 손익은 △삼성생명 8308억원(-11.8%) △한화생명 2141억원(-12%) △동양생명 613억원(-26.7%) 등으로 전반적으로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이는 보험 부채 만기(지급)에 따른 투자 운용 전략의 차이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됩니다. 생보사는 금리 변동에 대비해 국고채 등 안전자산 비중을 늘리며 '자산·부채 종합관리(ALM)' 전략을 강화하고, 손보사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단기채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추구합니다. 
 
상대적으로 단기 보험 부채에 대응해야 하는 손보사들은 국고채보단 유동성에 용이한 현금성자산이나 유가증권, 단기채권, 구조화채권 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위험자산 투자 비중을 늘리거나 처분이익을 통해 이익 폭을 크게 늘려 유동성을 확보하는 전략을 씁니다. 
 
생보사는 짧으면 10년, 길면 20~30년의 보험 부채에서 발생될 현금 흐름을 복제해 금리 차익으로 수익률을 확보하는 전략을 펴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보험 부채 듀레이션(만기 조정)이 긴 생보사는 손보사보다 금리 하락에 따른 타격이 크기 때문에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초장기 채권을 선호하는 경향을 띕니다. 
 
기준금리가 오를 경우 기존 보유한 채권의 평가이익은 하락하지만, 신규 발행 채권금리가 연동해 올라 보험사의 투자 수익률이 개선됩니다. 반대로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기존 보유 채권 가격이 상승하고 신규 채권 수익률 악화를 초래합니다. 
 
"회사별 전략 차이 세분화되는 투자 운용 환경"
 
보험업계에서는 손·생보사 간 투자 전략이나 포트폴리오 차이보다는 개별 보험사들의 투자 손익 기저효과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 생보사 중에는 △신한라이프 956억원(+169.3%), △미래에셋생명 366억원(+200%), △교보생명 7083억원(+19.5%) 등 투자 손익이 증가한 곳들도 있었습니다. 
 
이들은 다른 생보사와 달리 금리 변동성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유가증권 중심의 평가손익 개선과 인프라, 부동산 등 대체투자를 확대했습니다. 전통적인 손보사의 투자 전략을 쓴 생보사들이 투자 손익에서 선방한 것인데요. 앞으로 회사별 운용 전략 차이가 손·생보사를 넘어 더욱 세분화될 것을 암시하는 대목입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개별 회사 포트폴리오 차이를 알기도 힘들고, 이런 현상이 단순히 손보사와 생보사 차이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금리 변동에 대한 영향이 투자 손익에 영향을 끼치는데, 각 보험사마다 보유한 채권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평가손익이 달라지는 원리가 작동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투자 전략은 포트폴리오 영향도 없진 않겠지만, 보험사마다 편차가 크기도 하고 그보다는 직전 투자 손익의 기저효과로 봐야 할 것 같다"고 봤습니다. 그는 "손보사도 일반보험과 자동차보험 외에 장기 상품에 대한 계약을 많이 늘려와 안전자산을 늘려야 하는 입장이 됐고, 생보사도 손보사가 쓰던 전략으로 손실 위험을 헷지(해소)하는 곳들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앞으로 투자 운용 전략은 개별 보험사별로 더욱 뚜렷한 차이를 보이게 될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사진=픽사베이)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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