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세우기부터 가짜뉴스까지…'유튜브 권력' 천태만상
진보·보수 가리지 않고 정치 유튜브 문제의식 공유
유튜브 허위사실 유포, 정보통신망법상 규제 '유력'
2025-09-10 17:55:55 2025-09-10 19:32:37
[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규제 사각지대를 틈타 유튜브가 정치권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권력 줄 세우기의 수단이 되는 한편 허위사실 유포의 장이 되기도 합니다. 진보와 보수 진영 모두 정치 유튜브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정보통신망법상 규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과방위, '정치 유튜브 규제' 청원 심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10일 청원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정치 유튜브 채널의 차별 발언에 대한 제재 및 규제 방안 마련에 관한 청원'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국민동의 청원은 공개된 후 30일 이내에 5만명의 동의를 얻으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부쳐집니다. 해당 청원은 총 5만2879명의 동의를 얻었습니다. 
 
청원을 올린 정씨는 "기존 대중 매체였다면 자격 미달로 자체 정화되고도 남았을 수준의 방송 콘텐츠가 실질적으로 기존 대중 매체 이상의 역할을 하는 유튜브 세상에선 아무런 제한 없이 수익을 거둔다"며 청원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대상을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으로 파악됩니다. 지난 5월26일 유시민 작가가 출연해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배우자를 향해 "고등학교밖에 나오지 않은 노동자 여성이 대통령 후보의 배우자가 될 정도면 성공한 삶을 산 거 아니냐. 하늘을 나는 기분일 것"이라고 말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습니다. 
 
해당 유튜브 채널에 이목이 쏠리는 건 정치권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야권에선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당선은 지지층을 움직인 김어준씨 유튜브 덕이라는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이에 여권에서도 유튜브 채널의 입김이 세지는 걸 경계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여도 야도 정치권 유튜브 영향력 ↑
 
곽상언 민주당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어준씨 유튜브에 출연하지 않은 민주당 의원) 65명 중 한 명의 의원이 저 곽상언"이라며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우리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다고도 했습니다. 곽 의원이 발언과 함께 인용한 기사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김씨 유튜브에 출연한 국회의원은 119명으로 한 번도 출연하지 않은 민주당 의원은 65명뿐입니다. 
 
비단 진보 진영의 고민만은 아닙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당선 연설에서 "당원들의 압도적 지지와 새로운 미디어 환경의 승리"라고 밝혔습니다. 장 대표는 전당대회 초반 낮은 지지율을 보였지만, 강성 당원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당선됐습니다. 이런 강성 당원을 움직인 건 유튜브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12·3 비상계엄을 거치며 극우 유튜버의 대명사가 된 전직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직전 "국민의힘 주인이 당원이듯, 전한길뉴스 주인은 구독자"라며, "장동혁 후보를 지지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영향력이 커진 전씨가 전당대회 합동 토론회에서 유튜브 방송을 하며 "배신자"를 연호하는 등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지만 당시 강성 당원의 지지를 얻고 있던 일부 후보들은 전씨에 대한 비판을 피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10일 정치 유튜브 규제에 대한 청원을 심사했다. 사진은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대표 김어준씨가 지난해 12월13일 과방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모습. (사진=뉴시스)
 
 
'언론중재법 아닌' 정보통신망법상 규제 논의
 
허위사실 유포 문제도 심각합니다. 일부 극우 인사는 유튜브에 출연해 '이재명 대통령 소년원 복역설', '안동댐 성범죄 설' 등 각종 가짜 정보에 증거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해당 허위사실은 이미 유포자가 2023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죄로 벌금 600만원을 선고받은 상황입니다. 
 
유튜브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지만, 기성 언론사가 운영하는 채널이 아닌 이상 허위조작 정보의 유포를 막을 제도적 장치는 마땅치 않습니다. 이에 민주당 언론개혁특별위원회는 정보통신망법을 통해 규제한다는 방침입니다. 언론특위 간사를 맡은 노종면 의원은 지난 8일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규율 대상에 채널에 대한 일정 기준을 적시해, 문제가 생길 경우 규제하는 방안을 담아 법을 만들기로 했다"고 했습니다. 
 
'유튜브 내 허위 조작 보도'는 현재 추진 중인 언론중재법 개정안 내 규율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에는 정치인, 고위 공직자 등이 언론을 상대로 거액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한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언론 단체는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정부에서 일부 유튜브를 언론으로 규정하는 상황에서 기성 언론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입니다. 최근 대통령실은 일부 유튜브를 대통령실 출입기자단에 포함시켰습니다. 
 
이날 청원을 심사한 과방위 소속 한 의원은 "유튜브에 제재를 가하는 건 기본권 침해 소지도 있고 일률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라며 "우선 유튜브처럼 여러 플랫폼별 규정과 해외 사례 등을 살피고 글로벌 기준에 맞추는 방안을 논의해보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심사에 참여한 또 다른 의원은 "유튜브는 정보통신망법으로, 언론중재법과 섞지 않고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고 했습니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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