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올해 주요 금융주 주가가 최대 70%대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카카오뱅크(323410)만 연초 대비 한 자릿수 상승에 그치며 홀로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금융지주들이 주주환원 확대 정책을 발판으로 주가 반등에 성공헸으나 카카오뱅크는 성장 모멘텀이 약화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카뱅, 포트폴리오 다변화 시급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316140) 주가는 종가 기준 연초 1만5290원에서 이달 6일 기준 2만6300원으로 약 74% 상승했습니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지주(055550)는 4만7750원에서 7만8800원으로 65% 올랐고,
하나금융지주(086790)도 5만6800원에서 9만6200원으로 69% 뛰었습니다.
KB금융(105560)지주는 8만3400원에서 12만9000원으로 55% 올랐습니다. 반면 카카오뱅크는 2만950원에서 2만1750원으로 3.8%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통상 금융주는 대표적인 저평가 종목이자 배당주로 꼽힙니다. 과거와 달리 금융지주들이 분기배당을 실시하면서 연말 높은 배당을 노린 쏠림 현상은 줄었지만 주주환원율이 높다는 점에서 투자 매력도가 높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더욱이 주요 금융지주가 이번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배당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KB금융의 경우 3분기 주당 배당금을 930원으로 결정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17% 늘어난 규모입니다. 여기에 자사주 매입·소각 등이 더해져 올해 주주환원율이 국내 금융지주 중 처음으로 50%대를 넘어 54%에 달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신한금융도 역대 최대 순이익을 바탕으로 주주환원 정책에 속도를 내면서 올해 주주환원율 46% 달성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하나금융 역시 3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주주환원율 50%를 조기에 달성하기 위한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과 주당 920원의 분기 현금배당을 발표했습니다. 우리금융은 상대적으로 주주환원율이 35%에 그치고 있지만 올해 결산배당부터 비과세 배당을 실시할 예정으로 개인 주주들은 원천징수(15.4%) 없이 배당금을 모두 수령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주주환원율 추가 상승에 대한 신뢰감이 높은 상황에서 정부의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과 기준금리 인하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더해져 금융주의 강세를 이끈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기준금리는 지난해 말 3.00%대비 0.5%p 낮은 2.50% 수준으로 통상 기준금리가 내려가는 국면에서는 대출 수요가 회복되며 은행의 순이자마진(NIM)과 이자이익이 개선될 여지가 커집니다.
반면 카뱅은 이러한 정책 환경의 수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수익 구조 악화입니다. 카뱅은 플랫폼 기반 금융사이고 대부분 수익인 대출의 90% 이상이 주택담보대출 중심의 이자이익에서 발생하고 있는 수익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이자 중심 수익구조로 운영하기 때문에 금리와 가계부채 규제 변화에 직접적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카뱅 3분기 이자이익은 3204억원으로 경비 차감 전 영업이익(3458억원)의 90%가 훌쩍 넘었습니다. 이자이익 비중이 70%대인 우리금융(79.9%)·하나금융(78.6%)·KB금융(76.7%)·신한금융(75.3%)와 대조되는 모습입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은 기업대출·자산관리·투자금융 등 비이자 부문 확대를 통해 수익 다변화가 가능하지만, 카뱅 중·저신용자 대출 중심의 포트폴리오에서 건전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구조적 제약을 안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수익구조 악화에 따라 공매도 베팅금액이 늘면서 주가 하방 압력도 키우고 있습니다. 6일 카뱅의 거래대금 대비 공매도 비중은 41.92%에 달해 코스피·코스닥 전 종목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5%대에 머물던 공매도 비중은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20%대를 넘어서는 등 빠르게 증가했습니다. 이는 실적 부진을 계기로 하락에 베팅하는 세력이 늘었다는 의미입니다.
투자자 심리가 악화하면서 카뱅 주주들 사이에서는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한 소액주주는 "다른 은행주들은 두 자릿수씩 오르는데 카뱅은 제자리"라며 "금리 인하나 배당 정책 같은 긍정 요인도 카뱅에는 먹히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카뱅 "투자자산 운용 등 힘쓸 것"
시장에서는 카뱅이 단기적으로 주가 반등을 위해서는 비이자 수익 확대와 명확한 신규 성장 동력 제시가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단순 이용자 수 증가만으로는 주가 상승을 견인하던 초기 성장 단계가 끝났다는 평가입니다. 반면 카뱅이 보유한 사용자 기반 경쟁력과 플랫폼 확장성은 여전히 중장기 잠재력으로 꼽히는 만큼 수익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옵니다.
카뱅은 향후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통해 주가를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입니다. 윤호영 카뱅 대표는 올해 초 연임에 성공하면서 주가를 끌어올리겠다며 오는 2027년까지 자기자본이익률(ROE) 15% 달성이라는 목표 아래 기업가치 제고 전략을 추진하겠다 밝힌 바 있습니다.
카뱅은 향후 신성장 동력 발굴에 더욱 집중하겠다고 전했습니다. 수신을 투자자금으로 활용하기 위해 자산운용 역량을 강화하고 증가하는 투자금융 자산에 발맞춰 내년 말까지 자산운용 프로세스를 전면 개선할 계획입니다. 또한 수수료 수익 확대 차원에서 체크카드 사업에도 힘을 싣을 예정입니다. 체크카드 기반 결제와 제휴사 플랫폼 비즈니스를 핵심 축으로 삼는다는 전략입니다.
퇴직연금 시장 진출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퇴직연금 사업 관련 경력 직원을 모집하면서 사업성 검토를 추진하고 있는데요. 매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퇴직연금 시장에 진출, 플랫폼 경쟁력과 투자·자산운용 역량을 활용해 퇴직연금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노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카뱅 관계자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며 "기업대출 포트폴리오 확대, 투자자산 운용, 지급결제 등 각 부문을 강화해 실적 개선에 힘쓸 것"고 밝혔습니다.
올해 주요 금융주 주가가 최대 70%대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카카오뱅크만 연초 대비 한 자릿수 상승에 그치며 홀로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서울 용산구 카카오뱅크 고객센터에서 일하는 직원의 모습. (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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