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공범 이미지·시장 악화에 공인중개사 '이중고'
주택 경기 부진에 신뢰 하락까지
중개사, 개업보다 휴·폐업 더 많아
2023-04-24 06:00:00 2023-04-24 06: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전세가격이 매맷값을 웃도는 '깡통전세'와 '전세사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공인중개사도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수익성이 감소한 상황에서 일부 공인중개사들의 전세사기 가담 행위까지 발생하면서 신뢰성 하락 우려가 나온 까닭입니다.
 
문제는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이하 한공협)의 법정단체 지정을 비롯해 불법 행위에 가담한 개업공인중개사를 처벌하거나 지도·감독하기 위한 공인중개사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정체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서울 시내 공인중개소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백아란 기자)
 
현재 한공협은 윤리규정 제정과 회원을 지도·감독하고 거래 질서 교란 행위를 단속할 수 있는 권한이 없기 때문입니다. 앞서 작년 10월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국회의원과 여·야의원 24명은 한공협을 법정단체로 승격하고, 공인중개사가 개설 등록을 할 경우 협회에 의무 가입하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지만 관련 법안은 현재 국회에 표류 중인 상황입니다.
 
최근 연립주택과 다세대 등 빌라를 대거 사들인 후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은 이른바 '빌라왕', '건축왕' 등의 전세사기로 피해를 입은 세입자들이 잇달아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임대차 시장을 둘러싼 불안정성이 높아졌지만, 이를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는 것입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금리 인상 기조와 거래 절벽도 중개 업계에 직격탄을 가했습니다. 부동산 거래에서 발생하는 중개수수료가 주 수입원인 만큼, 수익성 감소에 직면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2월 전국 주택 거래량은 7만7490건으로 조사됐습니다.
 
주택 거래량은 중도금 대출 분양가 상한 기준 폐지 등 정부의 전방위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 대책에 힘입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1월(5만228건)보다는 늘었지만 전년 동기(8만5733건)에 견주면 9.61% 감소한 수준입니다.
 
한공협, 법정단체화 표류에 조사권 없어 한계 
 
고금리로 대출이자 부담이 늘어난 가운데 전세사기 우려까지 커지며 임대차 시장에서의 전세 비중도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부동산 정보업체 경제만랩이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서울 빌라 전·월세 거래 2만7617건 중 전세는 1만4903건을 기록했습니다.
 
전세 비중은 54.0%로 관련 통계를 발표한 201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연구원은 "깡통전세와 전세사기 등의 문제로 빌라 전세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전세 비중은 점점 줄고 있는 분위기"라고 평가했습니다.
 
(표=뉴스토마토)
 
미분양과 매물 적체와 같은 하방요인이 짓누르면서 폐업이나 휴업에 돌입한 공인중개사도 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전국에서 새롭게 문을 연 중개업소는 1341곳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협회가 월별 개·폐업 현황을 집계하기 시작한 2015년 이래 월간 기준으로 역대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폐업을 선택한 공인중개소는 1340곳으로 한 달 전보다 15.9% 증가했으며 권리금을 받거나 세입자를 구하기가 어려워 휴업을 택한 곳도 123곳에 달했습니다. 시장 악화로 더 이상 영업을 이어가지 못하고 폐·휴업(1463곳)을 결정한 곳이 개업 건수보다 더 많은 셈입니다.
 
업계에서는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로 임대료, 인건비 등을 감당하지 못한 공인중개사가 늘고 있다면서 전세사기로 공인중개사에 대한 이미지가 추락하고 불신이 커진 점도 우려 요인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한공협 한 관계자는 "주로 도시지역을 중심으로 휴폐업이 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인천 미추홀구 등 전세사기가 많이 발생한 지역의 경우) 일부 중개사들의 일탈로 인해 열심히 일하는 중개사들이 피해를 보고, 신뢰 하락에 대한 걱정도 많다"라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이어 "분양대행사나 컨설턴트 등 단속의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의 불법·무등록 중개행위를 막고 부정행위를 단속하기 위해선 법정단체화가 필요하지만, 현재로서는 협회 차원에서 조사·관리·감독을 할 권한이 없어 한계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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