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반도체’, 구광모 ‘소재’, 최태원 ‘배터리’, 정의선 ‘전기차’…미국행 총수들 총력전
삼성, 미 반도체법 보조금 독소조항 완화 과제
LG, 전기차 배터리 및 핵심 소재
SK, 배터리 분야 IRA 보조금 문제
현대차, IRA전기차 보조금 요건 완화 과제
2023-04-24 15:06:57 2023-04-24 17:32:41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들이 총출동합니다. 이에 따라 미국과의 각종 산업 이슈를 어떻게 풀어갈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 등을 통해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강화하는 만큼, 국내 기업의 피해를 줄이는 게 당장의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인데요.
 
24일 재계에 따르면 4대 그룹 총수를 비롯해 국내 기업인 122명으로 구성된 경제사절단은 이날부터 5박7일간의 방미 기간 미국 정·재계 관계자들과 두루 만나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합니다. 경제사절단에는 이재용 회장과 최태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가 대거 포함됐습니다. 4대 그룹 마다 최대 관심사 다른 만큼 정·재계 인사를 대상으로 각사의 현안 해결을 피력할 전망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구광모 LG회장.(사진=연합뉴스)
 
이재용, 미 반도체법 보조금 문제…구광모,전기차 배터리 소재 협력 과제
 
우선 이재용 회장은 미 정부의 반도체법 보조금 문제를 풀어야 할 숙제를 안게 됐습니다. 앞서 미국은 반도체 기업의 미국 내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5년간 총 527억 달러(약 69조5000억원)를 지원키로 했는데요. 반도체 보조금 지급 신청 조건으로 기업에 기밀 정보 제공, 초과이익 환수, 중국 투자 제한 가드레일 조항 등 무리한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현재 삼성전자는 170억달러(약 22조5000억원)를 투입해 미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어 보조금 신청이 유력한 상황입니다. 다만 미 정부의 무리한 조항 때문에 최종 결정을 망설이고 있는데요. 삼성전자가 보조금을 수령하지 않을 경우 미국 주도 공급망을 벗어나려 한다는 시그널을 줄 수도 있어, 이 회장의 선택지는 넓지 않은 처지입니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은 이번 방미 기간 동안 미측과 기밀 자료 제출 범위 최소화 등 합의점을 도출해야 할 과제를 지니게 됐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가 보조금 신청을 위해 미측에 사전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한미 정상회담이 우리 반도체 업계에 대한 무리한 규제를 완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구광모 LG회장은 전기차 배터리와 핵심 소재 등을 놓고 미측의 적극적인 협력을 요구할 전망입니다.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은 IRA 배터리 보조금으로 혜택을 볼 수 있단 전망이 나오는데요. 전기차 시장의 폭발적 성장에 힘입어 배터리 판매가 급증한 데다, 미국 IRA 시행으로 세액공제가 적용되면서 수익성이 한층 향상된 상황입니다.
 
다만 당장은 IRA 시행으로 수혜를 보더라도, 장기적으로는 2025년부터 핵심광물을 우려국가에서 조달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은 IRA 규정이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큽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핵심 광물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데요. 우리 배터리 업체들이 광물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을 때까지 시간적 유예를 확보하거나 세부 규정 적용을 유연화하는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최태원 SK회장(오른쪽)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최태원, 배터리 분야 IRA 보조금 혜택...정의선, 전기차 보조금 제외 과제
 
최태원 SK회장은 특히 배터리 분야에서 IRA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미측과의 우호 관계를 다질 것으로 보입니다. SK온은 지난해 11월 현대차그룹과 '북미 전기차 배터리 공급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맺은 바 있는데요. 업계에선 최 회장이 공급망 다변화와 완성차 업체들과의 협력 강화를 모색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반도체의 경우 SK하이닉스가 미 반도체법 보조금 신청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독소조항 우려를 해소하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미국 투자와 관련해 아직 공장부지도 결정하지 않았지만 보조금을 안받을 순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는데요. 최 회장 역시 이 회장과 마찬가지로 미 정부의 기밀 자료 제출 범위 최소화 및 가드레일 조항을 완화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습니다.  이와 함께 최 회장은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활동차 2개국 정도를 추가 방문한 뒤, 다음 달 초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IRA 전기차 보조금과 관련해 미측의 요건 완화 협조를 구하는 데 주력할 전망입니다. IRA는 최종적으로 북미에서 조립된 전기차에 대해서만 세액공제 형태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걸 골자로 하는데요. 미 정부가 지난 17일(현지시각) 밝힌 보조금 지급 대상 전기차 16종(하위 모델 포함 22개)에는 현대차·기아 차량이 모두 제외됐습니다.
 
반면 독일 폭스바겐은 IRA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빠졌다가 요건을 충족해 다시 적용대상으로 지정됐습니다. 외국업체로는 처음으로 보조금 혜택을 받게 된 겁니다. 이에 따라 정 회장이 IRA에 따른 국내 자동차 업계의 보조금 제외 문제를 풀어낼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다만 방미 기간 중 총수들이 미측과의 협상에서 난항을 겪을 수 있단 일각의 전망도 나옵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은 지난 18일 미측의 '전기차 보조금' 대상에 현대·기아차가 제외된 것과 관련해 "우리 전기차 수출에 대한 타격은 생각보다 크지 않고 어느 정도 선방했다"고 자평했습니다. 이어 IRA 문제에서 미측의 전향적인 협조를 얻어내지 못했다는 지적과 관련 "현대차의 미국 내 전기차 판매가 크게 타격을 받지 않고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며 "배터리 수출에 있어선 저희가 혜택을 받는 나라가 됐다"고 일축하기도 했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대통령실이 '전기차 보조금 제외는 타격이 크지 않고, 배터리는 수혜'라고 언급한 상황에서, 총수들이 해당 문제를 적극적으로 꺼내긴 어렵지 않겠느냐"고 지적했습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 두 번째부터),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사진=연합뉴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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