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LG디스플레이가 '사업 고도화'로 환골탈태의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하반기에 반등을 꾀하겠다는 게 내부 목표입니다. 사업구조 고도화를 위해 대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사업의 하이엔드(최고급) TV 시장 내 입지 강화와 중소형·차량용 디스플레이 수주 강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LCD(액정표시장치)의 경우 중국발 저가 물량 공세에 수익성 확보가 어려워진다고 판단해 LCD사업 비중을 줄여나갈 계획입니다. 동시에 OLED사업의 경우 차별화 제품을 강화하고, 투명·게이밍 OLED 등 시장창출형 사업에도 주력하겠다는 복안입니다. 아울러 수주형 사업 비중을 늘려 미래 준비에 역량을 기하겠단 각오입니다. LCD사업의 구조조정 등이 본격화되는 하반기에는 OLED 사업이 본격 궤도에 올라 흑자전환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3일 LG디스플레이에 따르면 TV, IT(정보통신) 제품 중심의 수요 부진으로 올 1분기에도 1조98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전방 산업의 강도 높은 재고 조정 장기화 및 계절적 비수기에 따른 제품·매출 출하 감소, 사업구조 고도화를 위한 LCD TV 사업 축소의 여파 등에 따른 것인데요. 4개 분기 연속 적자를 낸 LG디스플레이로서는 사업구조 고도화를 가속화하고, 고강도 비용 감축 활동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LG디스플레이 본사.(사진=연합뉴스)
대형 OLED, 하이엔드 TV 시장 내 입지 강화 목표
이에 따라 LG디스플레이는 하이엔드 TV시장 강화라는 전략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휘도(화면 밝기), 소비전력 등 근본 경쟁력을 강화한 차별화 제품의 라인업 확대와 원가 혁신을 통해 프리미엄 TV 시장 내 입지를 지속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OLED 경쟁력을 기반으로 투명과 게이밍 OLED 등 시장 창출형 사업 추진도 가속화한다는 계획인데요. 이를 위해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초 신기술인 '메타(META) 테크놀로지'로 현존 OLED TV 패널 중 가장 밝은 2100니트(HDR 기준)를 달성한 3세대 OLED TV 패널을 발표했습니다. '메타 테크놀로지'를 적용해 기존 대비 휘도를 60%, 시야각은 30%까지 획기적으로 향상시킨 것이 특징입니다.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OLED 비중은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1000달러 이상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OLED의 점유율(매출 기준)은 지난해 31.6%로 처음으로 30%대를 넘었습니다. 지난 2019년 20%, 2020년 24%, 2021년 29% 등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추세입니다.
주력 시장인 유럽과 북미에서는 이미 프리미엄 주류가 OLED로 넘어가고 있는데요. 대표적 선진시장인 서유럽에서는 지난해 1000달러 이상 TV 중 OLED 비중이 51%를 차지했으며, 북미도 44%를 기록했습니다.
두번째로 중소형·차량용 디스플레이 등 수주형 사업을 70%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LG디스플레이 측은 수주형 사업의 전사 매출 비중이 올 들어 40%대 초반까지 확대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향후 2~3년 이내에 70% 수준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요.
올해 추가 양산 예정인 고부가 가치 모바일 제품 출하를 확대해 나가는 한편, 차량용(Auto) 디스플레이의 수주와 매출 성장으로 실적을 견인하겠다는 전략입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현재 투자가 진행 중인 태블릿 PC용 OLED 등 중형 OLED 부문에서는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2024년 양산·공급체제를 차질없이 준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김성현 LG디스플레이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지난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전방 산업의 실판매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당분간 패널 수요가 세트 판매를 하회하는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상반기를 저점으로 하반기부터는 산업 생태계 전반의 재고건전성 회복에 따른 패널 구매 수요 증가 및 모바일 제품 출하 증가 등 수주형 사업 성과 확대로 하반기 중 흑자 전환을 기대한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OLED패널로 만든 자동차 계기반.(사진=연합뉴스)
스마트폰·차량용 디스플레이, 매출 비중 40% 돌파 전망
디스플레이 및 증권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의 스마트폰과 차량용 디스플레이가 포함된 모바일 등 제품의 매출 비중은 2021년 26%에서 2022년 31%에 이어 올해 처음으로 4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같은 기간 모바일 등 제품의 매출액도 지속 증가해 올해 약 10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입니다.
먼저 아이폰용 OLED 패널 공급량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DSCC에 따르면, 아이폰14 OLED 패널 중 LG디스플레이의 비중은 7개월 연속 증가해 3월에는 36%를 기록한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LG디스플레이가 지난해 10월부터 프리미엄 라인업인 '아이폰 14 프로맥스'에 고급형 패널인 LTPO(저온다결정산화물) OLED 패널을 다량 출하한 영향이라는 분석입니다.
DSCC는 올 하반기 예정된 아이폰15 시리즈에서는 LG디스플레이의 패널 점유율이 보다 확대될 것으로 분석했는데요. 전작의 경우 LG디스플레이의 누적 점유율은 18%로 추정되며, 아이폰15에서는 28%까지 오를 것이라는 예상입니다. LG디스플레이는 아이폰15 프로와 프로맥스에 LTPO OLED 패널을 공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주형 사업의 한 축인 차량용 디스플레이의 경우 성장세가 가파르다는 평가입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차량의 전동화로 완성차 업체들의 신차 개발 기간이 3~4년 정도로 짧아진 흐름 속에서 2022년 오토 패널 수주잔고가 전년 대비 60% 가량 증가한 약 16조원을 기록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큰 폭의 신규 수주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자동차의 전장화 트렌드로 스크린 탑재가 늘면서 차량용 디스플레이의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연간 차량용 디스플레이 수주 금액도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나갈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습니다.
LCD 한계 해결, 본격화되는 하반기 반등 예고
이에 따라 LG디스플레이는 OLED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며 하반기에 흑자전환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기존 LCD에서 수주형 사업인 OLED로의 성공적으로 전환할 경우, 안정적인 사업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LCD는 이미 경쟁 심화로 한계 사업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분야입니다.
업계에선 올해 상반기 LCD TV 사업 축소에 따른 라인 가동중단과 OLED 패널 가동률 부진 등으로 적자가 불가피할 전망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다만 반등 시점으로는 하반기를 주시하고 있는데요. 아이폰15용 OLED 공급 점유율 확대와 LCD 사업 구조조정 영향으로 올해 4분기에는 흑자전환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김동원 연구원은 "향후 수 년간 애플의 LG디스플레이 공급 의존도 확대는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아이폰15 프로 시리즈(Pro, Pro Max)에서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 공급 점유율은 65%로 추정된다. 처음으로 1위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어 "2024년 LG디스플레이 영업이익은 애플 OLED 공급 점유율 확대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고 했습니다. 김 연구원은 "2024년 LG디스플레이 영업이익은 애플 OLED 공급 점유율 확대 효과로 8080억원으로 추정, 2년 간(2022~2023년) 대규모 적자 이후 3년 만에 큰 폭의 실적 개선이 전망된다"고 언급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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