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11월 오픈AI의 챗GPT가 나오며 인공지능(AI)이 대중 앞에 구체화됐다. 인터넷과 모바일 혁명 이후 일상의 현실 속으로 성큼 다가온 AI 대전환은 세상에 적지 않은 충격파를 안겼다. 여파가 여전한 가운데 지난달에는 중국 딥시크 출현으로 산업계는 또 한 번 출렁이고 있다. 엔비디아의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에 전세계가 줄을 서는 사이 딥시크는 고성능 GPU가 수반돼야 한다는 통념에 균열을 내며,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파워를 앞세운 채 오픈소스 전략에 기반한 AI 모델을 내놨다.
AI는 모든 분야를 혁신할 잠재력을 지닌 파괴적 기술로 불린다. AI 확산은 저성장 국면을 맞은 세계 경제에 활력을 제고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과 중국이 AI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총성없는 전쟁을 펼칠 수밖에 없는 근본적 이유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틀째 AI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중국은 경쟁자이고 다른 나라도 경쟁하고 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AI를 미국이 하는 것이다. 비상사태 선언을 통해 많은 도움을 주겠다"고 언급했다. 초대형 AI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 '스타게이트'도 발표했다. 4년간 약 700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은 어떠한가. AI에 쏟아붓겠다고 예고한 자금이 690조원에 이른다. AI를 포함한 슈퍼컴퓨터,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자원 투자에 올해 39조원을 책정하기도 했다. 'AI 행동 정상회의'를 유치한 프랑스도 가세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1090억유로, 우리 돈으로 약 160조원 규모의 AI 분야 민간 투자를 유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2027년까지 AI 세계 3대 강국(G3)이 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하지만 AI 투자 규모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올해 673조3000억원 가량인 정부 예산 중 AI 관련은 전체의 0.27%인 1조8000억원에 불과하다. 미국 스탠퍼드대가 발간한 'AI인덱스 2024'에 2023년 기준 한국의 민간투자액은 13억9000만달러로 나타났다. 미국(672억2000만달러)과 중국(77억6000만달러)에 크게 뒤처진다.
투자 규모가 AI 경쟁력의 척도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이들과 경쟁할 수 있는 토대인 기본 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한 AI 스타트업 대표는 "미국, 중국이 투자하는 것의 최소 10분의1만큼이라도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현재 국내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력도 AI 기초 인프라가 받쳐줘야 비로소 꽃을 피울 수 있다.
AI 패권경쟁에서 밀릴 경우 AI G3 달성은커녕 경제 성장마저 힘들어질 수 있다. AI 골든타임의 종은 이미 2년전 챗GPT와 함께 울렸고, 이제 딥시크로 메아리쳐왔다. AI 투자, 이제 더는 미뤄져선 안된다.
이지은 테크지식산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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