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명태균 '거짓의 산'
"보름간 국민 속였다"…명태균의 자백
2025-02-14 06:00:00 2025-02-24 15:57:46
야 6당 의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명태균 특검법을 의안과에 접수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명태균 게이트 진상조사단장, 정춘생 조국혁신당 원내수석부대표,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사진=뉴시스)

12·3 비상계엄의 트리거(방아쇠). 진실 은폐를 위한 기억의 조작술. 내란 우두머리(수괴) 부부 등 보수진영 인사들과의 은밀한 거래. 벌거벗은 임금님을 만든 장본인. 무속 공동체의 민낯을 까발린 정치 협잡꾼. 장님 무사와 앉은뱅이 주술사를 정국 한복판에 소환한 미륵보살. '김건희 자아'를 뺏은 명태균씨 얘기다. 
 
일명 '명태균 특검'(명태균 관련 불법 선거개입 및 국정농단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지난 11일 발의됐다. 윤석열발 친위 쿠데타가 발발한 지 70일 만이다.  
 
헌정사상 첫 '30대 당대표→0선 대통령' 미스터리 
 
시작은 <뉴스토마토>의 지난해 9월 5일자 '김건희 여사, 4·10 총선 공천 개입' 보도. 파장은 컸다. 첫 단독 보도의 작은 균열이 윤석열정부의 추악한 가면을 벗겼다. 한낱 정치 브로커에 불과한 명씨의 칼춤. 공천·국정 개입은 물론, 여론조작 의혹까지. 민주주의는 무너졌다. 법치주의도 파괴됐다. 
 
기행 정치를 일삼은 윤석열씨는 끝내 '벌거벗은 임금님'으로 전락했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가장무도회를 끝낸 영부인은 '한국판 레이디 맥베스'로 변신했다. 그야말로 아수라 게이트다. 공산전체주의 세력을 운운하던 내란 수괴는 인지 부조화 상태로 치달았다. 무속 판타지에 사로잡힌 영부인은 광기에 사로잡혔다. 이 모든 판을 뒤엎을 카드는 비상계엄. 그마저도 실패했다. 마지막 기회다. '도대체 왜, 비상계엄을'이라는 수수께끼를 풀.
 
키는 명태균 특검. 야 6당(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이 발의한 명태균 특검의 내용은 △2022년 지방선거·재보궐선거, 22대 총선 등 선거 개입 △불법·허위 여론조사 무상 제공에 따른 공천 거래 △대우조선해양 파업·창원국가산업단지 지정 개입 등이다. 핵심은 민주주의를 흔드는 불법 선거 의혹. 
 
명씨도 자백했다. 그는 명태균 게이트가 한창이던 지난해 10월,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국민의힘 경선을 언급, "대한민국 국민을 보름간 속였다"고 했다. 이후 헌정사상 첫 '30대 당대표(이준석)→0선 대통령(윤석열)'을 만들었다. 그는 "이준석 대표를 만들고 나서 대통령 만드는 게 별거 아니다. 제일 쉽다"고 했다. 매직인가. 불법인가. 
 
명태균의 '황금폰'…판도라 상자
 
하나부터 열까지 미스터리다. 의문투성인 '오세훈·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과정. 20대 대통령선거(대선)를 앞두고 '미래한국연구소'가 확보한 국민의힘 56만8000여명의 당원 명부. 이 중 당원 1만1495명을 대상으로 한 지지성향 분석. 오염된 표본을 통한 2차 가공 의혹. 
 
이뿐만이 아니다. 김건희가 손 뻗은 2022년 6·1 국회의원(경남 창원의창) 보궐선거. 윤석열 무상 여론조사를 대가로 한 김영선(전 국민의힘 의원) 공천. 박완수(경남도지사)·김진태(강원도지사) 등 지방선거(제8회) 공천을 둘러싼 보이지 않는 손.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롯해 홍준표 대구시장,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등 정치권을 흔든 27명의 명태균 리스트. 명씨를 수족 부리듯 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까지. 합리도 이성도 거세된 절대왕정의 유물 같은 비상식.
 
기괴한 미스터리를 풀 마지막 단서는 명태균 황금폰. 그조차도 12·3 비상계엄 선포 이유로 "황금폰에 쫄아서"라고 말했다. 창원지검이 명씨의 황금폰을 바탕으로 수사보고서를 작성한 것은 지난해 11월 4일. 검찰은 한 달 뒤인 12월 1일 증거은닉 혐의로 명씨에 대한 추가 기소 가능성을 흘렸다. 이튿날 명씨 변호를 맡은 남상권 변호사는 창원지검에 출석했다. 명씨는 12월 3일 "부끄러운 아버지는 될 수 없다"며 처음으로 특검을 촉구했다. 직후 '내란 공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비화폰을 통해 두 차례 통화했다. 공교롭게도 불과 반나절 뒤인 12월 3일 22시 23분 윤씨는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우연의 일치인가. 또 다른 음모론인가. '내가 구속되면 정권이 한 달 안에 무너진다'고 한 명씨는 지난해 10월 구속 직전 "내가 했던 일의 '20분의 1'도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감춰진 95%. 필요한 건 실체 규명. 명씨는 두 개의 '거짓된 산'으로 <뉴스토마토>와 김영선 전 의원 회계책임자 강혜경씨를 꼽았다. 비루한 세 치 혀는 그만. 보름간 속인 주체와 대상을 밝히시라. 알고도 감춘 자가 범인이다. 법치, 가벼이 보지 마시라.
 
최신형 정치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