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계, 행동 돌입…변수는 '호남 민심'
노무현·문재인, 압도적 호남 지지 '효과'
"이길 사람만 뽑는다" 호남 민심 관건
2025-02-18 18:02:32 2025-02-21 09:20:13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광명=차철우 기자] 비명(비이재명)계가 '조기 대선'을 향한 본격적인 행동에 돌입했습니다. 비명계 잠룡들은 한자리에 모여 연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견제하는 모습인데요.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 '세몰이'에 나선 겁니다. 비명계의 대선 행보 변수는 '호남 민심'입니다.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호남에서 파괴력을 갖지 못하면 동력을 상실하는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입니다. 
 
 
박용진(왼쪽부터) 전 의원, 김부겸 전 국무총리, 양기대, 김두관 전 의원이 18일 경기 광명역 웨딩홀에서 열린 '희망과 대안' 포럼 출범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개헌·통합' 고리, 비명계 총출동
 
비명계 대선주자들은 18일 광명역 KTX 웨딩홀에서 열린 '희망과 대안 포럼' 창립식에 총출동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포럼 좌장을 맡은 양기대 전 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대선주자인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두관 전 민주당 의원, 박용진 전 민주당 의원 등 비명계 원외 인사가 다수 참석했습니다. 이들의 매개는 '개헌'과 '통합'입니다. 이 대표의 행보에 맞서는 메시지를 내겠다는 의지로 읽힙니다. 
 
김 전 총리는 "헌정 질서를 수호한 여러 세력 하나로 모으는 더 큰 연대 정치 펼쳐야 한다"며 "개헌 로드맵을 제시하고 국민과 약속해야 한다. 개헌에 국민 염원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다양성, 민주성, 포용성을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 이 3가지가 사라진 민주당에는 미래가 없다"며 "탄핵을 마무리 짓고 갈라지고 찢어진 국민 마음을 안정시키려면 헌정질서를 수호한 여러 세력을 하나로 모으는 더 큰 연대의 정치를 펼칠 때만 가능하다"고 촉구했습니다.
 
김 전 의원도 개헌의 필요성을 설파했습니다. 그는 "헌법을 개정해 제왕적 대통령제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4년 중임제 분권형으로 국회와 지방정부에 강력히 권한을 이양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그러면서 "87년 체제 당시 여야가 합의해 두 달 만에 (개헌을) 국민 투표에 부쳤다"며 "이재명 대표가 결단하면 가능하다"고 촉구했습니다. 이 대표는 최근 이른바 '우클릭'을 하면서도 개헌에는 거리를 두는 모습입니다.  
 
양 전 의원과 박 전 의원은 연대와 포용의 중요성을 설파했습니다. 양 전 의원은 "한 명의 리더가 아니라 국민 당원과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며 "민주적 통합당을 위해 지도부가 민심과 당원 바람을 잘 수용하길 촉구한다. 그래야 시대적 과제이면서 탄핵의 완성인 정권교체 시행이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박 전 의원은 '탄핵 연대 라운드 테이블'을 통한 통합도 거론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2023년 9월 서울 영등포구 63빌딩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뉴시스)
 
파괴력 발휘는 '미지수'
 
다만 호남의 지지세가 변수로 꼽힙니다. 과거부터 호남은 민주당 권리당원의 상당수가 포진한 텃밭으로 분류되는 지역입니다. 민주당으로서는 호남을 잡아야 대선 승리가 가능한 '전략적 요충지'인 셈입니다.
 
호남은 과거부터 '이길 수 있는 사람'만 뽑아 왔습니다. 결국 호남에서 확실한 표를 확보해야 대선 승리가 가능한 겁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새천년민주당 대선 후보 시절인 2002년 경선 당시 호남 경선에서 승리한 이후 '노풍(노무현 돌풍)'을 몰고 왔습니다. 당시에도 '전략적 선택'이 주요 변수로 작용했습니다. 새천년민주당의 '정체성'을 바꿔야 한다는 바람이 불었던 겁니다. 당시 당원들 사이에서도 세력 교체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주를 이뤘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설 수 있었던 이유도 호남 민심 덕분입니다. 지난 2016년 총선에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당시 국민의당 소속)이 이끌던 국민의당이 총선에서 호남의 대부분 지역을 차지했습니다. '반문(반문재인) 정서'가 발현됐던 겁니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은 연일 호남에 문을 두드렸습니다. 김정숙 여사를 통해 호남 지역민들과 소통한 결과입니다. 결국 반문재인 정서를 극복해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등극했습니다. 지난 2012년 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문 전 대통령은 "광주와 전남이 문재인을 민주당 후보로서 정통성을 부여해줬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최근 비명계 잠룡들은 잇따라 호남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이달 들어 김 전 총리와 김 전 의원,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 차례로 호남을 찾았습니다. 
 
특히 김 지사는 경기지사에 당선된 이후 호남을 14차례나 찾았습니다. 비명계 잠룡들이 연속해서 호남을 방문하는 건 호남에서 지지를 받아야 '이재명 1극 체제'를 흔들 수 있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다만 이들의 호남행이 파괴력을 발생시킬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다만 이 대표에게도 '호남 홀대론'이 다시 불거지는 모양새입니다. 그간 이재명 체제에서 지적된 호남 지지도 약세가 대선의 '약한 고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당 지도부가 영남 출신 인사를 선발에 힘을 준 것도 호남 홀대론을 부추긴 영향도 일부 있습니다. 특히 공천 과정에서 친문(친문재인)계 등이 배제되면서 이재명 일극체제에 대한 거부감은 더욱 커졌습니다. 
 
한동인 기자·광명=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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