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헌법재판소가 13일 최재해 감사원장,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 등 4명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전원일치 의견입니다. 민주당이 무리수, 무더기 탄핵을 강했다는 비판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헌재는 이날 최 감사원장과 이 지검장, 중앙지검의 조상원 4차장과 최재훈 반부패2부장검사 등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 선고기일을 열고 이같이 결정했습니다. 헌재 결정으로 최 감사원장과 이 지검장 등은 바로 직무에 복귀했습니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소추안이 기각되면서 직무에 복귀한 최재해 감사원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으로 출근하던 중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최 감사원장은 △감사원의 독립성 훼손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등 표적 감사 △대통령실 이전 관련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지난해 12월5일 국회로부터 탄핵소추됐습니다. 이 지검장 등 검사 3명은 윤석열씨 배우자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부실 수사했다는 등의 이유로 최 감사원장과 같은 날 탄핵소추됐습니다.
헌재가 기각을 결정하는 기준은 직무 집행을 하면서 헌법·법률을 위반했는지, 위반했다면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가였습니다. 하지만 헌재는 국회의 주요 탄핵소추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최 감사원장의 경우 국회는 그가 2022년 7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감사원은 대통령 국정 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말해 감사원 독립성을 훼손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헌재는 “설령 발언 내용에 다소 부적절하게 보이는 부분이 있다고 해도 대통령의 국가원수로서의 지위를 고려할 때 국가 전체를 이롭게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여지가 없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헌재는 전현희 전 권익위원장 등 표적 감사 사유와 관련해서는 “복무 감사는 다수 제보를 근거로 실시한 특정 사안 감사”라며 “권익위원장 개인에 대한 대인 감찰뿐 아니라 권익위 행정 사무에 관한 감찰도 포함돼 권익위원장 사퇴를 압박하기 위한 감사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대통령실 이전 관련 부실 감사 사유에 대해선 “대통령실 이전 결정 과정에서 절차를 준수했는지 감사를 실시했고, 부실 감사라고 볼 만한 다른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공사 업체 선정 부실 감사 의혹과 관련해서는 국회가 탄핵소추 의결서에 적시하지 않았다면서 별도로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헌재는 최 감사원장이 국가공무원법·국회증언감정법 등 일부 법률을 위반했다고 봤습니다. 그러나 파면에 이를 정도로 중대하진 않다는 게 헌재 결정입니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소추안이 기각되면서 직무에 복귀한 이창수 중앙지검장이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회는 이 지검장 등에 대해선 검찰이 김씨를 대통령경호처 부속 청사에서 비공개로 조사하고, 수사심의위원회 의견 청취 절차도 없이 김씨를 불기소 처분한 사실이 탄핵의 주요 사유라고 했습니다.
헌재는 김씨 비공개 조사와 관련해선 “현직 대통령 배우자를 소환 조사하는 데 경호상 어려움이 있을 수 있고 전례에 비춰볼 때 부당하게 편의를 제공한 것은 아니다”고 판단했습니다. 수사심의위원회를 통한 의견 청취는 임의적 절차로 소집 요청과 소집 여부는 재량 사항이라고 봤습니다.
다만 헌재는 검찰 수사가 적절했는지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헌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주범들의 시세 조정 범행에 김씨 명의의 증권 계좌들이 활용된 사실이 수사와 재판을 통해 확인됐다”며 “김씨의 문자나 메신저 내용, PC의 기록 등을 확보할 필요가 있을 수 있음에도 이 지검장 등은 증거 수집을 위해 적절히 수사했거나 수사 지휘·감독했는지 다소 의문이 있다”고 했습니다.
헌재는 그러면서도 국회의 기록인증등본 송부촉탁신청에 서울고검이 송부 불가 회신해 추가 수사 필요성을 판단할 수 있는 자료가 충분치 않다는 등 이유로 “이 지검장 등이 재량을 남용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결정했습니다.
헌재의 결정 이후 윤석열씨 측은 대통령 탄핵소추 역시 기각해야 한다고 나섰습니다. 윤씨 대리인단은 입장문을 통해 “거대 야당의 줄탄핵이 기각됐다”며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를 통해 알리고자 한 것이 무엇인지 국민이 알게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예상보다 윤씨 탄핵심판 선고기일이 늦어지면서 ‘내란 수괴’가 직무에 복귀하는 건 아닐지 국민적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날 헌재 결정과 윤씨 탄핵심판을 연결 짓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별개의 사건’이라고 일축합니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오히려 대통령 탄핵심판과 무관하니 먼저 선고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관련됐다면 재판부 심증을 내비칠 수 있어 대통령 탄핵심판 뒤로 밀렸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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