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윤석열 탄핵선고 임박…토요일 극우 집회선 '불복 선동'
광화문 아스팔트 보수 "우리가 이겼다" 외치기도
2025-03-15 18:37:07 2025-03-15 18:37:30
[뉴스토마토 김태현·차종관 기자] 내란수괴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가 석방된 윤석열씨에 대한 헌법재판소 탄핵 선고가 임박한 가운데 15일 서울에선 극우 지지자들과 아스팔트 보수가 탄핵 반대 시위를 잇따라 열었습니다. 극우 개신교가 주최한 집회에 참석한 아스팔트 보수들은 윤씨 석방을 '탄핵 각하·기각'과 연결하면서 "우리가 이겼다"고 소리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탄핵 선고에 불복하자는 반민주적 선동과 내란수괴 윤씨 우상화에 열을 올렸습니다.
 
15일 서울 중구 광화문역 인근에서 자유통일당이 주최하는 '광화문국민대회'에 참석한 윤석열씨 지지자들이 집결해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날 서울 중구 광화문역 앞에선 자유통일당 주최의 탄핵 반대 시위인 '광화문국민대회'가 열렸습니다. 시위 오전부터 오후까지 종일 거리를 점령했습니다.
 
경찰 비공산 추산 3만5000명의 인파가 이른 오전부터 청계광장 교차로부터 시청역 남측까지를 꽉 메웠습니다. 의자가 부족해 인도나 차도에 주저앉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인파의 대부분은 70대 이상 노인으로, 젊은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경찰은 혹시 모를 물리적 충돌을 예방하기 위해 탄핵 찬성 집회가 열리는 안국역·경복궁역과 탄핵 반대 시위가 열리는 광화문역 사이에 버스로 차벽을 세웠습니다. 
 
동화면세점 인근에는 보수단체 '자유마을'의 1000만인 서명을 권유하거나, 자유통일당 당원 가입을 안내하거나, 알뜰폰 '퍼스트모바일' 가입을 요청하는 부스가 줄지어 있었습니다. 이승만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일생을 다룬 책, 윤석열씨를 찬양하는 노래가 담긴 CD, 성경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윤석열 즉각 복귀', '이재명 즉각 구속', '한덕수 우선 판결' 등이 적혀 있는 피켓도 나눠줬습니다.
 
15일 서울 중구 광화문역 인근에서 열린 자유통일당 주최의 탄핵 반대 시위에서 보수단체 '자유대학' 출신의 대학생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연단에는 부정선거를 주장했던 인물, 보수단체 '자유대학' 출신의 대학생, 대한민국성도연합회 출신 목사 등이 올라왔습니다. 이들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조롱하거나 "재판관이 빨갱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탄핵 선고가 윤씨를 파면하는 걸로 결정될 경우 헌재에 불복하자고 선동했습니다. 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부정선거를 저질렀다는 가짜뉴스를 설파하기도 했습니다.
 
한 발언자는 "우리가 구속을 취소하라고 기도하니 정말로 대통령이 풀려나오지 않았나. 이제는 헌재가 (탄핵을) 각하를 할 것이다. 반드시 예수님이 해결해 줄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부정선거로 이뤄진 국회는 가짜다"라며 "반드시 진실이 승리한다. 하느님은 우리 편이다. 대통령을 선하게 이끄실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발언을 들은 아스팔트 보수들은 "뭉치자, 싸우자, 이기자"를 외치며 화답했습니다.
 
다른 발언자는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를 바친 위대한 지도자"라며 "하느님이 응답해 석방된 것이다. 대한민국은 멸공 진리를 세계에 전파할 사명국가다. 성경이 예언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시위 사회자는 아스팔트 보수들이 "우리가 이겼다", "탄핵 무효", "각하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도록 유도했습니다. 사회자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등장할 때는 "할렐루야", "만세", "믿어라, 의심하지 마라"를 외치며 열정적으로 태극기를 흔들게 했습니다.
 
15일 서울 중구 광화문역 인근에 헌법재판관들에 대한 가짜뉴스가 붙어져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세이브코리아가 주최하는 '국가비상기도회'는 오후 1시부터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 인근에서 열렸습니다. 집회 참가자들은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부터 여의도 공원 방향으로 편도 3차선을 100m 정도 차지했습니다. 이날 집회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 3500명이 왔습니다. 
 
집회에 온 극우 지지자들은 '헌법 유린 중단하라', '입법독재 국가재앙', '대한민국의 위기, 기도하는 우리가 지켜낸다' 등의 피켓을 들고 앉아 있었습니다. 
 
세이브코리아 집회에 참석하는 사람들을 위한 유인물도 배부되고 있었습니다. 유인물을 배분하던 관계자는 "민주당 위헌정당 해산 사인을 해달라"고 했습니다.
 
'위헌정당해산국민운동본부'라고 자신들을 표기한 단체는 '민주당 해산'이라는 게시판을 설치해 놓고, 민주당 해산 찬성·반대 조사도 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반대 부분에는 스티커를 붙이지 말라는 'X' 표시가 있었습니다.
 
15일 세이브코리아가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 앞에서 주최한 집회에 참석한 한 단체가 더불어민주당 위헌 정당 해산 찬반 게시판을 설치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집회 참가자들에게 나눠진 피켓에는 '문형배, 정계선, 이미선, 정정미 OUT!'이라는 내용이 적혀있었습니다. 앞서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 14일 옥중편지를 통해 '악의 무리 죄악상 10가지'를 나열하면서 "국민의 이름으로 반드시 처단하자"는 내용을 공개했는데, 김 전 장관 등의 주장이 이날 집회에까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이 피켓에는 '대한민국 보수주의 7대 원칙'이라는 내용도 기재됐습니다. '대한민국 보수주의 7대 원칙'에는 △우리는 하나님께서 개인에게 주신 자유를 믿는다 △도덕과 법치는 우리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도구다 △우리는 견제와 균형을 통해 제한된 정부를 지향한다 등의 문구가 적혀있었습니다.
 
세이브코리아가 15일 국회의사당역 '비상시국기도회'에 참석한 지지자들에게 나눠준 피켓. (사진=뉴스토마토)
 
세이브 코리아 연단에 선 한 극우 목사는 국민의 행복 추구권이 담긴 헌법 제10조를 거론했습니다. 피켓에 적힌 내용과 극우 목사의 설교까지 종합하면, 결국 국가는 국민의 일상을 침해해선 안 된다는 주장을 하는 겁니다. 
 
그런데 정작 윤씨는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해 국민들의 일상을 침해했습니다. 윤씨의 탄핵을 반대하는 집회에서 '법치' '국민의 행복추구권'이 거론 되는 다소 모순적 상황이 연출된 셈입니다. 
 
김태현 기자 taehyun13@etomato.com
차종관 기자 chajonggw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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