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이대론 착륙 불가”…모의비행훈련 해보니 ‘후덜덜’
14일, 이스타항공 B737-8 FTD 체험
초중고 대상 훈련프로그램 개설 검토
B737-8, 800 1대씩 보유
2025-03-17 17:05:10 2025-03-17 17:05:10
[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이대론 착륙 못합니다. 고 어라운드(go around·착륙을 포기하고 재차 상승하는 것) 하겠습니다.”
모의비행 훈련이라고 얕본 것은 아니었지만, 혹시나는 역시나였습니다. 천재 파일럿은 못 되도 소질 있다는 말은 들을 수 있겠지 싶었던 기대는 조종간을 잡은 뒤 5분도 안 돼 허공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오세은 기자가 지난 14일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훈련센터에서 비행훈련장치(FTD)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이스타항공)
 
내심 20대 때 오락실 자동차 경주게임 베스트 드라이버였던데다, 운전면허도 있으니 시킨 대로 조종하면 한 번에 착륙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에 불과했습니다. 조종간 모양이 운전대와 달라도 이리저리 방향 맞추는 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여겼던 제 예상도 여지없이 깨졌습니다. 조종간은 2L 생수 1개 반 정도의 무게가 느껴질 만큼 묵직했습니다. 무거운 조종간을 강약 조절해가며 좌우로 트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14일 오후, 서울 강서구 발산역 인근에 위치한 쿠쿠마곡빌딩 이스타항공 본사를 찾았습니다. 비행훈련장치(FTD·Flight Training Device)를 체험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훈련한 기종은 보잉사의 B737-8였는데 이밖에도 B737-800 항공기 시뮬레이터(모의비행) 장치도 구비돼 있었습니다. FTD는 윈드시어(급변풍) 등 비행 중 발생 가능한 약 100여 개 이상의 비정상 상황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크기는 가로 3.5m, 세로 2.5m, 무게는 3.5톤에 이르는 등 내부는 실제 조종석과 흡사한 모습이었습니다. 창밖에 보이는 9m 길이의 스크린은 120도 광각의 고화질 4K를 구현해 마치 진짜 비행기를 조종하는 듯한 착각이 들었습니다. 
 
FTD 조종석 모습. 실제 비행기 조종석과 똑같이 꾸며졌다. (사진=뉴스토마토)
 
FTD 타기 전 출발지와 목적지, 조종간 잡는 법 등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을 듣고 기장석에 올랐습니다. 이날 운항 루트는 김포공항 32번 활주로에서 이륙해 제주공항 25번 활주로에 착륙하는 것입니다. 기장석에 앉으니 창밖으로 김포공항 32번 활주로가 생생하게 보였습니다. 이륙 준비중에 비바람과 눈보라가 치기 시작합니다. 이스타 김동경 부기장과 함께 러더(발판)를 밟으면서 항공기가 활주로 가운데서 이륙하도록 방향을 잡았습니다.
 
김 부기장님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이륙한 뒤 안전고도 2만6000피트로 올라가야 하는 상황. 갑자기 난기류를 만나 기체가 왼쪽으로 기울기 시작했습니다. 균형을 잡기 위해 조종간을 우측으로 돌리는데 그때 부기장님이 말했습니다. 너무 돌렸어요. 제가 같이 잡을게요.” 왕초보인 기자가 못 미더운 부기장님은 재빨리 자동으로 항공기 균형을 잡아주는 오토파일럿(AP) 기능을 켰습니다. 몇 분간 지속되는 난기류에서 AP가 항공기 균형을 맞추는 게 신기했습니다.
 
다시 6000피트 상공까지 내려오자 부기장님은 랜딩기어(착륙장치)를 내리고 잇따라 버튼을 조작하며 착륙 준비를 했습니다. 기장석에 앉아 계기판 십자 표시를 중앙에 맞추는 일에 집중한 임시 기장은 항공기가 활주로 우측으로 치우쳐진 채 접근하는 것도 몰랐습니다.
 
지난 14일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훈련센터에서 기자가 비행훈련장치(FTD) 체험하고 있다. (사진=이스타항공)
 
이윽고 활주로에 다다랐을 때, 김 부기장은 이대로 착륙하다 사고가 난다며 비행기를 다시 상공으로 띄웠습니다. 1차 착륙 실패. 상승했던 비행기는 부기장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2차 착륙에 성공했습니다. 조종간을 잡는 내내 “어어...아니...휴”를 연발했지만 그래도 짜릿한 경험이었습니다.(부기장님의 한숨 소리가 아직까지 귓가에 맴도는 듯합니다.)
 
이스타항공은 초·중·고 대상으로 FTD 체험 프로그램 개설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총 2시간이 소요되는 프로그램이 운영된다면 한번 도전해보길 권합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운이 좋으면 파일럿의 재능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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