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최근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며 위기에 빠진 것은 유통 업황의 침체 여파도 있지만, 부동산 매각 중심의 경영 방식도 한몫했습니다.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투자금 회수에 집중한 나머지, 유통 산업에 대한 이해 없이 알짜 점포들을 매각한 것이 화를 키웠다는 지적인데요.
홈플러스의 경우 이 같은 매각 방식을 통해 단기적 유동성 확보에는 성공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는 이익 창출력을 떨어뜨리고, 중장기적 측면에서 기업 전반의 경쟁력 자체를 저하하는 악순환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입니다.
17일 홈플러스 마트노조에 따르면 이달 12일 기준 전국에 영업 중인 홈플러스 매장은 총 126개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원래 143곳이 출점됐지만 16개는 폐점된 상태입니다. 또 9개 매장은 폐점을 앞두고 있습니다.
아울러 영업 중인 126개 매장 중 자가 매장은 61개, 임대 매장은 65개로 파악됐는데요. 현시점 기준으로 자가보다 임대 매장이 더 많습니다.
문제는 폐점됐거나 폐점을 앞두고 있는 매장 상당수가 알짜 점포라는 점입니다. 홈플러스는 지난 2019년부터 지속적으로 주요 점포들을 매각해왔는데요. 통상적으로 경쟁사들이 부실 점포 위주로 매각에 나서는 것과는 달리 홈플러스는 핵심 점포로 분류되는 안산점, 해운대점 등을 팔며 현금을 확보했습니다. 특히 오는 7월 폐점 예정인 부천 상동점의 경우 전국 매출 1위 점포로 알려져 있는 곳입니다.
이 같은 MBK의 행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수 시점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지난 2015년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들인 비용은 7조2000억원(기존 차입금 1조2000억원 승계)입니다. MBK는 블라인드 펀드로 2조2000억원을 투입하고, 나머지 5조원은 홈플러스 명의로 대출받은 후 각종 부동산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인수차입금을 갚아왔습니다.
홈플러스 경영 악화에는 5조원에 달하는 과도한 차입금과 이에 따른 이자 비용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노조 측 설명입니다. 홈플러스 노조 관계자는 "MBK 인수 이후 2016∼2023년 이자 비용 합계는 2조9329억원으로, 같은 기간 영업이익 4713억원보다 2조5000억원이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홈플러스의 경우 점포를 매각한 후 임차료를 내고 계속 운영하는 '세일 앤 리스백(Sale & Leaseback)' 방식을 전반에 걸쳐 채택한 것이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는 초기에 대규모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임대료 부담이 커지면서 순이익을 깎아먹을 우려가 있는 방식입니다.
한 오프라인 유통 채널 관계자는 "MBK가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골몰한 나머지, 유통 업황을 고려하지 않은 매각을 통한 단기유동성 해결에 급급했던 것이 문제"라며 "핵심 점포 매각은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기에, 매각 시 시장점유율 하락에 영향을 준다. 유동인구가 풍부한 지역의 핵심 점포는 대형마트 브랜드의 정체성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게다가 알짜 점포 매각에 따른 세간의 부정적 이미지도 무시할 수 없다"며 "불황기에 저수익 매장을 파는 것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공감하지만, 고수익 매장까지 매각할 경우 '회사 사정이 저 정도로 어려운가'라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했을 당시 부채 규모가 엄청났는데, 이는 내내 기업 경영에 큰 부담을 줬다"며 "특히 매각으로 확보된 금액이 유통 혁신에 투입되기보다는 부채 청산에 활용되면서 공격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운용되기 어려웠던 점, 오프라인 유통 업황이 침체기에 접어든 점 등이 복합적으로 홈플러스에 압박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에서 고객이 매장을 향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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