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신한은행이 횡령 등 올해 연이어 터진 금융사고를 의식해 지점별 마감 시재 보유 한도를 내리고 권종을 제한하는 등 지침을 바꿨습니다.
19일 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 17일부터 창구 직원이 일일 마감 시점에 5만원권을 모출납(마감 담당자)에게 인계하고 퇴근하도록 조치했습니다. 그 전까지는 창구 마감 시 시재 지침에 따라 보유 한도에 맞춰 권종에 상관없이 100장 미만을 시재 박스에 보관했고 마감 담당자가 해당 박스를 검사했습니다.
하지만 지침 변경에 따라 5만원권 전액을 마감 담당자에게 인계하면서 매일 5만원권을 시재 박스에 보관하고 있습니다. 마감 시 5만원권을 보유한 창구 직원은 마감 담당자에게 이를 맡겨야 합니다.
이 같은 지침 변경에는 올해 연이어 두 차례 발생한 금융사고 영향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신한은행은 작년의 경우 이렇다 할 금융사고가 발생하지 않아 금융사고 청정 지역으로 불린 바 있습니다.
신한은행이 각 지점 창구에서 마감 시재 보유 한도를 변경해 5만원권을 보유할 수 없게 됐다. 사진은 신한은행 본사 내 직원들이 이동 중인 모습.(사진=뉴시스)
올해만 두 차례 금융사고, 내부통제 구멍
신한은행은 지난 6일 자체 감사에서 서울 한 지점 직원 A씨가 횡령한 사실을 확인하고 금융감독원에 보고했습니다. 신한은행이 파악한 횡령 금액은 약 17억원으로 A씨는 3년여에 걸쳐 횡령을 저질렀습니다.
향후 조사에 따라 A씨 횡령 규모는 초기 알려진 17억원보다 많을 수 있으며 최대 수백억원 이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A씨는 사표를 내고 연차 소진 중이며 현재 해외로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씨는 수출입 기업의 대금이 오가는 금융 계좌인 수출입 무역 어카운트를 담당하며 현금을 빼돌렸습니다. A씨는 돈을 빼내고 일부를 다시 넣는 식으로 횡령 사실을 감춰왔고 신한은행은 3년간 이 사실을 알지 못해 내부통제가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특히 이번 금융사고는 지난 2월 발생한 금융사고에 이어 올해만 두번째라 더욱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앞서 신한은행은 외부인에 의한 사기 혐의로 19억9800만원의 금융사고가 났다고 공시했습니다. 이는 세종시 대규모 대출 사기 사건 피의자들이 여러 은행에서 타인의 명의를 도용해 불법 대출을 받으며 발생했습니다. 당시 은행 내부에서 발생한 사고는 아니긴 하지만 은행들이 대출을 내주는 과정에서 대출 당사자 확인 절차, 서류 확인 절차 등에 미흡해 금융사고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일었습니다.
"마감 시재 한도 낮춰 사고 미연에 방지"
신한은행은 5월쯤 금융감독원 정기검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미 금감원은 이달 초 신한은행 감사부에 정기검사에 앞서 필요한 사전 요청 자료 목록을 보냈습니다. 금감원은 해당 자료를 받아 검토하고 사전 절차를 모두 마친 뒤 정기검사에 착수하겠단 방침입니다. 금감원이 올해 검사 업무 기본 방향으로 잠재 리스크 선제 대응과 중대 사건 신속 대응을 기본 원칙으로 꼽고 피해 확산을 조기에 차단하겠다고 밝힌 만큼 정기검사에 더욱 공을 들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따라서 두 차례 금융사고에 정기검사를 앞둔 가운데 효과적인 내부통제 방안을 내놓는 게 더욱 중요해 졌습니다. 실제로 신한은행은 지난 13일에 금감원, 금융위원회와 함께 금융 사기를 막기 위한 ‘금융권 비대면 계좌개설 안심차단 서비스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금융 안전망을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둔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신한은행은 내부통제를 위해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사고가 발생한 만큼 더욱 고도화된 지침을 내렸다며 향후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 노력하겠단 입장입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번 시재 마감 보유 한도를 변경한 것도 내부통제 강화를 통해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한 조치"라고 밝혔습니다.
신한은행이 올해만 두 차례 발생한 금융사고에 내부통제를 강화하고자 마감 시재 보유 한도를 변경했다. 사진은 신한은행 건물 전경.(사진=신한은행)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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