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200조 목전인데…LH, '악성 미분양' 매입 자충수
해결책 없이 또 매입…LH 등 떠미는 정부
2025-03-20 17:26:25 2025-03-20 19:01:08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인프라 공공기관' 중 부채가 가장 많은 곳으로 꼽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방의 '악성 미분양'(준공 후 미분양) 매입을 시작합니다. 3000가구를 직접 매입해 임대주택(든든전세주택)으로 공급한다는 계획인데요. 매입 가격을 크게 낮추기도 어렵고 임대 수요도 적어서 LH의 재정 부담만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미분양 단지. (사진=연합뉴스)
 
'과거 매입' 미분양도 '10채 중 1채 빈집'
 
국토교통부는 건설경기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오는 21일 지방 미분양 3000가구에 대한 매입 공고를 낸다고 20일 밝혔습니다. 매입 상한가는 감정평가액의 83% 수준으로 정했고, 매입한 주택은 시세의 90% 수준 임대료로 6년간 거주하다가 분양받을지 여부를 선택하는 '분양전환형 든든전세'로 활용한다는 계획입니다.
 
대상은 입주자 모집을 거친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로,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전 지역입니다. 이는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지역 건설경기 보완방안'의 후속 조치로, LH가 지방 미분양 직접 매입에 나서는 건 15년 만입니다.
 
그만큼 지방 미분양 사태가 심각하다는 뜻입니다. 실제 전국 미분양은 총 2만1480가구(지난해 12월 기준)로 11년 만에 최대치를 찍었는데요. 이중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을 제외한 지역에 80%(1만7229가구)가 쏠려 있습니다. 지방 미분양의 17%가량을 LH가 사들이는 겁니다. 
 
그러나 지방 미분양을 매입하더라도 활용도가 떨어져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앞서 LH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8~2010년에도 지방 미분양 7058가구를 매입했는데요.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실이 LH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6개월 이상 공실인 주택이 전체의 8.8%(619채)를 차지합니다. 10채 중 1채꼴로 매매는 물론 임대 수요조차 없다는 뜻입니다. 
 
LH 사옥. (사진=LH)
 
LH 부채 증가하는데"실제 예산은 1조 이상"
 
재원도 문제입니다. 국토부는 앞서 LH가 기축임대 예산(3000억원)을 활용해 지방 준공 후 미분양 3000가구를 매입할 거라고 설명했는데요. 단순 계산하면 한 채당 1억원꼴입니다. 하지만 최근 '반값 할인' 아파트로 주목받은 경남 거제 '거제옥포도뮤토'(2017년 준공) 아파트도 전용 84㎡의 매물이 1억6000만원대입니다.
 
실제 투입되는 예산은 1조원을 웃돌 거란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결국 지방 부동산 회복을 위해 정부가 LH 등을 떠미는 모양새인데요. LH의 부채는 152조3510억원(지난해 반기 기준)에 이르고, 부채비율은 208%입니다.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악화하면서, 부채 증가 속도도 상당히 빠릅니다. LH의 부채는 2019년 126조원, 2020년 129조원, 2021년 138조원, 2022년 146조원, 2023년 152조원이었는데요. LH는 올해 채권 발행 규모를 전년보다 15%가량 늘린 15조원으로 잡았습니다. 
 
올해 상환 예정인 채권(5조5000억원)을 고려하더라도 순증액이 9조5000억원에 달하는 겁니다. 순증액은 발행액에서 상환액을 뺀 수치입니다. 채권 발행 규모가 커지면서 LH의 재무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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