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조기 대선을 앞두고 '부동산 정책'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습니다. 과거 정권교체기에도 '집값'은 대선 승패를 좌우하는 '방향타'였습니다. 2007년과 2022년 대선에서 이명박·윤석열정부가 정권을 탈환한 것도 참여정부와 문재인정부의 규제 일변도 부동산 정책이 한몫했습니다. 이번에도 정부가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후 집값 상승세에 놀라 다시 규제를 강화하면서 부동산 문제가 정치권을 흔들고 있는데요. 여야 모두 '감세'를 앞세워 '중도층' 타깃에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앞서 민주당이 '상속세 완화안'을 내놓자 국민의힘은 '배우자 상속세 폐지'와 '지방 다주택 중과세 폐지'로 응수했습니다. 모두 차기 대선의 '캐스팅보트'로 여겨지는 중도층에 유리한 공약입니다. 조기 대선이 본격화할 시 중도층을 공략하기 위한 '부동산 대전'도 불꽃이 튈 것으로 전망됩니다.
서울시, 규제 풀었다 조였다…대선 앞 떠오른 부동산
지난 19일 정부와 서울시는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소재 약 40만가구 아파트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오는 24일부터 9월까지 6개월간 적용되며 필요시 연장할 수 있습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토지를 구입하게 되면 관할 구청장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개발 예정지 등에서 투기 거래를 막기 위해 활용되는 제도입니다.
지난달 12일 서울시는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과 송파구 잠실동에 위치한 아파트 305곳 중 291곳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즉시 해제했습니다. 이후 강남 3구를 중심으로 아파트값 상승세가 번지자 35일 만에 다시 규제로 묶어버렸습니다. 이전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더 넓어졌으며, '동'이 아닌 '구' 단위로 한 번에 지정한 것 또한 이번이 처음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차기 대선 행보 차원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무리하게 진행했다는 게 정치권과 부동산업계의 평가입니다. 황정아 민주당 대변인은 "오 시장의 대권 욕심에 왜 국민이 고통받아야 하느냐"며 서면브리핑을 냈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부동산 정책은 정교해야 할 뿐만 아니라 예측 가능해야 한다"고 오 시장을 저격했습니다.
부동산은 선거마다 민심을 좌우해 온 분야입니다. 윤석열정부 또한 문재인정부의 '아킬레스건'인 부동산을 때리며 대선 승리 깃대를 잡았죠. 헌법재판소의 윤석열씨 탄핵 심판 선고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질 수 있는 만큼 부동산 문제에 대한 민감도는 더욱 커졌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여 "지방 다주택 중과 폐지"…야 "상속세 완화"
여야는 부동산 관련 공약을 조금씩 풀고 있었습니다. 민주당이 '중도보수당'을 외치며 일괄공제액을 현행 5억원에서 8억원으로, 배우자공제액을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상속세법 개정안'을 추진하면서 부동산 대전의 막이 시작됐습니다. 상속세 완화 이면에는 서울 내 10억원을 호가하는 아파트가 일반화됨에 따라 세 부담을 줄여 '유주택자의 표심'을 잡겠다는 복안이 있습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표를 얻을 수 있는 확실한 정책 중 하나는 부동산"이라며 "확장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민주당이 감세 정책을 내놓은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국민의힘은 일괄공제액과 자녀공제액을 각 10억원, 5억원으로 올리는 상속세 완화안을 들고나온 데 이어 '배우자 상속세 폐지'를 꺼내며 민주당을 견제했습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부부 사이에 이혼하면 재산분할을 하고, 그 재산분할에 대해선 세금을 내지 않는다"며 "사별해 상속받으면 부부간에도 상속세를 내게 돼 있다"고 불합리함을 강조했습니다. 이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배우자에 대한 상속세 면제는 수평 이동이기 때문에 나름의 타당성이 있다"며 수긍 의사를 밝혔습니다.
국민의힘은 한 발짝 더 나아가 지방 소재 주택을 추가로 구입할 시 다주택자 중과세를 폐지하겠다고 제안했습니다. 권 원내대표는 "다주택자에 대한 문재인 정권의 무차별적인 조세 폭격은 부동산 탈레반이라고 불릴 만큼 맹목적이었다"며 "그 결과 중과세를 피하기 위해 똘똘한 한 채, 서울의 고가 아파트 쏠림만 만들어냈다"고 민주당을 때렸습니다.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뉴시스)
부동산 초점은 중도층에…민주당 공약은?
차기 대선 시 중도층이 승리를 가르는 스윙보트인 만큼 여야는 중도층 잡기에 혈안입니다. 여야가 상속세 완화안에 뜻을 모은 것도 중도층 민심을 얻기 위한 계산이 깔렸기 때문이죠.
실제 여론조사에서 세 부담을 낮추는 '상속세 개편안'을 '효과적일 것'으로 보는 응답이 55%로,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응답(35%)보다 더 높았습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응답률 21.1%,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 결과입니다.
특히 자신의 이념 성향을 '중도'라고 한 응답자 중 56%가 상속세 개편안을 효과적으로 봤습니다. 보수는 67%, 진보는 47%입니다. 여야의 상속세 완화안이 중도층 표심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이에 무주택자 위주 정책을 펼쳐왔던 민주당의 부동산 공약에 눈길이 쏠립니다. 민주당이 '우클릭'에 나섰지만 당 정체성을 크게 벗어나긴 어렵기 때문입니다.
최근 이 대표가 의장을 맡은 민생연석회의는 '20대 민생의제'를 발표했는데요. 여기에 포함된 '전세계약 10년 보장'이 문제가 되자 이 대표가 나서 철회하기도 했습니다. 문재인정부 시절 '2년+2년'의 전월세 기간을 보장하는 임대차보호법이 전셋값 급등을 견인했던 기억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18일 기자들과 만나 "전세 세입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강화하자는 취지는 이해되지만 그것이 전세시장과 주택임대시장에 미칠 파장을 깊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최대 4년까지 임대 기간을 연장하는 법도 시행한 지 불과 몇 년이 안 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공공임대주택 확대와 전월세 신고제 추진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진 의장은 "공공임대주택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것을 정책 최우선 순위라고 생각하고, 민주당은 앞으로도 (그 정책에)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반드시 전월세를 신고해서 체계적으로 (전월세 정보를) 수집하고 있어야 임대 정책도 정확하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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