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성주 기자]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정책이 오락가락하면서 은행권이 혼란에 빠진 모습입니다. 지난해부터 이어온 대출 관리 기조에 더해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등 특정 지역의 주택대출을 관리하라는 지침이 내려왔는데요. 기준금리 인하에 맞춰 대출금리를 인하하라던 기존 주문과도 엇박자를 내고 있어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와 금융당국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등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으면서 은행권 속내가 복잡합니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금리 인하를 요구했던 당국이 다시 대출 문턱을 높이라고 주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은행들은 가계대출 금리를 내리는 상황에서 증가율을 1~2%대로 관리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입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시장금리가 내려가면서 은행권 변동형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 금리도 5개월 연속 하락해 지난 2월 기준 2.97%로 떨어졌습니다. 코픽스가 2%대로 떨어진 건 지난 2022년 8월 이후 2년 반 만입니다. 올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한 두 차례 추가 인하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대출금리 하락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은행들은 지난해부터 이어온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방안에 맞춰 실수요자들도 대출을 받기 어려울 정도로 일별 총량을 관리하는 등 대출 문턱을 높여왔습니다. 그런데 특정 지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가 강화되면서 정부 정책과 대출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습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19일 국토교통부, 서울시 등과 주요 지역 가계대출 관리 강화 방침을 내놨습니다. 당국은 강남 3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경기 과천, 하남 등 주요 지역의 주택 거래량과 대출 추이를 매일 모니터링하기로 했습니다. 금융위는 통상 매매와 대출까지 1~2개월의 시차가 있어 지역별로 집중 모니터링하겠다는 방침입니다.
A은행 관계자는 "통상 봄 이사철을 앞두고 2~3월에는 가계대출 증가세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당국 또한 이러한 계절별 수요를 고려한다고 했었다"면서 "정작 이러한 수요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밝혔습니다.
금융감독원은 급기야 올 1분기 가계대출 증가세가 관리 목표치를 넘어서는 은행에 대해서 경영진과 개별 면담을 진행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B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을 관리하기 위한 당국의 역할이 있음은 인정한다"면서도 "이젠 경영진을 불러 면담까지 한다고 하니 당황스러운 건 사실"이라고 토로했습니다.
당국의 대출 관리 방향에 맞춰 은행들도 부랴부랴 대출 규제에 나선 상태입니다. NH농협은행은 이날부터 서울 지역의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취급을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국민은행은 다주택자 신규 주담대 제한과 갭투자 방지를 위한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제한을 시행 중입니다.
C은행 관계자는 "연말연초 한 해의 주택 관련 대출 수요를 예측하고 가계부채 정책을 적용해 월별 또는 분기별 총량 관리를 해 나가는 데 규제가 오락가락하면서 일관성 있는 대출 관리가 어렵다"고 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1분기 가계대출 증가세가 관리 목표치를 넘어가는 은행에 대해서 개별 경영진 면담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복현 금감원장이 19일 금감원에서 우리금융 경영평가등급과 홈플러스 사태, 상법 개정안 등 주요 현안에 대한 긴급 브리핑을 하는 모습. (사진= 뉴시스)
문성주 기자 moonsj709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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