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에 기각이 유력한 가운데 여야는 모두 아전인수 해석을 하고 있습니다. 한 총리 탄핵에 이어 윤석열씨 탄핵도 기각될 거란 국민의힘, 헌법재판소가 '윤씨 파면 이후'를 내다보고 한 총리 선고 기일을 잡았다는 민주당 주장이 맞서고 있는데요. 두 재판은 '별개의 사건'으로 서로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다만 한 총리 탄핵이 기각되더라도, 윤씨 탄핵 인용 가능성은 큽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한덕수 기각되면 윤석열도?…5개 쟁점 중 1개뿐
21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헌재가 윤석열씨보다 먼저 한덕수 총리 탄핵심판을 선고하기로 하면서 그 배경을 두고 해석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헌재가 먼저 정리된 사건부터 선고하려는 것일 뿐"이라는 지적부터, "헌재가 '윤씨 파면'으로 결론이 이미 내린 후 '대통령 권한대행 직무정지'라는 혼란부터 해소하려 한다"는 추측이 공존합니다.
여당 내에서도 정반대의 전망이 나옵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헌법재판관들이 하나하나 따지면서 객관적으로 헌법에 있는 조항과 일치하는지를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며 "한 총리 탄핵 여부와 대통령 탄핵 여부는 연결할 게 아니라 다른 문제"라고 했습니다.
반면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한 총리 탄핵은 당연히 기각될 거고, 논리적 일관성으로 윤 대통령도 기각시킬 가능성이 높다"면서 "한 총리를 기각시키고 윤 대통령은 인용할 거란 건 아무 근거 없는 정치적 판단"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현재로선 안 의원 설명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입니다. 두 재판 사이에 '논리적 일관성'이 없기 때문인데요. 한 총리는 △윤씨 내란 행위에 대한 공모·묵인·방조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거부 △내란 상설특검 임명 회피 △김건희 특검법 거부 △한동훈·한덕수 공동 국정운영 발표 등 5가지 사유로 탄핵 소추됐습니다.
윤씨 사건과의 연결고리는 '내란 행위에 대한 공모·묵인·방조'뿐입니다. 한 총리 선고는 12·3 내란 사태 이후 탄핵 소추되거나 형사재판에 넘겨진 고위공직자 가운데 처음 나오는 사법적 판단이란 점에서 주목받고 있는데요. 그러나 내란 가담 여부가 불확실한 한 총리, 비상계엄 선포와 그 과정을 전 국민이 목격한 '내란수괴 피고인' 윤씨의 경우는 분명히 다릅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달 20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씨 탄핵심판 10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요건도 못 갖춘 '윤석열 계엄령'
헌재가 최근 내놓은 공직자 탄핵 선고에서 일관되게 언급되는 건 '헌법·법률 위배 여부'입니다. 탄핵 소추된 공직자가 헌법·법률에 저촉되는 행위를 했는지, 그리고 그 정도가 '파면에 이를 정도로 중대했는지'가 중요합니다.
한 총리의 경우엔 내란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인 데다, 본인도 강하게 부인하고 있습니다. 그는 탄핵심판 최종진술에서 "대통령이 어떤 비상계엄 계획을 갖고 있는지 사전에 알지 못했다"며 "대통령이 다시 생각하도록 최선을 다해 설득했다"고 말했습니다.
한 총리가 비상계엄에 직접적으로 가담했다는 증거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툼의 여지가 있는 만큼, 헌재가 적극적인 판단을 하기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반면 윤씨가 선포한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은 상당 부분 입증됐습니다.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라는 헌법상 계엄 선포 요건(77조 1항)을 어겼을 뿐 아니라, 계엄을 선포한 후, 지체없이 국회에 알리지 않았습니다(헌법 77조 4항 위반).
그는 국회가 본회의를 열고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한 이후에도, 즉각적인 계엄 해제 선언을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이 역시 "국회가 계엄 해제를 요구한 경우엔,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하고 이를 공고하여야 한다"고 명시한 계엄법(11조 1항) 위반입니다. "국회, 지방의회, 정당 활동,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포고령 1호는 입법부 활동을 보호한 계엄법 13조 위반입니다.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과정에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포고령 1호는 내가 썼다"며 책임을 떠안았지만, 최종적으로 포고령을 발포한 사람은 윤씨란 점에서 책임을 회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윤씨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장악과 관련해 "내가 김 전 장관에게 계엄군을 보내라고 했다"며 사실상 직접 관여를 시인하기도 했습니다.
일각에선 한 총리 선고가 윤씨 탄핵심판의 결론을 미리 볼 수 있는 '예고편'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헌재가 한 총리 사건에서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인정하면 윤씨 사건에서도 같은 판단을 유지할 가능성이 큰데요. 그러나 이는 과도한 해석이라는 것이 법조계 중론입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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