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파주 '성매매집결지 폐쇄' 시즌2 시작
업소 매입 후 거점시설 조성…교육·홍보 공간 활용
'3.3평' 방 보존…단속 피하던 '비밀계단'도 그대로
전람회장·공원·텃밭·주차장 등 일상공간 확대 진행
2025-03-24 15:31:36 2025-03-25 11:03:09
 
[경기 파주=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경기도 파주시가 속칭 '용주골'로 불리는 성매매 집결지에 대한 '폐쇄 2기' 체제를 시작했습니다. 기존엔 '연풍리 소재 성매매 집결지'의 업소들을 철거하는 데 집중했지만, 홍보·교육도 병행하기로 한 겁니다. 이를 위해 파주시는 성매매 업소로 쓰인 건물을 사들여 성매수 감시를 위한 민·관·경 합동 거점시설로 삼았습니다. 거점시설은 성매매 집결지 폐쇄 필요성을 시민에게 홍보하고 교육하는 역할을 합니다.
 
24일 <뉴스토마토>는 파주시 연풍리 소재 '성매매 집결지 폐쇄 합동 거점시설'(이하 거점시설)을 방문했습니다. 
 
24일 경기도 파주시 연풍리에 있는 '성매매집결지 폐쇄 합동 거점시설'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거점시설은 원래 2개 업소가 성매매 영업을 하던 곳입니다. 지난해 3월 파주시가 매입했고, 그해 9월 리모델링을 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4일부터 거점시설로서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건물은 3층으로 되어 있는데, 3개층이 모두 거점시설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1층에는 성매매 피해자들이 성구매자를 맞이하기 위해 대기하던 홀이 보존되어 있었습니다. 나머지 공간은 성매수 감시를 위한 민·관·경 합동 사무실 등으로 바뀌었습니다.
 
24일 경기도 파주시 연풍리 '성매매 집결지 폐쇄 합동 거점시설' 1층. (사진=뉴스토마토)
 
2층으로 올라가는 통로는 2개였습니다. 내부 계단, 그리고 건물 외부 벽을 따라 놓인 '비밀 계단'입니다. 파주시에 따르면, 원래 비밀 계단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가림막에 의해 가려져서 건물 밖에서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2층 내부에서도 비밀 계단은 안 보였다고 합니다. 내부에서 바깥으로 통하는 입구는 신발장으로 위장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24일 경기도 파주시 연풍리 '성매매 집결지 폐쇄 합동 거점시설'의 '비밀 계단'. (사진=뉴스토마토)
 
계단을 타고 올라간 2층은 현재 반성매매 교육 효과 제고를 위한 전시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전시 공간에는 성매매 집결지를 탈출한 성매매 피해자의 <뉴스토마토> 인터뷰 기사도 있습니다. 2023년 11월22일자 기사인 <(인터뷰)"공장이라더니 성매매 강요"…'용주골'서 짓밟힌 미정씨의 봄>입니다. 해당 기사에는 미정씨(가명)가 취업인 줄 알고 속아 성매매 강요를 당하고 성매매 집결지에 감금됐다가 극적으로 탈출한 이야기가 실렸습니다.
 
24일 경기도 파주시 연풍리에 '성매매 집결지 폐쇄 합동 거점시설' 2층에 전시된 <뉴스토마토> 인터뷰 기사. (사진=뉴스토마토)
 
전시 공간에는 다른 피해 여성이 쓴 '탈성매매' 독려 글귀도 있었습니다. 해당 여성은 "의료 지원으로 돌보지 못했던 건강도 챙길 수 있었고, 직업 훈련을 통해 배움의 새로움도 알게 됐고, 자격증도 따게 되고 자신감도 얻었다"고 했습니다.
 
2층의 한쪽엔 거점시설을 방문한 시민들이 성매매 집결지 폐쇄를 촉구하는 문구를 적는 공간도 있었습니다. 포스트잇들에는 '파주의 오명을 벗고 여성들의 인권을 보장하는 용주골, 소망합니다', '업주들이 정신을 차려주세요. 당신의 자녀들이 이렇게 산다면? 내 아이라 생각해보셔요. 제발. 업주 큰벌 받습니다' 등의 문구들이 적혔습니다. 
 
3층은 피해 여성들의 방이 보존돼 있었습니다. 대개 10.89㎡(약 3.3평)이고, 아무리 커도 14.85㎡(약 4.5평)의 면적에 불과했습니다. 비밀 계단과 인접한 3층 입구에는 업주가 사용했던 곳으로 추정되는 방이 있었습니다. 3층은 비밀 계단 외에 밖으로 나갈 수 있는 통로가 없습니다. 업주가 3층 입구에서 피해 여성들이 나가지 못하도록 감시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3층에는 교육 용도로 사용되는 회의실도 있었습니다. 방 2개 사이 가벽을 허물어 조성했다고 합니다. 20명 정도가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날까지 성매매 집결지 폐쇄 필요성을 홍보하는 시민 대상 교육은 6차례 이뤄졌습니다. 교육 인원은 10명 정도입니다. 
 
24일 경기도 파주시 연풍리 '성매매 집결지 폐쇄 합동 거점시설' 3층 회의실. (사진=뉴스토마토)
 
거점시설 조성은 업소 철거에 집중하던 기존 정책 기조보다 더 효과적인 방향을 찾으려는 파주시의 시도입니다. 파주시는 2022년 7월 김경일 시장이 취임하면서 성매매 집결지 정비를 대대적으로 추진했습니다. 김 시장은 성매매 집결지 정비 계획을 '2023년 1호 결재'로 채택, 성매매 집결지 폐쇄와 도시 정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2023년 4월 기준으로 운영 중인 성매매 업소는 73개로 추정됐습니다. 그런데 업소 폐쇄를 위해 자진 철거 유도와 행정대집행 등의 조치들을 동원한 결과 올해 3월 기준으로 간헐적으로 영업을 지속하는 업소는 30여개로 추정했습니다.
 
현재 파주시는 남은 업소의 운영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해 건물 매입 후 철거를 병행하고, 철거 부지에는 반성매매 분위기를 확산하는 공간을 마련해 성구매자들의 유입을 차단하는 효과를 노리고 있습니다. 
 
아울러 파주시는 컨테이너를 설치해 80명 정도를 수용하는 전람회장도 조성하고 있습니다. 성의식 개선 교육이나 전시 공간으로만 활용하는 게 아니라 지역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체조나 문화 활동, 민화 등 전시 공간도 겸용할 예정입니다. 
 
파주시는 또 내달부터 성매매 집결지 부지 안에서 일상 공간을 늘려 나갈 계획입니다. 텃밭이 딸린 소규모 공원이나 주차장 등을 설치한다는 겁니다. 외부 시민이 자유롭고 일상적으로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을 늘려 나감으로써 성매매를 위해 용주골을 찾는 성구매자들에게 불편한 심리를 주겠다는 취지입니다.  
 
파주시 관계자는 "(성매매 집결지는) 성구매자나 업주들만의 공간, 폭력적인 공간, 시민과 공무원도 들어오기 쉽지 않은 거의 치외법권적이었던 공간이었다"며 "시민들이 마음껏 드나들 수 있는 공간, 시민들의 안전한 공간으로 바뀌는 의미가 가장 큰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경기 파주=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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