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한울반도체, 제주맥주 투자에 '올인'…사업 실효성 '의구심'
제주맥주 인수에 100억·BW 취득에 100억 총 200억 투자
지난해 조달한 유상증자 170억원과 BW 100억원으로 충당
폐기물 신사업으로 사업 다각화해 수익 개선 이룰까
2025-03-26 06:00:00 2025-03-26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3월 24일 15:4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조은 기자] 한울반도체(320000)가 지난해 매출 급감 속에서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며 제주맥주(276730)에 총 200억원을 투자했지만, 그 실효성을 두고 시장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한울반도체는 지난해 100억원을 들여 제주맥주를 인수한 데 이어, 올해 추가로 1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매입하며 투자를 확대했다. 그러나 제주맥주는 최근 3년 연속 영업적자를 이어오고 있어 투자 성과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이번 200억원 투자는 한울반도체가 지난해 BW 발행과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이라는 점에서, 향후 제주맥주의 실적이 한울반도체의 경영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자기자본 80% 넘는 200억원을 제주맥주 인수·BW 취득에 투자

 

24일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울반도체는 지난해 매출이 95억원으로 지난 2023 160억원에서 40.80% 감소했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44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 전환했다.

 

1999년 설립된 머신비전(Machine Vision) 전문업체 한울반도체는 최근 경영 위기에 처했다. 마이크로칩(MLCC)과 디스플레이 관련 전방 시장의 투자가 축소되면서 지난 3년간 매출은 감소세를 지속했다. 회사의 주력 제품인 액정표시장치(LCD)·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생산하는 디스플레이검사기(LI) 사업 부문 매출은 202229억원에서 202313억원, 지난해 9억원으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MLCC 등을 제작하는 CI 사업 부문 매출도 2022149억원에서 202381억원, 지난해 40억원으로 줄었다.

 

판매비와관리비가 상승하면서 수익성도 감소했다. 판관비는 202230억원에서 202335억원 지난해 65억원으로 증가했다. 특히 무형자산상각비는 6408만원에서 지난해 2933억원으로 급증했다. 소프트웨어에서 6599만원, 특허전용실시권에서 22727만원 손실이 반영됐다.

 

이에 한울반도체는 지난해 11월 사업 다각화와 수익 증대를 위해 맥주 제조업체 제주맥주 주식 379751(24.18%) 100억원에 인수했다2023년 자기자본 243억원의 41.18%에 해당하는 금액을 인수하는 데 사용했다. 한울반도체는 올해 1월에도 100억원에 달하는 제주맥주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취득했다. 100억원은 지난해 자산총액 389억원의 25.71%에 해당한다. 인수 금액 100억원까지 합치면 지난해 말 자기자본(389억원)의 절반이 넘는 200억원(53.29%)을 제주맥주에 투자한 셈이다.

 

다만, 한울반도체의 본업은 반도체 사업인 만큼 맥주 제조업체와 사업 시너지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제주맥주 실적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 제주맥주 매출은 지난 2022240억원에서 2023217억원, 지난해 183억원으로 지속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2022116억원에서 지난해 48억원으로 줄었지만 3년 연속 적자를 벗어나지 못해 한계기업에 처했다.

 

한울반도체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제주맥주가 사업적으로 실적이 점차 회복되고 있는 측면도 있고, 어쨌든 상장사라는 점이 있다라며 유상증자로 신주를 취득한 것이라 10% 할인이 들어간 부분도 있어 이사회에서 다방면으로 판단했을 때 인수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BW는 향후 채권이니 청구권을 행사할지 조기 상환을 하게 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한울반도체 공정 현장 (사진=한울반도체 홈페이지 갈무리)

 

조달 자금 대부분 제주맥주에 투입·폐기물 신사업 협력 '박차'

 

무엇보다 한울반도체는 실적이 부진해 현금흐름이 악화된 상황에서 지난해 자금한 조달 대부분을 제주맥주 인수로 인한 신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양사는 폐기물 처리 및 재생 관련 사업에서 접점을 찾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향후 신사업 성과에 따라 회사의 존망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울반도체는 지난해 부진한 실적에도 현금 곳간은 두둑이 채웠다. 지난해 한울반도체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23 20억원에서 지난해 적자 전환했으나 같은 기간 재무활동현금흐름은 95억원에서 167억원으로 증가했다. 외부 자금을 조달해 현금 곳간을 채운 것이다. 보유한 현금및현금성자산도 202388억원에서 지난해 171억원으로 늘어났다.

 

앞서 한울반도체는 지난해 63자배정 유상증자로 175억원의 운영자금을 조달했다. 반 년만인 지난 1월에는 정정공시를 내 175억원 중 100억원은 타법인증권취득자금으로 분류하고, 해당 금액을 전부 제주맥주 인수에 썼다. 제주맥주 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100억원을 납입하고 최대주주에 오른 것이다. 아울러 지난해 신주인수권부사채(BW)로 조달한 100억원도 자금 사용 목적을 제주맥주 BW를 취득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이처럼 한울반도체가 적극적인 자금 조달에 나선 것은 폐기물 신사업에서 시너지가 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오는 331일 열릴 주주총회에서 제주맥주는 사업 다각화로 인한 사업목적 추가의 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제주맥주가 추가할 사업목적으로는 반도체 및 전자 관련 화학재료 제조·판매업 외에도 생활폐기물처리 대행업, 폐기물 수집운반업·중간처리업·재활용업·최종처리업 등이 있다.

 

제주맥주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한울반도체 측에서) 향후 성장성을 보시고 투자를 했다고 생각된다라며 최근에는 폐기물 사업도 신사업으로 추가해 (한울반도체와) 다른 사업적인 부분에서 플러스가 될 수 있는 전략을 바라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울반도체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제주맥주는 맥주 크래프트가 주 사업이긴 하나 (폐기물 관련) 신사업 등을 보고 투자를 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현재 회사(제주맥주)에서 올곧이라는 케이푸드 관련에도 투자를 하고 있고, 논알코올을 비롯한 유통 쪽도 활발하게 시장을 넓히려고 노력 중인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조은 기자 joy828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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