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보험료는 저렴하다고 해서 가입했는데, 중요한 보장은 빠져 있더라고요."
최근 보험사들이 잇따라 출시하고 있는 '가성비 건강보험'이 월 2만~3만원대의 저렴한 보험료를 내세워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금리 하락 기조에 생활비 부담이 커지면서 의료비를 최소한으로 대비하려는 수요가 증가하자 보험사들은 무해지환급형, 간편심사형 구조로 가입 문턱을 낮춘 상품을 연이어 내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보험료만 보고 가입했다가 정작 보험이 필요한 순간에 보장 범위가 좁고 보험금이 감액 지급되는 경우가 있어, 가입 시 약관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이른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운 건강보험을 중심으로 단순한 보장구조, 간편심사 제도, 해지환급금 제외 등을 통해 보험료를 낮춘 상품 경쟁에 나서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KB손해보험의 '5.10.10 금쪽같은 건강보험'은 건강 고지 조건에 따라 보험료에 차등을 두고, 무사고 고객은 더 낮은 고지 유형으로 계약 전환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40세 남성 기준 특정 특약은 월 5000원대부터 시작하며 3년마다 갱신될수록 보험료는 6000~1만원 이상으로 올라갑니다. 그러나 암·뇌혈관·심장질환 등 주요 보장을 포함하면 월 보험료는 4만원대를 넘기는 경우도 많고, 해약환급금은 납입 기간 중 없거나 절반 수준에 그쳐 장기 유지가 필요합니다.
흥국생명 '다사랑 3.10.5 간편건강보험'은 유병자도 가입할 수 있도록 고지 항목을 줄이고 환급금을 포기하는 미지급형(V2)도 함께 운영합니다. 다만 주요 특약 보험금은 가입 1년 이내 감액 조건이 붙는습니다. 고액암·뇌출혈·급성심근경색 진단비는 50%, 소액암은 5%, 수술비는 25%만 지급돼 초기 보장은 제한적입니다. 기본형은 월 2만3000원대지만, 특약을 추가하면 보험료는 월 4만원대까지 늘어납니다.
NH농협생명의 '9988NH건강보험'은 생명보험사 상품으로 간편고지형과 일반형, 갱신·비갱신형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40세 남성이 일반형(비갱신형)으로 암·뇌혈관·심장질환·입원 특약 등을 포함해 가입할 경우 월 보험료는 약 3만4000원 수준입니다. 단, 가입 1년 이내에는 일반암 진단금이 절반, 소액암은 10% 이하만 지급되는 감액 조건이 적용되며 90일 면책 기간도 있어 초기 보장에는 제한이 따릅니다.
이처럼 보험료는 낮지만 그만큼 보험금 지급 조건은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약을 추가할수록 보험료는 올라가고, 핵심 보장은 기본형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유병자도 가입할 수 있는 간편고지형 상품은 보장 기회를 넓힌 듯 보이지만 실질적인 보장 수준은 일반 상품보다 낮고 지급 거절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약관상 감액·면책 조건은 잘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가입 문턱은 낮췄지만 보장 조건은 복잡해진 상품이 많다"며 "보험료만 보고 판단하기보다는 감액 지급 조건이나 해약환급 구조 등 약관을 잘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보험사들이 저렴한 보험료를 내세운 이른바 '가성비' 보험을 내놓고 있지만, 가입 시 주요 보장이나 감액 조건 등을 잘 따져봐야 한다. 사진은 서울의 한 병원 건물 입구.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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