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홈플러스가 매입유동화채권을 상거래채권으로 분류해 우선변제하겠다고 밝혔지만 시간 끌기용 생색내기 대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상거래채권의 변제 여부는 법원과 회생 채권자들이 동의해야 가능해 홈플러스가 선심 쓰듯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MBK파트너스가 구체적인 사재출연 계획을 밝히고, 사재로 보상할 채권에 전단채(ABSTB)를 포함해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홈플러스 물품 구매 전단채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25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단채 보유 투자자들에 대해 상거래채권으로 전액 변제해주겠다는 홈플러스의 발표를 신뢰할 수 없다"며 "이는 여론을 달래고, 심층적인 수사를 지연시키기 위한 시간 끌기 꼼수에 불과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지난 21일 홈플러스는 4618억원의 매입채무유동화 채권금액을 상거래채권으로 취급해 신고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비대위는 홈플러스의 발표와 관련, 구체적인 계획을 묻기 위해 이날 홈플러스를 찾아 면담을 신청했지만 사측이 응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업회생절차를 진행하는 기업의 상거래채권 변제는 추후 회생계획이 수립된 후 사채권자집회를 열어 의결을 거치고 법원의 인가를 받은 후에 가능한 일이라고 비대위는 설명했습니다. 비대위는 "현 시점에서 상거래채권으로 인정할 수 있게 해 전액을 변제하겠다는 홈플러스의 발표는 장래에 보장할 수 없는 권리를 보장해 주겠다는 것과 같다"고 홈플러스의 발표를 반박했습니다.
이들은 전단채 투자자들에게 전액 변제해주겠다는 내용으로 회생계획을 수립한다면 90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 투자자들과 형평성에서 어긋날 뿐 아니라 이해관계자들이 찬성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전체 부채 규모가 8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회생계획안에 포함되면, 변제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비대위는 MBK파트너스가 소상공인 거래처에 결제대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재정지원안을 마련하겠다며 사재 출연을 약속한 만큼 구체적인 출연 규모와 지원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전단채를 구제 대상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했습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홈플러스가 이전에는 전단채를 상거래채권으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21일 발표를 통해 상거래채권으로 인정한다고 했으니 이제는 김병주 회장의 사재 출연 계획과 범위를 밝혀 전단채에 대한 (변제) 계획이 있는지 알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홈플러스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영세업자와 소상공인을 우선해 대기업 협력사 채권까지 모든 상거래채권을 순차적으로 전액 변제할 계획으로,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며 "회생계획에 대해 채권단 동의 및 법원의 승인이 나면 회생 절차에 따라 매입채무유동화 관련 채권을 성실하게 변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홈플러스 물품 구매 전단채(ABSTB)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25일 강서구 등촌동 홈플러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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