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지난해 주요 건설사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이 대부분 10%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부가 일·가정 양립 환경 조성을 위해 남성 육아휴직을 권고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용률은 저조한 수준으로, 직원들의 출산·육아 부담이 장기적으로 인재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 가운데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삼성물산·현대건설·DL이앤씨·포스코건설·GS건설·대우건설·HDC현대산업개발 등 7곳의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은 평균 10.04%로 집계됐습니다.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은 지난해 태어난 자녀가 있는 남성 근로자 가운데 1년 안에 육아휴직을 사용한 근로자의 비율입니다.
건설사별로 보면 포스코이앤씨의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은 3.7%로 가장 낮았습니다. 2022년 2.7%, 2023년 0%에서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저조했습니다. 10% 미만인 곳은 현대건설(4.2%), 대우건설(6.4%), 삼성물산(9.8%)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밖에 계룡건설산업(2%) 코오로글로벌(3%), 삼성E&A(3.7%), 한신공영(4.5%)이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10% 미만으로 나타났습니다. 금호건설은 육아휴직 사용률이 남녀 모두 0%를 기록했습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육아휴직 관련 리플릿이 놓여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반면 GS건설은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21.2%로 나 홀로 20%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10% 이상인 건설사는 HDC현대산업개발(14%), DL건설(13%), 태영건설(12.5%), DL이앤씨(11%) 등이었습니다.
GS건설은 저출생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면서 임신·출산·육아 관련 사내 제도를 최근 개편했는데요. 난임시술비, 산후조리원 비용 지원, 배우자 출산휴가 등 직원들이 체감할 수 있는 부문에서 실질적인 지원을 강화한 것이 특징입니다.
건설업계, 육아휴직 사용률 낮아…내부 문화 개선 필요
건설업계는 남성 근로자 비율이 높지만 육아휴직 사용률은 낮은 편입니다. 우리나라 남성 육아휴직자는 4만1829명으로 전체의 31.6%를 차지해 남성 비율이 처음으로 30%대를 넘어섰는데요. 그러나 주요 건설사는 이에 3분의1에 불과한 수준이죠. 올해 1월1일 이후 30일 영업일 기준 남성 육아휴직 사용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69.2% 늘며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건설업계는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표면적으로는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쓰라고 하지만 눈치 주는 상사가 많다"면서 "공무원이야 진급이 밀려도 쓸 수 있지만 농담으로 보직이 바뀌거나 추후 희망퇴직 0순위에 리스트 업 된다는 얘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누가 가겠냐"고 말했습니다.
민주노동연구원의 '남성 노동자의 육아휴직 사용 격차와 차별' 보고서를 보면 육아휴직을 사용한 남성 응답자들은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이 낮은 이유로 '인사고과, 승진 등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우려(85%·복수 응답 가능)'를 가장 많이 선택했습니다.
조달청은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출산 장려 기업에 대해 입찰 가점 제도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건설업계도 대책 마련을 검토하고 있는데요. 가족친화인증기업 가점 2점에 저출산 가점 2점까지 총 4점으로 확대됐습니다. 다만 올해 주택사업 부진과 유동성 리스크 장기화로 고전하고 있는 중견·중소 기업은 출산 및 육아휴직을 독려하기 어려워 가점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옵니다.
청년층의 건설업 기피와 기존 인력 이탈 문제가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일·가정 양립 제도가 현장에 정착될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건설업계 내부에서도 남성 육아휴직을 독려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김영미 동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규모가 작은 기업은 근로시간 단축이나 탄력 근무라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되도록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남성 근로자가 많은 건설업계의 경우 내부 직장 문화인 탓이 큰데 마련된 정책들이 잘 정착될 수 있도록 하고, 내부에서도 각사 상황에 맞춰 수요 조사를 하는 등 근로자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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