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로 상승세를 타던 알루미늄 시세가 잠시 주춤하고 있습니다. 2022년 3월 톤당 4000달러에 육박하며 최고가를 찍은 후 지난 3년 동안 한 번도 넘지 못한2800달러 돌파에 도전 중인데요. 동력을 잃고 전기차, 2차전지 섹터와 함께 약세를 보이던 알루미늄 관련주들도 국제 시세 변화에 힘입어 반등을 꾀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17일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알루미늄 선물가격(3개월)은 톤당 2622.50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에서 수입하는 알루미늄에 25% 관세 부과를 실행하면서 강세를 보였던 가격이 당일 2700달러를 넘어선 후 다시 조정하는 모습입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알루미늄 25% 관세…수출 3위 한국도 고민
알루미늄 가격의 강세는 미국의 관세 정책에서 비롯됐습니다. 미국이 상대 교역국을 압박하는 품목은 매우 다양합니다. 인접국 캐나다, 멕시코와의 갈등엔 철강, 알루미늄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트럼프 정부는 집권 1기 당시 철강 제품에 25%, 알루미늄 제품에 10% 관세를 각각 부과했습니다. 2기에 들어선 직후인 지난 2월엔 알루미늄 관세율도 25%로 올리고, 관세 적용 대상도 철강과 알루미늄으로 만든 259개 파생제품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캐나다가 200억달러 규모 보복관세를 시사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관세율을 50%로 높이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다시 번복하긴 했지만 결국 25% 관세율 부과는 실행했습니다.
미국은 전체 알루미늄 소비량의 8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할 정도로 수입량이 많습니다. 미국에 가장 많은 알루미늄을 수출하는 나라가 캐나다입니다. 캐나다도 어쩔 수 없이 미국 투자를 늘릴 계획인데요. 동시에 유럽 등 다른 나라로 수출을 돌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알루미늄 미국 수출을 놓고 벌인 갈등은 캐나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관세 적용에 예외를 두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가는 알루미늄에도 25% 관세가 적용됐습니다.
한국은 대미 알루미늄 수출에서 54%를 점유하고 있는 캐나다(94억달러)와 UAE(11억달러)에 이은 3위(7억8000만달러) 국가입니다. 규모에선 캐나다에 비할 바 아니지만 국내 알루미늄 수출업체들에겐 큰 타격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피하기 위해 캐나다도 미국 투자를 계획 중이며 UAE의 에미레이트글로벌알루미늄(EGA)도 35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제련소 건설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미국에 직접 투자하기 어려운 국내 기업들로서는 미국향 수출 부담을 대체할 나라를 찾아야 합니다. 일정 수준 매출 감소도 피할 수 없을 전망입니다.
특히 2차전지 섹터가 하향세라는 사실도 알루미늄 업체들에겐 악재입니다. 알루미늄은 2차전지의 양극재 소재로 쓰이는데요. 리튬이온배터리의 리튬이온을 저장하고 방출하는 역할을 하는 양극재는 금속산화물이나 인산염 기반 화합물을 알루미늄 호일(집전체)에 코팅된 형태로 사용됩니다. 덕분에 2차전지가 한창 뜰 때는 알루미늄 생산업체들도 주목받았으나 지금은 2차전지 종목들처럼 맥이 빠진 상황입니다.
알루미늄코일 (사진=조일알미늄)
원자재가 오르면 주가도 반응
그럼에도 이들은 국제 알루미늄 가격에 따라 언제든 불이 붙을 수 있는 종목들이기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강세를 보인 것처럼 또 다른 정책 또는 질서 변화에 따라 알루미늄 시세도 탄력을 받을 수 있고, 알루미늄 가격이 오르면 관련주들의 주가도 강세에 올라탈 수 있습니다.
국내 알루미늄 상장기업들은 삼아알미늄을 제외(4200억원)할 경우 대부분 시가총액이 2000억원이 안 되는 소형주가 많습니다. 주가가 약세 횡보 중이라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이들의 주가는 2020년 코로나19 발발 후 2021년까지 중국의 경기회복으로 알루미늄 가격이 상승하던 시기에 꾸준히 상승했으나 2022년에 꺾였고 이후 계속 하락해 이제 바닥을 다지는 중입니다.
국내 최대 알루미늄 제련회사인 알루코는 알루미늄 압출 전문기업으로 전기차 배터리 케이스를 만듭니다. 주가는 많이 하락했지만 그래도 실적을 꾸준히 올리는 기업입니다.
삼아알미늄은 알루미늄박을 만드는데요. 각종 파우치, 의약품, 산업용 등을 생산하다가 2차전지 양극집전체가 핵심사업이 됐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율촌화학부터 오뚜기, KT&G까지 우량 대기업들에 납품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0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조일알미늄은 노벨리스코리아, 대호에이엘과 함께 국내 알루미늄판 3사로 불리는 업체입니다. 지난해 201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알루미늄 생산업체 중에서는 준수한 성적을 냈습니다. 덕분에 주가도 먼저 바닥을 찍고 조금씩 반등하고 있습니다. 올 3월엔 알루미늄판 가격을 톤당 9만원 인상했는데요. 국제시세 상승을 판가에 반영한 것입니다.
올 초 국내 알루미늄 생산업체들의 미국 수출이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수요가 늘어서가 아니라 관세 인상 전에 미리 수출하려는 가수요가 붙었기 때문입니다. 1분기 성적이 괜찮아도 2분기엔 다를 수 있습니다.
이밖에도 알루미늄으로 자동차 엔진 부품과 변속기 부품을 만드는 삼기, 알루미늄 탈산제 및 빌렛 제조기업 피제이메탈도 알루미늄 가격에 영향을 받는 기업들입니다.
한편, 알루미늄 가격 상승의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기업도 있습니다. 코카콜라 등이 알루미늄 가격 상승으로 생산가를 줄이기 위해 캔 대신 페트병 포장 비중을 늘리기로 했습니다. 이런 기업들이 더 늘어날 경우 페트(PET) 패키징 관련 업체들이 그 수혜를 받을 수 있을 전망입니다.
삼양패키징은 국내 페트 패키징(포장)과, 페트병에 내용물을 무균상태로 넣는 아셉틱 음료 패키징 시장의 절대강자입니다. OEM과 ODM 시장에서 70%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아셉틱 패키징 장비는 설비를 구축하는 데 상당한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장비를 삼양패키징이 6기 보유 중이며 경쟁업체인 동원시스템즈가 3기를 갖고 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