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지웅·김태은 기자] 사상 최악의 동시다발 산불이 엿새째 이어지면서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산불은 지리산을 뚫었고, 안동 하회마을 앞까지 번졌는데요. 허술한 산불 대응체계와 주민대피시스템이 고령자·취약계층에 대한 피해로 고스란히 이어졌습니다.
26일 오후 경남 산청군 시천면 산불 현장에서 진화대원들이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987년 통계 이후 5번째…사망자 더 늘어날 듯
2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번 산불 사태로 인한 사망자는 최소 20명(오후 3시 기준)으로 집계됐습니다. 경북 지역에서 16명, 경남 산청에서 4명이 발생했는데요. 산불 진화 헬기가 추락해 조종사가 사망하는 사고도 벌어졌습니다.
현재 사망자 수는 산불로 인한 인명피해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87년 이후 역대 5번째입니다. 연도별로는 △1989년 26명 △1995년 25명 △1993년·1996년·1997년 각 24명 등입니다. 산불이 지속돼 추가 사망자가 나온다면 기록이 바뀔 것으로 예상됩니다.
경북 지역 사망자 중 다수는 80대 이상 고령자로 도로, 주택 마당, 차 안 등에서 발견됐습니다. 주민 다수가 고령인 점을 감안할 때 대피 문자를 받더라도 신속한 대처가 불가능했지만, 정부는 사태가 심각해진 후에야 대피 명령을 내리면서 혼란을 초래했습니다.
화염이 번지는데도 어느 방향이 안전하다거나 위험하다는 안내는 없었고, 대피 장소도 30분 간격으로 바뀌는 등 대피명령도 우왕좌왕이었습니다.
실제 청송에서 발견된 65세 사망자는 산불 대피명령에 따라 자가용을 이용해 대피하던 중 변을 당했습니다. 영덕군 영덕읍 매정리에서도 요양원 직원·입소자 총 6명도 차를 타고 대피하던 중 화염으로 차가 폭발하면서 3명이 숨졌습니다.
경북 의성 산불은 강풍을 타고 경북 북동부권 4개 시군으로 급속히 번졌고, 경남 산청·하동 산불은 지리산국립공원 경계 내부 200m까지 번졌습니다. 당국이 전날 밤사이 공중진화대·특수진화대를 투입해 구축했던 방화선이 뚫린 겁니다.
한덕수 국무총리 권한대행은 이날 긴급 대국민담화를 통해 "역대 최악의 산불에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맞서고 있으나 상황이 심상치 않다"며 "산불이 진화되는 대로 정부는 그동안의 대처·예방에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 점검하고, 깊이 검토한 뒤 개선책을 내겠다"고 했습니다.
26일 경북 영덕군 영덕읍 한 도로에 산불에 불탄 차량이 세워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후 올라 산불 위험 커지는데…2022년 이후 달라진 게 없다
전문가들은 화재진압·구조 시스템 미비로 이번 사태가 벌어졌다고 지적합니다. 산불 화재가 번지면 물을 대량으로 담을 수 있는 헬기를 사용한 진압이 무엇보다 중요한데요. 산림청은 진화 헬기(50대)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 중 담수 용량이 8t인 대형 헬기는 7대뿐으로 이마저도 정비 문제로 5대만 가동하고 있습니다.
주력인 3t급 헬기 29대 중 28%(8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부품을 교체하지 못해 지난해 상반기부터 멈춰 선 상태입니다. 나머지 헬기는 담수량이 1~2t으로 턱없이 모자랍니다. 영남 산불 초동 진화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입니다.
산불 진화대원의 경우도 숙련도가 떨어지는 데다 고령화로 인해서, 위기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농촌·산간 지역 노령화라는 구조적 문제에 임금이 낮고, 고용 기간이 짧은 탓입니다.
지난 22일 경남 산청 산불 진화작업에 투입됐다 숨진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 3명은 모두 60대였습니다. 전국 지자체가 채용한 산불진화대원 9000여명의 평균 나이는 61살(2022년 기준)입니다. 이들은 관련 교육 기관에서 산불 예방이나 진화 방법 등 실습을 포함해 10시간의 교육만 이수하면 바로 현장에 투입됩니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지상 진압대의 장비가 효율적인가, 훈련과 경험이 많은 젊은 층으로 이뤄졌나 등을 고려했을 때 모두 아니었다"며 "현재 (대형 산불에) 효율적이고 적절하게 대응할 만큼의 조직, 인력, 장비 등을 갖추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대피 체계가 완전히 무너져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일본 등 재난관리 선진국과 비교하면 극명한데요. 평상시에 비상연락 체계를 갖추고, 산불 발생 시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겁니다.
백승주 한국열린사이버대 소방방재안전학과 교수는 "재난이 발생하면 실종자가 먼저 생기고, 그다음 사망자와 구조자로 분류된다"며 "지금은 실종자 개념이 없이 사망자 발견을 하고 있다. 이는 누가 실종됐는지, 어디에 있는지 파악이 안 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했습니다.
권역별 화재 대응체계의 문제점도 제기됩니다. 이번 사태에선 울산·경남 산청·경북 의성에서 동시에 3단계 대형산불이 발생하면서 가용한 자원이 분산돼 대응 효과가 떨어졌는데요. 앞서 지난 2022년 동해안 산불도 동시다발적이었습니다.
백 교수는 "온난화로 인해 경상남북도까지 화재 위험성이 높아졌다"며 "2022년 화재를 겪은 후 이중 권역을 갖출 수 있게 시스템이 바뀌어야 했다"고 짚었습니다. 경북 강원 접경 지역, 경남, 동해 지역, 내륙 지역 등 최소한 네 군데에서 강력한 거점 산불 대응 조직이 있어야 한다는 조언입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김태은 기자 xxt19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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