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탐나지만 찜찜한 ‘15%’…다시 뜨는 브라질 국채
금리·환율 치솟다 올 들어 안정 찾아
‘한숨 돌렸나’ 매수 증가세…환율이 수익 훼손 가능
2025-03-29 06:00:00 2025-03-29 06: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기자] 브라질 국채가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헤알화 가치 추락으로 문제아 취급받던 해외투자 상품이 연 15% 수익률을 앞세워 3%대 금융상품에 실망한 국내 투자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겁니다. 투자금도 조금씩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두 자릿수의 기준금리와 지난해 말까지 고공행진을 하다가 올해 잠시 꺾인 환율 등은 여전히 찜찜합니다. 
 
국채 찍어 복지?…금리 상승세 간신히 멈춰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고공행진을 하던 브라질 국채금리가 올해부터 조금씩 안정을 찾고 있습니다. 27일(현지시간) 브라질의 10년만기 국채금리는 15.14%를 기록했습니다. 1년 전엔 10%대였으나 꾸준히 상승, 지난해 12월에 기어코 15%를 넘어섰습니다. 다행히 올해 들어선 14%대로 잠시 밀리는 등 15% 안팎에서 횡보하는 중입니다. 
 
브라질 국채금리 상승은 브라질 경제의 성장 둔화와 정부의 정책 변화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은 2003~2011년 집권 당시 저지른 뇌물과 돈세탁 혐의로 12년형을 받아 2018년 4월에 수감됐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이 최종심 확정 전까지 수감할 수 없다고 판결해 2019년 11월에 석방됐고, 2022년 대선에 출마해 당선됐습니다.
 
룰라 대통령은 과거 원자재 붐에 힘입어 저소득층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빈곤율을 크게 낮춘 이력이 있습니다. 코로나19로 휘청이던 브라질 국민이 룰라를 다시 대통령으로 뽑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과거와 달리 경제성장이 둔화돼 정책을 시행하려면 재정지출 확대가 불가피합니다. 국채 발행이 동원될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보우소나르 재임 땐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계속 내렸으나 2020년 인하가 멈췄고 2021년부터 인상으로 전환했습니다. 물론 물가와 국채금리가 먼저 올라 이에 대응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같은 추세가 지난해 12월 가까스로 멈춰선 것입니다. 브라질은 올해에도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상했지만 국채금리는 안정적입니다. 
 
2014년 2월 정의선(오른쪽) 현대자동차 회장이 브라질 대통령 집무실에서 룰라 다 시우바(가운데) 대통령, 제랄도 알크민 부통령을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경제 불안에도 헤알화 안정세
 
룰라 대통령도 예전처럼 무조건 퍼주기 정책으로 일관하는 것은 아닙니다. 경제가 어려운 만큼 경제와 복지를 함께 잡기 위해 노력 중인데요. 다만 올해 경제도 만만치 않습니다. 브라질은 철광석과 원유 등을 수출하는 원자재 수출국인데, 원자재 최대 수입국인 중국의 경제 둔화로 인해 브라질도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또 미국과의 교역 압박도 부담입니다. 브라질은 인도, 터키와 함께 최혜국 대우 관세율(MFN)이 높아 대미 수입관세율 격차가 큽니다. 트럼프의 상호관세 정책이 발효되면 무역적자가 확대될 수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브라질이 미국 정부의 주요 타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브라질 정부와 중앙은행이 올해 예측한 경제성장률은 2.01%입니다. 2024년엔 3.49%였습니다. 물가 목표는 3.0%이지만 4.5%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브라질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부채비율이 86.9%에 달하는 빚이 많은 국가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브라질 국채에 투자한다면 우려가 뒤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금리 상승에도 헤알화 환율이 안정을 찾고 있는 것은 다행입니다. 현재 헤알화 환율은 달러당 5.739헤알입니다. 지난해 12월26일 1달러당 6.376헤알로 최고점을 찍은 이후 하락하며 안정을 찾았습니다. 지난 4일에도 잠깐 6헤알을 넘었으나 재차 하락해 5.7헤알 부근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기준금리 상승에도 국채와 환율이 하락했다는 것은 금융시장의 불안이 한풀 꺾였다는 반증으로 해석됩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글로벌 투자자 재유입
 
이때를 틈타 브라질 국채 매수에 나선 투자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27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은 브라질채권을 1726만달러어치 순매수했습니다. 이중 대부분이 브라질 국채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투자자들의 순매수 금액은 금리와 환율 꺾인 것이 확인된 1월이 876만달러로 가장 많았습니다. 2월엔 364만달러로 감소했으나 3월엔 이미 485달러를 기록 중입니다. 이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21년 이후 모처럼 5000만달러를 넘어설 수 있을 전망입니다. 연간 3억달러 이상 순매수했던 2017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모처럼의 증가입니다. 
 
글로벌 투자자금도 브라질 국채로 유입되는 분위기입니다. CNBC는 글로벌 펀드 운용사들이 지난해 브라질 국채 비중을 절반 규모로 크게 줄였다가 올해 다시 채워 넣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현재 증권사들이 중개 판매 중인 브라질국채는 먼저 브라질 헤알화와 미국 달러 두 종류로 발행된 채권 중에서 선택해야 합니다. 달러 발행채권의 경우 브라질 국채라도 채권수익률이 낮습니다. 2045년 1월이 만기인 초장기물도 연 7.68%이며 2028년 1월 만기 채권은 연 4.84%에 불과합니다. 
 
고수익을 노리려면 헤알화 발행 채권을 선택해야 하는데요. 이 경우 만기가 짧은 편에 속하는 2027년 1월 만기물이 현재 연 14.03%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2035년 1월 만기 국채수익률은 연 15.12%입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원→달러→헤알’ 환율에 민감
 
브라질 국채는 국채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신용등급이 BB에 불과합니다. 그만큼 위험하단 뜻입니다. 이를 감수한다고 해도 환율 변동성을 각별히 조심해야 합니다. 브라질 국채를 매수할 때는 먼저 원화를 달러로 환전했다가 다시 헤알화로 환전해서 투자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헤알화 환율이 지금보다 오르면, 즉 헤알화 가치가 하락하면 채권이자가 많아도 환차손이 이를 훼손하게 됩니다. 또 헤알화가 제자리에 멈춰 있어도 원달러환율이 지금보다 하락하면 역시 환손실이 발생합니다. 요즘 원달러환율이 다시 올라 1470원을 오가는 상황이므로 채권 만기 때 이보다 환율이 하락하면 채권에서 생긴 이익이 크게 줄어들 겁니다.
 
그나마 위안인 것은, 글로벌 경제가 안정을 찾아갈 때 원화와 헤알화 모두 달러화 대비 가치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달러헤알 환율이 올라서 환차손이 발생하는 국면에선 원달러환율도 올라 이를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습니다. 환율이 하락하는 반대의 경우도 성립합니다. 
 
또 브라질 채권의 경우 채권가격 변동으로 생긴 매매차익은 물론 채권이자 수익도 비과세 혜택을 받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입니다.
 
브라질 국채의 최저 매수 단위는 액면가 기준 1만헤알, 한화로는 250만원이 넘습니다. 채권가격이 액면가보다 낮은 경우가 많아 실제 투자금은 250만원 미만입니다. 여기에 증권사의 매매수수료가 별도로 청구됩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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