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거부권 정국'…시작은 '상법 개정안'
이르면 1일 국무회의 개최…복귀 후 첫 거부권
민주, 법안 폐기 땐 상법 개정안 재추진 예고
2025-03-28 17:24:49 2025-03-28 18:59:13
[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법안 재의요구권(거부권)의 총대를 메던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돌아왔습니다. 복귀 후 첫 거부권 행사는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상법 개정안)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데요. 그간 윤석열정부는 법안 거부권만 40차례나 행사했습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이 밀어붙인 상법 개정안을 시작으로, 거부권 정국이 다시 도래할 가능성이 한층 커졌습니다. 민주당은 재표결에서 부결될 경우 상법 개정안의 재추진을 예고, 정국이 일촉즉발로 치달을 전망입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르면 다음 달 1일 정기 국무회의에서 상법 개정안에 대한 공포·거부권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사진=뉴시스)
 
돌아온 '대행' 한덕수…재계 뜻 '그대로'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권한대행이 이르면 다음 달 1일 정기 국무회의에서 상법 개정안에 대한 공포·거부권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상법 개정안은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지난 21일 정부 측으로 넘어간 상태입니다. 
 
현재로선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유력합니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27일 경제 6단체장과 만나 "통상 전쟁 상황에서 우리 기업을 최우선으로 보호하기 위해 기업과 함께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맞춤형 기업 지원에 집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경제단체장들은 한 권한대행에게 거부권을 써줄 것을 건의했습니다. 한 권한대행의 이 발언은 경제단체장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상법 개정안은 상장·비상장 법인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까지 넓힌다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이사가 직무를 수행하면서 회사뿐 아니라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법률상 의무가 추가됐습니다.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상장회사는 현장과 전자 방식의 주주총회를 병행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주총 출석이 어려운 주주의 의결권을 보장하기 위해서입니다.
 
여당과 경제계는 반발하고 있습니다. 상법 개정 시 기업들이 각종 소송에 시달릴 수 있고 해외 투기 자본으로부터 빈번한 경영권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상법 개정안 대신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한 권한대행에게 "통상환경 변화와 내수 부진 등 때문에 우리 경제는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최근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은 경영 불확실성을 높이기 때문에 더욱 신중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요청했습니다.
 
국민의힘도 정부에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상법 개정안 본회의 처리에 앞서 "민주당이 오늘 상법 개정안을 또다시 일방적으로 통과시키면 즉각 거부권을 건의해 우리 기업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금융당국 수장 '파열음'에도…거부권 수순
 
하지만 정부 내에서 의견차가 있습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일반 주주를 보호하고 중시하는 경영을 해야 된다는 강한 의지와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면서도 "상법을 개정하는 내용으로 선의를 달성할 수 있느냐, 또 부작용은 없느냐, 이런 부분을 봤을 때 좀 우려된다"고 했습니다.
 
대안으로 자본시장법 개정을 우선해달라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자본시장법과 함께 여러 대안을 놓고 논의가 충분히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말씀드렸다"며 "현재도 그 입장은 같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직을 걸고' 상법 개정안을 지키겠다는 입장입니다. 이 원장은 지난 26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하게 되면 (주주 가치 보호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의심받을 것이고, 결국은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한경협이 (상법 개정안을) 한국에 있는 갈라파고스 규제라는 식으로 가짜 뉴스 같은 말을 한다"고 수위 높여 비판했습니다.
 
윤석열정부, 거부권 '40회' 행사 
 
한 권한대행이 거부권 카드를 꺼낸다면 다시 거부권 정국이 도래하게 됩니다. 윤석열정부는 그간 거부권을 난사했는데요. 출범 3년 만에 40차례나 행사했습니다. 이승만정부 이후로 가장 많습니다. 윤석열씨 25회, 한 권한대행 6회,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9회입니다.
 
특히 최 부총리는 단 3개월간 야당 주도 법안에 모조리 퇴짜를 놓으며 '정권 방탄막이'로 불렸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행위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내란일반특검법)과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김건희특검법), 명태균과 관련한 불법 선거 개입 및 국정농단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명태균 특검법) 등에 대한 거부권 행사가 대표적인 윤석열씨 엄호의 결과물로 꼽힙니다.
 
상법 개정안이 지난 20일 본회의를 통과하며 최 부총리가 상법 개정안까지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측됐는데요. 한 권한대행 탄핵 기각 결정이 나오자, 공이 최 부총리에서 한 권한대행으로 넘어왔습니다.
 
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시한은 다음 달 5일까지입니다. 민주당은 상법 개정안이 최종 부결될 경우 재의 요구를 할 방침입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당연히 재표결을 통해 최대한 본안대로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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