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가입도 '문턱'…디지털 취약계층 더 멀어진다
설계사 통한 단독 가입 사실상 어려워져
2025-03-31 14:35:22 2025-03-31 17:49:11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실손의료보험 가입이 점점 더 까다로워지고 있습니다. 보험사들이 손해율 관리 차원에서 단독 실손보험 판매를 기피하면서 소비자들은 원하지 않는 보장성 특약까지 함께 가입해야 하는 구조에 놓이고 있습니다. 특히 스마트폰이나 온라인 가입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은 실손보험에서 사실상 배제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보험사들이 실손보험을 단독으로 판매하는 사례는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부분은 암·뇌혈관 등 보장성 특약을 끼워 넣은 형태로 안내되는 방식입니다.
 
60대 A씨는 최근 실손보험 가입을 위해 보험설계사를 찾았지만, 단독 실손보험은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설계사는 암, 뇌혈관 질환 등 주요 질병 특약이 포함된 월 5만~6만원대 상품을 권유했습니다. A씨는 "같은 보험사 상품이라도 대리점마다 실손만 가입이 가능하다는 곳과 실손 단독 가입은 안 된다는 곳이 있어 혼란스럽다"라며 "실손만 필요했는데, 불필요한 보장을 억지로 끼워넣는 느낌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른바 '끼워팔기'는 과거부터 꾸준히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습니다. 실손보험은 보험료와 수수료가 낮고 손해율이 높아 보험사나 설계사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품입니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은 단독 가입 자체를 제한하거나 건강검진 서류 등 까다로운 조건을 붙여 진입 장벽을 높이고 있습니다.
 
비대면 가입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부 보험사는 온라인을 통해 단독 실손보험 가입을 허용하고 있지만, 본인 인증과 건강정보 입력 등 절차가 복잡해 디지털 접근성이 낮은 고령층과 장애인 등에게는 어려운 일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보장 범위마저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최근 정부가 공개한 실손보험 개편안에 따르면 도수치료, 백내장 수술 등 비급여 항목의 본인부담률은 90% 이상으로 대폭 상향됩니다. 특히 도수치료는 현행 20%였던 본인부담률이 최대 95%까지 올라가, 사실상 실손 보장을 받기 어려운 구조로 바뀌게 됩니다. 보험 혜택은 줄고, 자기부담은 커지는 셈입니다.
 
그러나 이 같은 변화가 의료 이용이 많은 고령자나 만성질환자에게 보험 혜택을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여기에 가입 경로마저 제한된다면, 실손보험은 가장 필요한 이들에게 외면받는 제도가 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디지털 소외계층은 설계사를 통한 가입도 막히고, 온라인도 접근이 어렵다"며 "실손보험의 공공적 성격을 유지하려면 오프라인 채널을 보완하고, 보험사들의 과도한 가입 제한을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보험사들이 손해율 관리 차원에서 설계사를 통한 단독 실손보험 판매를 기피하는 가운데 스마트폰이나 온라인 가입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은 실손보험에서 사실상 배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가 보호자와 함께 이동하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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