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SK텔레콤(017670) 유심 해킹 사태로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불안감이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은행들도 대응에 나섰습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 '여신거래 안심차단 서비스'와 '비대면 계좌 개설 차단 서비스' 신청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3개 대형 시중은행 비대면 계좌 개설 차단 서비스 접수 현황을 보면 지난 23일 1499건에서 29일 12만35건까지 80배 넘게 증가했습니다.
여신거래 안심차단은 신용 대출, 카드론, 신용카드 발급 등 개인의 신규 여신 거래를 사전에 차단해 해킹으로 개인 정보가 유출되더라도 타인이 사칭해 온라인으로 대출받는 것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영업점이나 인터넷, 은행 앱을 통해 신청할 수 있습니다. 비대면 계좌 개설 차단 서비스는 원격 제어 앱, 악성 앱 설치 등을 통해 모르는 사이에 개설하는 비대면 계좌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어느 은행을 통해 해당 서비스들을 신청하더라도 한국신용정보원이 안심차단 정보에 등록해 3613개 금융사의 여신 거래나 신규 계좌 개설을 실시간으로 차단합니다.
하지만 해당 서비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소셜미디어에선 '비대면으로 대출을 내준 은행도 책임져야 한다', '비대면 없애고 아날로그로 돌아가자', '지점을 없애고 비대면을 늘릴게 아니다'라는 불안 여론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은행 비대면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비대면 서비스가 존재하는 한 누군가 유심을 이용해 새롭게 휴대폰 기기를 개설해 금융 결제 내역 등을 문자로 받거나, 다른 지문과 비밀번호를 등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주요 은행들은 안면인식 등 보안 강화 대책을 통해 대부분 해킹은 막을 수 있단 입장입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소비자 불안감은 이해하지만 비대면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이걸 없애면 큰 불편을 느낄 것"이라며 "유심 악용 사례를 우려해 비대면 서비스 자체를 없앤다면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완전히 100% 금융서비스 해킹을 잡아낸다고 확신할 순 없겠지만 얼굴 인식 서비스로 신분증과 실물을 대조해 인증서를 발급해주는 등 절차를 추가했기 때문에 어느정도 안전성을 확보했다고 본다"면서 "아직까지 어떤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KB국민은행은 28일부터 SKT 고객에 한해 인증서를 발급할 때 안면인식 절차를 추가했으며, 유출 유심 정보를 이용한 부정 접속을 탐지하는 이상거래 탐지시스템(FDS) 모니터링도 강화했습니다.
신한은행도 거래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고객이 기존과 다른 휴대폰 기기에서 전자금융거래를 시도할 경우 휴대전화 안면 인증 절차를 추가했습니다. 기존엔 기기를 변경한 후 금융 앱을 설치하려면 신분증을 촬영하고 ARS 인증을 거치면 됐으나, 안면 인증으로 본인 얼굴과 앱에 등록한 실명확인 사진이 일치해야 거래할 수 있습니다.
하나은행은 비대면 계좌를 개설할 때 SKT를 이용하는 고객에게 안면인식 등 추가 인증 절차를 도입했습니다. FDS를 통해 이상거래 상황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이상 거래가 의심되는 경우 계좌 지급정지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우리은행은 이미 고객이 기존 기기와 다른 휴대기기에서 전자금융거래를 할 때 안면인식 후 'WON 인증서'를 발급받게 하고 있습니다. 유심을 복제한 의심 대상에 대해 전자금융 FDS 탐지 정책을, SKT 해킹 시 악성코드를 전수점검 및 차단 정책도 적용키로 했습니다.
SKT 유심 패킹 사태에 따라 기존 금융서비스에서 신분증 촬영이나 ARS 등을 거치면 이용 가능했던 비대면 금융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 시내 한 SKT 대리점에서 이용자가 유심을 교체하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