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사전선거 시작과 함께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고 있는 가운데 주식시장은 이미 차기 대통령을 낙점한 듯한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공약과 관련한 종목들이 강세를 보인 것입니다. 초기엔 특정 공약 관련주로 쏠렸던 매수세가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 증권주 강세로 이어졌습니다. 이 후보의 공약이 전체 주식시장을 끌어올릴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됩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주식시장에서는 지주사들의 주가가 동반 급등했습니다. LG가 28일 3.24% 오른 데 이어 29일 7.61% 급등했고, 같은 날 SK스퀘어는 9.15%, 4.99% 올랐고, 두산은 지난 한주 상승세를 이어가다 29일 10.33%로 상승폭을 크게 키웠습니다. 특히 한화는 지난주 내내 4.55%, 19.28%, 8.25%, 11.85% 등 초강세 행진을 벌여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주식시장도 그의 정책과 공약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28일 한국거래소를 방문한 이 대표가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 TF 현장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사진=뉴시스)
단순 밸류업 넘어 지배구조 변화 기대
지주사들의 랠리는 대형 그룹사와 중견그룹을 가리지 않고 나타났습니다. 시가총액 6000억대인 삼양홀딩스도 이틀간 7.99%, 9.14% 급등했으며, 시총 4000억원 미만이던 코오롱은 이틀간 18.11%, 19.32%로 기세 좋게 뻗어나갔습니다. 지주사들은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지난 한 주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은 주인공이었습니다. 이같은 지주사 동반강세는 차기 정부가 추진할 자본시장 개편에 영향을 받은 것이란 분석이 주를 이룹니다.
국내에 상장된 지주사들 대부분은 저평가 상태에 장기간 머물러 있습니다. 자회사와 손자회사 전체를 아우르는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데도 자체 사업을 하지 않는다거나 자회사들과 함께 중복상장돼 있다는 이유로 연결 실적과 자회사 지분가치 대비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집니다. 이번 정부에서 추진한 밸류업 정책이 저평가 해소에 맞춰져 있는데도 지주사들 주가엔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것도 지금과 같은 저평가가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는 평가가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표=뉴스토마토)
그런데 이 후보의 자본시장 관련 공약이 주주환원에 집중한 밸류업보다, 법 개정을 통한 거버넌스 개혁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지주사들과 자회사들의 거버넌스에 변화가 생길 것이란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최대주주 일가의 지분율은 낮은데 자회사 또는 관계회사를 통해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거나, 쪼개기 상장과 자사주를 지배력 강화에 활용하는 꼼수 등이 새 정부에서 차단 적어도 견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또한 상법이 개정돼 책임이 강화된 이사회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질 경우, 최대주주를 위한 의사결정이라고 의심되던 많은 의사결정이 차단돼, 그룹 전체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서라도 지주사 지분을 안정적인 수준으로 확보해야 합니다.
그 결과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으면서 최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지주사들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게 된 것입니다.
‘다 좋아질 것’ 증권주까지…“테마는 선거로 소멸”
이처럼 국내 증시에서 이 후보의 공약과 관련해 급등한 업종과 종목이 지주사가 처음은 아닙니다. 이미 건설주는 민주당이 이 후보의 공약을 정리해 발표하기 전부터 들썩였고 이후로도 숨을 고르며 계속 상승했습니다. 이 후보의 주택공급 정책, 각종 인프라 및 세종행정수도 건설 공약에 대한 기대감 덕분입니다. 에너지고속도로 정책은 오랜 기간 외면받고 있던 태양광·풍력 발전 관련 기업들의 주가를 들어 올렸고, 전력 관련주들도 함께 올랐습니다. 최근 발표한 기후에너지부 신설 계획은 여기에 못을 박았습니다. 자사주는 원칙적으로 소각하도록 추진한다는 방안에 자사주 부자 종목들도 주가가 올랐습니다.
주목할 것은 지주사 강세 끝에 증권주들도 급등했다는 사실입니다. 29일 미래에셋증권이 23.21% 급등하고 상상인증권은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모든 증권주가 올랐습니다.
증권주의 상승은 이 후보가 주식시장에 대한 직접적인 공약을 약속해서가 아니라, 상법 개정 등 자본시장 관련 다른 공약들이 이행될 경우 그 효과로 증시가 활황을 맞을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대선 가능성이 생겼을 당시엔 각 후보들의 친분에 의한 지인 테마주가 주목받았고 그 후론 유력후보들의 입에서 나오는 정책 관련주에 매수세가 몰렸으며 공약 발표로 수혜주가 구체화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해당 공약 관련주들이 돌아가면서 강세를 보인 끝에 이젠 이로 인해 전체 증시가 좋아질 것을 예상한 증권주 랠리로 이어진 것입니다. 이같은 변화는 시장이 이 후보의 당선을 전제로 움직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선 결과 당선자가 확정된 후부터는 또 다른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주가는 기대감에 먼저 올랐지만 새 정부가 들어선 다음부터는 공약이 정부 정책으로 입안되는지, 정책의 규모와 실행 여부, 또 그로 인해 나타나는 효과를 확인하면서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한 주식 전문가는 “대선 테마는 선거 전까지 활용하기에 좋지만 대통령이 확정되면 테마도 소멸하는 것”이라며 “그 다음부터는 실제로 정책이 이행되느냐가 중요해서, 기대감으로 주가가 유지될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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